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논란을 지켜보며
미디어법의 통과로 소비자는 방송에 대한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
대기업·신문의 방송진출을 부분적으로 허용한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방송·신문·IPTV법 등 3개 미디어법이 여당 단독처리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미디어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만 7개월 동안 국정을 혼란케 했던 법안이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면서 일차적인 마무리가 된 듯싶다.
그러나 본회의장 안팎에서 여야의원들간의 난투극, 여당의원들의 본회의장 단상기습점거, 재투표 등 난장판 속에서 처리된 법안이므로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후폭풍이 매우 두렵긴 하다. 벌써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법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이미 의원직 사퇴를 선언함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여야의 정치적 충돌이 더욱 격해질 것임을 예상할 수가 있다.
여야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수많은 갈등을 낳았던 미디어법 문제는 결국 긴 시간 동안 서로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여당의 단독으로 처리되었지만 필자는 미디어법 통과 자체에 그 의미를 두고자 한다. 물론 한나라당의 무리한 법 처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나, 야당의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운 태도는 여당으로선 어쩌면 지금과 같은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분명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쟁점사항에 대한 진실과 중요성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길이 더 큰 후유증을 막을 수 있는 길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법과 관련된 여야의 경제적 논쟁의 핵심은 미디어 다양성과 공공성의 훼손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우선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찬성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지만, 사실 논리적 오류는 양측 모두에 존재한다. 미디어법 개정안으로 인해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은 올바른 견해이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산술적 계산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예측할 수 없다.
반대로 자본의 힘에 따라 여론의 독점이 심화되어 방송의 공공성을 헤칠 수 있다는 야당의 지적은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이러한 주장이 문제시될 수 있으나,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공유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의식수준 역시 매우 성숙된 시점에서 특정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견해는 자신들의 기득권 보장을 위한 목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가 행하고 있는 미디어법은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권 수립을 위해 실시했던 법안으로,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고,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의 시점에서 이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사실 무리가 있다. 또한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더더욱 가속화 될 것이며, 점차 외국의 대형 미디어 산업의 국내 진출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인만큼 이를 대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현재 겸영을 완전히 금지하는 규제는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가입국 30개 국가 중 10개 국가는 아무런 규제 없이 허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일부 제한을 둔 조건부 겸영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지나친 규제와 진입장벽으로 인해 방송사간의 경쟁체제를 저해하고, 오히려 그들의 영역을 보장해 줌으로서 여론의 독과점화나 여론조작의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진입규제로 인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한정된 상품만을 구매할 수 있었던 소비자는 미디어법의 통과로 인해 방송에 대한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며, 진입이 자유로워지면서 경쟁으로 인한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이 향상될 것이다. 또한 외국의 거대한 방송사에 맞설 수 있는 환경 조성으로 미디어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그에 따른 고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시장에는 예외가 될 수 있는 특정 상품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산업이든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보장되어야만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으며, 국제적 경계가 사라지는 지금은 시장의 역동성으로부터 더 많은 경쟁 속에서만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가장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하루 빨리 여야의 미디어법 개정안의 충돌이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http://www.cfe.org/)
기정우(시민논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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