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장관, "과거 정부 정책은 현 정부의 태생적 조건"?
"6.15, 10.4선언도 존중" 강조.. 란코프 교수는 "북에서 경제성장 이룩하고 경제 격차 줄이면 남북통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
현인택(통일부) 장관은 통일부가 후원한 '21세기 한반도 정세변화와 통일비전'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로 "대북정책을 포함해 정부의 어떠한 정책에도 계속성과 변화라는 두가지 속성이 용해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계속성과 변화라는 두 가지 속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한 과거 정부의 유산이 승계되는 것이다. 더구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의 특수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정부의 정책은 현 정부의 태생적 조건이 된다"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또 "정부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남북기본합의서를 포함해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 기존의 모든 남북간의 합의를 존중할 것이며, 이를 뛰어넘어 21세기 국내외적 환경에 걸맞게 새로운 시대의 변화욕구를 수용하면서 남북관계를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현 장관은 이같이 말함으로써, 앞으로 지난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을 반대해 온 보수 지지세력들로부터의 비난과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와 통일연구원(원장 서재진)이 공동 주관하고 통일부의 후원속에 열린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이라 사회적으로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예상된다.
18일 오전 9시부터 프레스센터(서울 중구) 국제회의장에서 본 학술회의는 개최됐으며, 주최측은 "‘21세기 한반도 정세변화와 통일의 비전’을 주제로 미래지향적 통일 비전을 모색해보는 취지"라고 그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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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교수는 새로운 통일비전이 필요한 이유로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룩한 건국 60년의 대한민국에게 ‘분단극복’은 역사적 사명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새로운 국가비전과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화 시대의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통일준비 필요성 및 국제적 수용을 위한 환경조성”을 꼽았다.
그는 새로운 통일비전으로 7대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즉, ▶점진∙장기∙기능주의적 접근 ▶자유∙복지∙인간존엄성이 보장되는 선진민주국가 지향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계승∙발전 ▶국민적 컨센서스 기반 ▶국제협조 중시 ▶남북협력∙국제협력의 병행 ▶포괄적∙열린 시각으로 설명했다.
또 남북교류 심화와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전략환경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한반도의 평화구조’를 창출, 새로운 평화구조를 배경으로 ‘남북경제공동체’를 구축하되 인위적인 정치통합을 지양하고 공동번영을 통해 민족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점진적∙장기적으로 ‘하나의 경제번영권으로 만들어 정치적 통일’을 모색”하는 통일비전 구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자유의사에 따른 남북한 주민들의 결정은 인간의 존엄성∙자유∙복지∙민주에 입각한 정치체제로 귀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따라서, 통일한국의 미래 비전으로 “민족구성원 모두에게 자유∙복지∙인간존엄성이 보장되는 선진민주국가”, “대륙과 해양을 잇은 G8규모의 세계중심국가”, “세계의 안전과 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비핵∙평화국가”로 지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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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성(서울대) 교수는 ‘통일 환경의 변화와 통일논의의 필요성’제하 발표에서 “통일에 대한 노력이 변화하는 한반도와 지역정치와 보편적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북한은 여전히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세계는 우리 민족끼리 합치고 발전할 수 없도록 다차원적으로 네트워크화된 세계이다. 따라서 한국이 장차 지구적 중진국이자, 열린 세계화된 국가로 발전하는 비전과 전통적 민족 공동체의 비전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한국의 미래 모습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 교수는 “한국의 통일과정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지역통합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통일한국이 분단 한반도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더욱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시키는 현실적 논리를 동시에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득은 통일과정에서 동북아 주변국들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노력에서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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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로 참석한 배명복(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의 하위개념으로 이해된다. 그 동안 통일정책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공식적이었고 지난 10년 정권에서도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했다. 대북정책은 정책에 따라 변화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북의 레짐체인지가 목표가 아닌 한 북한 스스로의 변화가 목표라면 일정 정도 원만하게 유지∙관리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정책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본다”고 말하며 지난 10년 정권의 햇볕정책을 옹호했다.
