스스로 무덤파는 북한
김정일은 오바마가 무한정 악수를 청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북한 측 억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9일 로켓 발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죄하지 않으면 자위적 조치로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또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첫 공정으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ㆍ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 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로켓 발사 이후 6자회담 절대 거부, 영변 사찰팀 추방령, 미국 여기자 재판 회부, 폐연료봉 재처리 착수 등 일련의 압박 과정을 밟아 왔다. 이러한 긴장 고조 전술에도 미국이 즉각적인 대화카드를 열어 보이지 않자 북한은 2차 핵실험과 ICBM 시험은 물론 농축우라늄 생산까지 예고하는 세 가지 위협 카드를 한꺼번에 꺼낸 것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해 미국은 냉정하고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소위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 작전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핵실험 위협에 대해 스스로 더욱더 깊은 무덤을 파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북한이 대외적으로 부쩍 강경책을 구사하는 이면에는 내부 사정으로 인한 초조감이 엿보인다. 2012년에 `강성대국` 문을 활짝 열겠다고 선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서는 그때까지 체제 안정, 후계구도 완성, 경제 건설 등 3대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결국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통한 정치적 보장과 경제적 지원 확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무시 정책으로 대응하자 시간적으로 초조한 북한이 대미 관계를 통한 `일거 해결` 전략을 시도하려고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예를 보면 북한 측 협상 스타일은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나서 유리한 고지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흔히 사용해왔다. 또 북한 당국이나 군부가 어떤 중대발표를 하면 대개는 시간이 얼마 지난 후 그것을 실천에 옮긴 사례가 많다. 이번에도 북한이 공식매체를 통해 핵실험을 언급한 이상,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단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유엔에 대해 사죄하라고 떼를 쓰는 북한을 보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안타까운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려도 염려지만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비전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G20 정상회담차 유럽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 흐라드차니 광장에 모인 군중 앞에서 "핵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숙명주의야말로 치명적인 적"이라며 함께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런 오바마에게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김정일 위원장 요구가 먹힐 리 없다. 북한 측 억지가 도를 넘으면 필시 그 결말은 오바마의 비확산 의지와 정면 충돌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와 함께 `강성대국` 꿈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오바마는 스마트파워 외교를 선보이겠다던 약속을 취임 이후 국제외교 무대에서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국제관계에도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인은 모슬렘의 적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불량국가로 취급해온 이란과 쿠바에 대해서도 관계 개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도 다정하게 악수를 했다.
이러한 오바마의 `리셋 외교`에서 북한만 아직 예외로 남아 있다. 한 술 더 떠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내민 손에 로켓 발사로 화답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오바마가 무한정 악수를 청하지는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북한은 오바마 손을 잡고 6자회담 테이블을 거쳐 핵폐기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북한이 살고 한반도가 평화로워지는 길이다.(http://www.sejong.org//매일경제 기고문)
이상현(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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