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발사와 한국의 대응
공세적 균형의 추구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의 안보적 의미
북한은 지난 4월 5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고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이번 발사에 대해 현재까지 나온 평가를 종합해보면 위성은 실패, 장거리 로켓능력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지난 1998년 대포동1호 때는 최대 사거리가 2,500km로 추정되나 이번에는 2단계 추진체
낙하지점(3,600km)으로 보아 사정거리를 두배 이상 늘리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위성의 경우는 3단 분리 때 제대로 분리되지 못하고 추진체와 함께 추락했거나, 혹은 2, 3단이 분리됐더라도 거의 같은 지점에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 3단계 분리가 기술적 실패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분리해서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킬 의도가 없었는지는 미지수
이다. 북한이 의도했던 위성 등 어떤 물체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것이 북미방공우주사령부(NORAD)의 발표이지만 북한은 지금까지 광명성2호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하여 전파신호를 보내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핵실험 성공 이후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하며, 금번 발사로 장거리 투발수단 보유에 한걸음 더 다가섰고, 핵탄두 소형화까지 성공할 경우‘핵보유국’이라는 애매한 지위에서 명실상부한 ‘핵무기 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 활동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일반적 평
가이다. 북한은 2006년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결의안 1718호로‘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도록 제재를 받고 있다. 안보리결의안 1718호 제2항은“북한은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제5항은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미사일발사 중지(모라토리움)에 복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외면하는 동시에 대화를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오바마 행정부의‘뺨을 때린’것과 같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기조는 부시 행정부에 비해 대화와 타협, 통합과 균형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독 비확산 어젠다는 매우 강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는 느슨한 핵무기 물질 통제의 강화를 통해 테러리스트들의 핵공격 위협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세계적 비핵화를 향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NPT체제를 강화하여 북한이나 이란과 같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국가들이 자동적으로 국제적 제재에 직면하게끔 조치할 계획이다. 앞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에서의 연설에서‘핵무기 없는 세계’를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 역주행을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25일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이 시작되었다고 발표하며, 장거리 로켓 발사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반발해 그동안 공언해온 핵 억제력 강화를 행동으로 옮겼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표는 유엔 안보리 제재위원회가 북한기업 3곳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북한은 결국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는 동시에 북한의 전매특허로 여겨져 온 벼랑끝 전술에 다시 한번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의 전술이 과거처럼 통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대응: 공세적 균형의 추구
한국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카드는 제한적이지만, 북한에 더이상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수세적 자세에서 공세적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에서 보듯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한국에 비해 월등하다. 또한 스커드나 노동 등 단·중거리 미사일에서도 남북한 불균형은 심각하다. 이러한 불균형에 비해 한국의 미사일 방어능력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지극히 제한적이다. 심지어 한국이 미국의 MD에 참여하더라도 북한 미사일에 대한 효과는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
에 이제는 남북한 미사일 역량의 공세적 균형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요소는 비무장지대에 수도권이 근접해 있다는 사실과 한반도의 넓이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안보여건은 1,000만명 정도가 거주하는 서울이 비무장지대로부터 40~50km에 위치하고 있고, 남북 약 380km, 동서 약 260km로 매우 짧아서 비행하는 미사일에 대하여 반응할 수 있는 여지가 무척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에는 미사일 방어에서 적극적 방어(active defense)의 핵심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경로 방어(mid-course defense)를 적용하기가 어렵다. 또한 중간경로 방어를 위한 공간적, 시간적 여유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은 대기권 바깥으로 올라가지도 않은 채 한국의 표적지역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중간경로
요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수세적 태세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도 미사일 공격력을 확보해 공세적 균형을 취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 미사일협정을 개정하여 사거리 300km 제한을 넘어서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정밀타격력이 우수한 크루즈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만일 북한이 장거리 운반수단과 함께 핵탄두의 소형화까지 달성한다면 미사일방어(MD) 참여도 고려해야 한다. 그와 함께 평화적 우주개발을 위한 위성
능력 개발에 주력하여 독자적인 위성발사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위성발사체 기술은 결국 탄도미사일 기술의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단, 한국이 민수용 또는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로켓 발사체 기술획득에서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MTCR 등 비확산레짐은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MTCR은 사거리 300kg/하중 500kg 이상의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의 타국이전과 미사일 본체 또는 부품의 타국수출을 통제하는 자발적 협력체로서 현재 세계 3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둘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도 전면참가해야 한다. PSI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직면한 한국으로서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벌써부터 전면 참가했어야 할 사안이다. PSI는 그 원칙에 동의하는 모든 국가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비공식 협력체이지만 이미 세계 94개국이 참여하는 다자레짐으로 발전했다. PSI는 물리적 차단활동뿐 아니라
관련국들간 정보공유와 항만에서의 검색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북한의 동태를 주시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전면 참가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PSI에 참여하게 되면 남북한 충돌의 가능성이커진다고 우려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한국의 PSI 참여를‘선전 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주장도 남한을 향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PSI가 아니더라도 남북해운합의서에 의거, 북한 선박이 우리 해역에서 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운반할 경우 승선, 검색, 강제퇴거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PSI 참여 여부는 남북한 관계만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제 비확산 레짐에 대한 한국의 신뢰도 제고와 아울러 한미관계의 전략적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PSI에 미온적으로 임할 경우 비확산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게되어 향후 한국의 국익과 관련된 민감기술 획득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면 2014년에 종료되는
한미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파이로 재처리기술 획득이나 위성발사체 독자개발에 필요한 기술 획득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PSI 참여는 한미관계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이 PSI에 참여하면 대북정책의 공조는 물론 PSI를 제도화하겠다고 공약한 오바마 행정부와 협력할 여지가 커진다. 미 국무부는 2008년 5월 PSI출범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여전히 한국에 PSI 가입을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바 있다.
