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의 조건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해결해야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된 기존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언함으로써 개성공단사업이 시작된지 9년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토지임대료와 임금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에 불응하는 남측 기업은 공단을 떠나도 좋다고 말함으로써 공단폐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는 개성공단사업의 문제가 발생된 근본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대책방향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사업은 2002년 남북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이라는 거창한 구호하에 착공되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 성공의 상징으로써 개성공단 건설을 성급히 추진하였던 관계로 개성공단과 관련된 합의나 계약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였다. 한 예로써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제10조 3항은 『북측은 (남측)인원이 조사를 받는 동안 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고 규정하였다.
기본적 권리라는 매우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으로 합의한 것이다. 북측을 상대로 맺는 합의서에 구체적이고 명료한 표현으로 규정해도 그들은 그 자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이행을 어렵게 만드는데 이렇게 원칙론적으로 규정해 놓았으니 북한으로 하여금 충분히 악용할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북한이 억류중인 유모씨에 대한 접견마저 거부하고 있다. 또한 우리 기업인들에 대한 신변안전 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고 3통(3通)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던 것도 당시 개성공단의 전시효과에만 급급했던 김대중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허점 때문에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 차단시키는 장난질까지 마음대로 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북한의 개성공단 계약무효선언을 보면 그들은 대외․경제관계에서 맺는 계약의 의미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계약이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변경하고자 할 때는 변경사유를 상대측에 알리고 만나서 대화부터 시작하는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일방적으로 계약 무효를 선언하고 싫으면 나가라는 식의 행동은 국제상거래에서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무법적 태도이다. 또한 북한은 개성공단사업을 통한 수혜자는 남한측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북한 권력층이다.
북한 당국은 50년간의 부지임대료 1,600만달러를 남한측으로부터 미리 받았고 북한근로자 3만9,000명의 월평균 임금 73달러, 연간 3,400만달러를 직접 가져가고 있다. 그 후 북한 근로자에게 현물과 북한 돈 (암시장 환율기준 2달러정도)을 주고 나머지는 북한 당국이 챙기고 있다.
이로인해 북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별로 없고 북한 정권의 체제유지비용만 증가시켜 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북한 당국은 유씨 문제를 남북접촉 의제밖의 문제라고 하여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데 세상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 민간인을 이렇게 무법적으로 장기 억류한다는 말인가.
북한은 지난번 두만강에서 체포한 미국인 여기자 2명에 대해 미, 북간에 아무런 합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양주재 스웨덴 외교관의 접견을 허용하였다. 그런데 남북합의서에 의하면 북한은 남측 인원에 대한 조사결과를 남측에 통보하고 경고 또는 범칙금 부과, 남측추방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는커녕 유씨에 대한 접견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밤낮 되뇌는 「우리 민족 끼리」구호가 허구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한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나. 첫째, 개성공단사업과 관련된 남북접촉의 재개를 계속 북한측에 촉구해야 한다. 만나서 서로의 의사와 입장을 밝히고 절충점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쌍방이 제기하는 모든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북한은 유씨 문제를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려 하지만 이것은 30여년 남북대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셋째, 우리 기업인들의 철저한 신변안전보장을 받아내야 한다. 이것은 공단운영의 본질문제로써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넷째, 유모씨의 무조건 즉각 석방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유씨 석방여부는 우리 기업인들의 신변안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통행, 통신, 통관등 3통(3通)협정이 체결되어야 한다. 북한이 우리 기업인들에 대한 개성공단통행을 제한하거나 차단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기업활동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절대 필요한 것이다.
여섯째,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직불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임금은 북한당국이 아닌 근로자 당사자에게 직접 지불토록 하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과 토지임대료인상에 관해서는 쌍방이 절충점을 모색하되 어디까지나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해결해야 할 것이다.
북한 요구대로 임금을 중국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입주기업들의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만약 임금을 월 130달러 선으로 인상할 경우 입주 기업중 20%~30%만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의 철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럴 경우 정부가 운영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국민세금인 국고보조를 해주면서까지 공단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기업의견을 존중하되 북한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공단폐쇄까지도 각오하는 결연한 자세로 나가야 할 것이다.(konas)
송영대(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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