이어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서는 “홍보가 부족했거나 오해했거나 ‘상호주의적 대북정책’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북에게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보수층 민심의 선거구호로는 적당한지 몰라도 집권 후 정책으로는 한계를 가진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북핵문제는 남북차원이 아니라 국제적 차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북핵문제를 대북정책과 연계했다. 실용정책으로 보수층을 설득했으나, 스스로 발목을 잡혀 남북관계가 경색되게 했다”라고 비방했다.
배 논설위원은 따라서 “통일정책의 조정보다는 대북정책을 조정하고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며 “6.15, 10.4를 존중한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공식적이고 분명한 어조로 밝혀야 한다. 현상을 방치하다가는 정책실패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게다가, 그는 “남북관계의 경색에서 통일논의는 공허하다. 모순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에 책임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어 이 근(서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과 관련해 배 논설위원 의견에 동조한다. 통일을 논의할 때 현재가 아니라 미래라는 것, 미래시점이기 때문에 설득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통일 논의의 당위성보다는 통일논의의 당위성이 미래세대에게 설득력이 있냐는 것이다”라며 “통일의 담론을 설정할 때 꼭 풀어야 될 숙제라는 것과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통일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젊은 세대는 통일을 민족적 숙제로 보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 통일의 비전과 혜택을 국방의 의무, 일자리 창출 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꿈만 담아주면 안 된다. 통일의 부담도 있다고 말하고 설득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윤덕민 교수는 배 논설위원의 ‘MB정부 비방’에 대해 “비핵∙개방∙3000구상은 보수층 결집 효과는 없었다. 이회창 총재가 탈당의 계기였으며 보수층 15%가 이 후보를 지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반증하고, ‘비핵∙개방∙3000구상’은 “경제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해 북한에 주는 대규모의 경제 패키지지원, 즉 뉴 마셜플랜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비핵∙개방∙3000구상’을 가장 북이 싫어한다고 (배 논설위원이) 주장했는데, 미국은 비핵화 이야기 하면서, 일본은 납치이야기 제기하면서, EU는 인권문제를 전제로 북과 대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대북정책을 우리나라가 왜 해야하는 것인가?"라고 목표가 없는 정책을 왜 해야하는지 배 논설위원에게 되물었다.
윤 교수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전향적인 햇볕정책을 하면서도 북과 2년간 대화가 없었고, DJ정부는 북한에게 역도로 비난받고 햇볕정책도 비난을 받았다. 대포동 미사일 쏘고 미국과 북한의 양자구도가 되자 2000년 북한은 대화를 재개했다. 지금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배 논설위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 참석한 토론자 안드레이 란코프(국민대) 교수는 통일비전문제에 있어 “10년 전에는 꼭 풀어야 될 숙제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젊은 세대는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마지막 분단국가라고 하나 통일된 독일도 오스트리아가 있지 않나? 아랍국가도 있지 않나? 그들은 분단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들 머리 속에 있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아랍, 남미 등 분단은 한반도처럼 정치적으로 분단됐고 세월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한국은 민족주의가 강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통일은 아주 중요하지만 이러한 위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대로 지속되면 통일에 대한 관심이 20~30년 후면 없어진다”라고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는 “진보파든 보수파든 점진적이고 장기적∙기능적 통일을 해야한다며,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북에서 경제성장 이룩하고 경제적 격차를 줄이면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남한사람들은)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북한 사람들은 로봇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보기에 이곳 남한은 천국이다. 남한은 점진적 통일을 원하나 북한은 점진적 통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점진적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이다. 북한 사람들 로봇 아니다, 자신의 의견∙의지가 있는 인간들이다”라고 말하면서 “흡수통일 아니면 대립”이라고 잘라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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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홍구(통일고문회의) 의장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20년이다. 그들의 행운이 부럽다. 우리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를 희망한다"는 축사를 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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