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무덤이다

Written by. 양동안   입력 : 2009-08-10 오전 11:03:54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1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는 광장이 민주주의에 매우 필요한 존재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8월 초 광화문 광장을 시위 없는 광장으로 만들려는 서울시 조례 제정과 관련한 논란이 일 때 한 대학교수는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보루’(조선일보 2009년 8월 5일자에 인용된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말)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초 ‘6·10항쟁기념 범국민대회’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는 것을 불허하는 서울시의 방침을 무효화하기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서울광장을 점령하면서 내건 플래카드에는 ‘광장 없이 민주 없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광화문 광장이 시위 없는 광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가 개최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광장이 민주주의를 위해 필수적인 것처럼 말하는 그런 주장들에 대해서는 뚜렷한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가 광장을 민주주의에 매우 필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 시사한다.  

정말로 광장은 민주주의에 필요한 존재일까?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보루’라거나, ‘광장 없이 민주 없다’고 말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광장’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광장 그 자체는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도 해로운 것도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광장’은 광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군중 집회와 시위를 의미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군중 집회와 시위가 불가능한 광장은 광장이 아니다. 따라서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보루’라거나 ‘광장 없이 민주 없다’는 그들의 말은 군중 집회와 시위가 민주주의의 보루이며, 군중 집회와 시위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볼 때,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보루’라거나, ‘광장 없이 민주 없다’는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여부는 군중 집회와 시위가 대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인지 여부 및 군중 집회와 시위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 판단될 수 있다. 군중 집회와 시위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보장되는 정치적 자유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가 그것을 보장하는 것은 그것이 대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이거나 대의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그런 방법으로라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해서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고, 그 대표들이 정해진 임기 동안 소신에 입각하여 의정활동을 전개하고, 자기들의 의정활동의 결과를 놓고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군중 집회와 시위는 국민 대표들의 소신에 찬, 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군중 집회와 시위는 국민대표들로 하여금 소신에 입각하면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로 의정활동을 하지 말고 군중이 요구하는 바대로 의정활동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중 집회와 시위는 국민대표에게 압력을 가함에 있어서 전국적·전국민적인 관점에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군중 집회와 시위를 조직한 주동자들의 부분적이고 파당적인 관점에서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국민대표들이 이처럼 부분적이고 파당적인 관점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수용하게 되면 대의 민주주의는 잘못된 정책을 양산하여 비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것이 되풀이 되면 대의 민주주의 자체가 와해된다.

요컨대, 군중 집회와 시위는 대의 민주주의의 순조로운 실천을 방해하는 것이고, 그것이 반복되면 궁극적으로는 대의 민주주의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군중 집회와 시위의 발생 무대로 이용되는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보루일 수가 없고,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이 될 수 없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과장표현법을 모방하여 말하자면, 군중 집회와 시위의 무대가 되는 ‘광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무덤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광장에서 군중 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빈도는 그 나라의 대의 민주주의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이용될 수 있다. 세계에서 대의 민주주의가 가장 수준 높게 실천되고 있는 민주국가들은 모두가 광장에서 군중 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빈도가 매우 낮은 나라들이다. ‘광장 없이 민주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과장표현법으로 빌려 말하자면, ‘광장이 없는 나라에서 대의 민주주의는 화려한 꽃을 피운다’라고 말할 수 있다. 대의 민주주의는 국정의 모든 쟁점들이 의회에서 토론되고 결정될 때만 온전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혹자는 광장집회가 제도화 되었된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광장이 민주주의의 필수요소라고 주장할 지 모른다. 그러한 주장은 아테네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직접 민주주의였다는 사실과 아테네에서의 광장집회는 당파나 음모가 집단이 사람들을 선동하여 개최하는 군중 집회가 아니라 시민의 대표들로 구성된 500인 회의가 소집할 때만 개최되고, 500인 회의가 제시한 의제만을 토론하여 결정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릇된 것이다. 시민들이 국정의 중요문제를 직접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도 임의적으로 조직된 군중 집회는 금지되었던 것이다.(http://blog.daum.net/pre-agora)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백두산    수정

    광장에 모인 수 천명의 불평 불만의 부법, 무직자, 푸로 반대꾼이 5000 만을 대표 할 수 있는가 ?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쓰고 있으니 평화로운 사회에서 격리시켜야지요! 연세대 김기호 교수는 불법자들, 푸로 폭력 데모꾼들이 모여 체제를 무너뜨리려하는 무법자들에 의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

    2009-08-14 오후 5:38:22
    찬성0반대0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