셋째, 국제공조, 특히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의 공조강화를 재확인해야 한다. 한미공조의 핵심은‘인식의 공유’에서부터 출발한다. 북한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단합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작년 중반 이후 북한 핵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가 드러나고, 장거리로켓에 대해서도 이견이 노출되는 양상이다.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은 내부적으로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때때로 혼선이 엿보인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에 대해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하든 미사일이라고 하든 발사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지만,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은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우주발사체(SLV)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언급했다. 티머시 키팅 미 태평양 사령관은 어떠한 북한의 미사일이라도 요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반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계획이 없다고까지 했다. 북한의 핵에 대해서도 비슷한 인식의 혼선을 노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에 나온 미 합동군사령부(Joint Forces Command)의『2008 Joint Operating
Environment』보고서와 국가정보위원회의『Global Trends 2025: A Transformed World』보
고서는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기술한 바 있다. 또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2009년 초 발행된 『Foreign Affairs』지 기고문에서“북한이 이미 핵무기 여러 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언급들이 미국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라는 자세를 취하지만, 이러한 언급들은 북한의 핵물질 확산시도를 레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실질적으로 북한 핵 보유를 용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및 미사일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즉,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인지, 아니면 관리가능한 수준에서 북한을 사실상의(de facto) 핵보유국으로 묶어둘 것인지가 관건이다. 북한이 가진 1~2개, 혹은 많아야 6~7개의 핵무기는 미국 입장에서 치명적 위협이 아닐지 모르지만 한국에게는 북한이 가진 단 하나의 핵무기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그렇기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신정부가‘비확산을 전제로 한 불완전한 핵 포기’를 타협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
향후 전망
오바마는 지난 4월 7일 G20 정상회의 후 방문한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핵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숙명주의야말로 치명적인 적”이라며“20세기에 자유를 위해 함께 싸웠듯, 21세기에는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바마의‘핵무기 없는 세계’의 비전에 이란과 함께 최대의 걸림돌이다. 반면 북한은 갈수록 핵과 대포동 미사일 개발을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는 김정일위원장의 꿈을 뒷받침하는 것이 핵과 미사일이기 때문에 북한은 수령체제의 보위와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현재의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면 필시 충돌로 치닫게 될 것이다. 북한은 오바마 안보전략의 첫 시험대인 동시에 김정일 후계구도의 안정성을 전망하는 바로
미터가 될 전망이다.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길어질수록 이명박 정부의 고민도 깊어갈 전망이다. 우리 정부의 PSI 전면 참가 방침은 확고하지만 현재 남북관계 경색을 고려해 발표 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SI 참여 문제는 우리정부가 참여 시기를 저울질하는 사이에 불필요하게 정치쟁점화 되고 말았다. 또한 우리정부는 PSI 참여가 북한과는 상관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정작 PSI 참여를 북한의 로켓발사와 연계지음으로써 역으로 북한이 PSI를 개성공단과 연계시켜 치고나오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되돌아 보면 한국정부
는 PSI 전면 참가를 선언할 기회를 이미 여러번 놓쳤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가 가장 호기였고, 북한이 핵시계를 거꾸로 돌린 여러 고비가 그러했다. 추후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거나 핵불능화를 심각하게 역전시킨다면 그 때야말로 주저 없이 PSI 전면참가를 선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http://www.sejong.org/)
이상현(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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