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특종에 휘말리는 국가안보
국가안보 우선하는 언론윤리와 책임의식 가져야
지난 9일자 모 일간지에 AN-2기에 대한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했다. 북한의 각종위협과 협박 등 한반도 안보정세가 예사롭지 않은 현실에서 웬 뚱 단지 같은 특종놀음인가? 기사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보도 시기도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한국군이 비밀 운용한다는 내용을 어떻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 보낼 수 있는 지 언론의 가치기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에서 기자는 “유사시 북한군의 대남 공중 기습 침투에 이용되는 AN-2기를 우리 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특히 북한의 선제 도발에 맞대응하기 위해 AN-2기를 활용한 특수전 훈련을 최근까지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해 우리 군의 대응태세에 관한 기밀사항을 적국에 알려 줌으로써 오히려 우리의 대응태세를 적이 역이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우를 범했다. 우리가 보유한 AN-2기 대수와 도입연도, 운용실태까지 공개함으로써 북한은 가만히 앉아서 귀중한 정보를 획득한 셈이다.
기자는 특히 기사 말미에 “북한도 외교경로 등을 통해 우리 군의 AN-2기 보유사실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책임회피식 사족을 달았다. 이는 기자와 언론사가 군 기밀을 유출한 잘못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즉, ‘아마도 북한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니 기사로 보도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래서 시비 걸지 말라’는 투로 들린다. 기자의 자기 합리화가 강하게 숨어있다. 너무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 기사를 다룬 언론사에게 되묻고 싶다. 신문기사에 나온 내용들이 모두 북한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또한 북한 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이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우리 국가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자로서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는가?
기자들의 속성이 ‘특종을 위해서라면 마누라까지 버릴 수 있다’는 특종병(?)의 병폐가 결국은 이번 AN-2기 관련 보도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 기사를 쓴 기자나 언론사는 특종을 위해서라면 국가안보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일까.
왜 우리 언론은 남북 대치 상황에서 우리의 군사기밀 사항을 북한이나 잠재적 적성국가에게 자발적으로 알려 주는 역할을 하는가. 우리 언론도 이제 신문부수 몇 부, 방송 시청율 1, 2위 늘리는 특종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이익을 위해서는 보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들은 지금도 관련국 국가와 군사기밀을 획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언론은 언론의 윤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특종의 눈이 먼 일부 언론의 행태가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의 윤리와 책임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무너지면 곧 사회가 혼란되고 국가안보가 위기에 빠지고 말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군사보안상 주요한 사항 즉 군 전략전술, 작전계획, 무기체계까지도 다 까발려야 하나? 국민의 알 권리가 국가 보존이나 국민 생존보다 더 우선 할 수는 없다. 국가안보상 공개하는 것보다 보호하는 것이 필요할 때는 국민의 알 권리를 희생시킬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다.
언론의 영향은 지대하다. 오죽하면 3권 분립위에 존재하는 제4부라고까지 했겠는가. 잘못된 기사 하나에 이름 있는 기업체 등이 망하거나 단체가 큰 피해를 입는 경우를 흔히 봐 왔다. 특히 3차례에 걸쳐 국방부 대변인으로 몸담아 온 필자에게는 이번 AN-2기 보도와 같은 군 기밀사항들이 언론사들의 지나친 경쟁으로 앞 다투어 보도되는 경향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을 두고 미 Fox나 방송 등 대형 언론들은 ‘국제테러와의 전쟁과 평화’라는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자국 국민들의 반전여론에 편승하기보다는 미 정부의 전쟁개입을 지지하면서 국민을 설득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 냈다. 우리 언론들은 미 언론들의 이런 보도 자세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언론도 선진국 형으로 업그레이드 할 때가 왔다. ‘언론사의 이익과 국가안보’라는 두 가지를 저울질해서 적어도 후자를 선택하는 언론 윤리와 책임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konas)
윤창로(전 국방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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