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것이 좋은 정치를 의미하는 것인가?
원광대 특강을 지켜 본 MB에 대한 斷想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로 들어섰다. 시중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지지세력에서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이보다 더 잘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들이 있는 반면에, “이제 자신감을 찾고 개혁의 시동이 걸렸기에 점차 시간이 지나면 인적 쇄신이 이루어지면서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엊갈리는 점이 그것이다. 자세히 보면 후보시절에 언론에서 노출되고 주변에서 잠재적으로 지적된 문제점이 집권이후에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념문제, 좌파문제, 북한문제가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필자는 뉴라이트 운동을 하면서 몇 차례 이명박 후보를 만났던 경험이 있다. 가장 인상깊은 경험은 이명박 후보가 87년 11월말, 원광대 캠퍼스 방문하여 경상대학의 초청으로 학생회관에서 강연회를 가졌던 때였다. 그 당시 필자를 포함한 일부 원대 교수들도 참석하여 이 후보의 강연을 열심히 경청했었다.
이 후보는 어린 시절에 엄청난 가난으로 끼니마져 채우지 못해 고생했던 이야기, 중고생시절 여고앞에서의 풀빵장사시절, 노동에 대한 귀중함을 일깨워준 어머니의 훈계, 야간고등학교의 선생님이 어머니를 찾아가서 자신의 대학진학을 추천한 일, 청계천에서 고생하면서 청소하면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등록금을 받았던 일, 대학시절 6.3사태를 주동하여 수감되었기에 그 일로 현대건설에 취업할 때 곤욕을 치러 박정희 대통령에게 항의 편지를 쓴 일,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정주영 회장에게 어떻게 총애를 한 몸에 받게 되었는지 그 비결, 서울시장으로서 버스노선 개선과 청계천 복구공사에 몰두했던 일, 노무현 정부의 평등주의 교육의 폐단과 경제적 실정 등을 약 70분간 재미있게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학생들에게 경제성장으로 파이를 크게 하여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취업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강연의 주제였다. 논란이 되는 한반도운하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
강연소감은 이렇다. 이 후보는 경제와 개발문제에 깊이 골몰해 있었고, 그 분야에서 강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념문제와 안보문제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반도 통일문제나 북핵개발의 심각성이나 북한인권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이 강연회에서도 이 후보는 “한반도의 이념전쟁은 끝났다”고 장담했다.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경제기획원 장관 출마에 출사표를 낸 것같은 인상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현안에 대한 종합적 정치철학이나 비전이 불완전하게 보였다는 점에 있다. 보수주의나 자유주의 이념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이 없었다. 남한 친북좌파의 심각한 폐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평가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한마디로 평생 동안 열심히 일해 기업-건설현장에서 일해 온 좋은 일꾼(Hard Working Good Man)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러나 정치가로서는 경제와 안보에 균형이 잡히지 않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완전한(incomplete) 인물이라는 점에서 내심으로 "아 내가 찾던 인물이 바로 이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은 들지 않았다. 이점이 이명박 후보의 연설을 들었던 필자의 고민스런 점이었다.
이명박 후보는 원광대 강연회에서 CEO출신 정치가의 특징과 장단점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얼마나 바쁜지 이 후보는 강연회에 경청한 사람들과 제대로 대화하거나 악수할 시간조차 없었다. 시간에 허둥지둥 쫒기고 여유가 전혀 없었다. 얼마나 바쁜지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몇 장 찍고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황급히 사라져 버렸다. 그런 스타일도 오랜 CEO 시절의 몸에 밴 분위기였던 것이고 필자는 이 후보가 지나치게 효율성을 강조하고, 성격이 급하고 성과를 빨리 내려는 조급성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필자의 인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주영회장 밑에서 제2인자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었듯이, 이 후보는 대통령직보다는 경제기획원장관, 국토개발원장, 아니면 국무총리로 기용되면 크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타고한 일꾼(Working Man)이었다. 그런데 성공한 CEO출신 기업가나 서울시장으로의 경험이 반드시 대통령의 성공적인 업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닌데, 이명박 후보는 현대건설의 고속승진한 사장신화와 서울시장시절 청계천에서 이룩한 자신의 성공담에 너무 도취되어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또 '비핵개방3000'의 공약에서 제시되되었듯이, 북한문제를 경제적으로만 접근하여 김정일의 위험한 의도를 너무 경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남한의 좌파와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에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Does 'Working' Means Politics?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정치행위인가? 이것이 필자가 강연을 듣고 생긴 첫 번째 의문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남한의 좌파의 반격작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셋째로 한반도통일을 위해서 김정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런 세 가지 의문점들이 필자가 이명박 후보의 원광대 강연회를 듣고 나서 생긴 미해결의 불안감에 휩싸인 화두였다.
독자들은 왜 이제와서 1년 4개월이란 세월이 흘러서 이런 글을 고백하는가에 의아해 할 것이다. 1년 4개월이란 세월이 흐른뒤 정치인 이명박을 회고하는 이유는 더 늙어서 기 느낀 소감이 기억에서 지워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어 장차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품은 인물들에게 역사적 교훈과 좋은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konas)
이주천(원광대 사학과 교수ㆍ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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