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을 계기로 다시 생각 해 보는 한반도 전략구상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분쇄하는 우리의 대안은 보다 적극적인 대북, 대외정책이다.
8월 4일 오전, 전 미국 대통령 클린턴이 마치 007 작전을 방불하듯 평양을 방문, 140일 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던 두 명의 미국인 기자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클린턴의 방북은 사전에 대단히 잘 조율된 일이었음이 틀림없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잘 알지 못했고, 그 결과 클린턴 방북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분석가들은 클린턴의 방북이 마치 15년 전 카터의 방북과 유사하다고 말하며 막혔던 미북 관계에 대화의 물꼬를 틀지 모른다고 기대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카터 방북 후 결국 북한은 핵실험을 두 번이나 한 핵보유국이 되었다며 기왕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 보인다. 현 오바마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클린턴의 북한 방문은 북한의 핵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인도주의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한계를 긋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클린턴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 자국 기자들을 구출 해 냈다는 사실은 미국이라는 나라, 한미관계, 미북 관계 그리고 남북 관계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핵문제와는 별개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클린턴 방북이 온전히 인권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아무것도 주지 않은 채 이번일이 가능했다고 믿을 수 없다. 몇 시간 대화 했다는데 김정일이 클린턴에게 한말은 무엇이고 클린턴이 김정일에게 한말은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사실은 이번에도 미국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고 구출해 내는데 있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적극적인 나라라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억류될 당시부터 8월 5일 석방되는 그날 까지 두 명의 미국 여기자들은 조국이 자신들을 반드시 구출해 내고야 말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클린턴의 방북은 미북 관계에서 한국이 능히 빠질 수 도 있다는 교훈을 준다. 미국은 자신의 국가이익을 위해 한국 모르게, 혹은 한국을 빼놓고 북한과 거래 (deal)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한국은 도움이 되지 못하니 미국은 스스로 북한과 직접 거래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클린턴의 방북이 본질적으로 인권 문제였다면, 인권문제는 인류 보편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마땅했다. 이미 4개월이 지난 개성공단 직원 유 모 씨 문제와 최근 계기 고장으로 북한 해역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선원 등 한국인 억류자들의 인권 문제도 진행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이들에 대해서도 강하게 언급 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클린턴과는 대조적으로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김정일의 모습은 북한과 남한의 종북 주의자들이 입만 열면 돼내이는 “우리민족끼리” 라는 허구의 가증스러움을 다시 증명했다. 미국 기자들은 호텔급 주거지에 머물며 미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도 여러 차례 했다는데 같은 민족이라는 유 모 씨와 억류선원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정일의 웃음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물급 인물이 평양에 날아와 자신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흡족 하다는 마음의 표시일수 있겠다. 그는 자신의 평생의 대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허상을 좇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은 자신의 대전략이 거의 완성 되 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정일의 대전략이란 물론 자신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지금도 미국이 눈 감아주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012년 4월 15일 김일성이 100살 되는 날을 ‘강성대국을 열어제낄 날’ 이라며 선동하고 있다. 여기자들의 억류, 클린턴의 방북 등은 모두 김정일 정권이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계기요 소품 들이다.
부시는 독재자와는 악수도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오바마는 어떤 독재자와도 이야기 하겠다고 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묘사한 부시는 김정일의 감언이설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반면 오바마는 독재자들과도 악수하고 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은 바로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오바마 주변의 거물들을 다 동원한 것이다.
우리는 클린턴의 방북을 통해, 우리민족끼리라는 논리의 허구성과 북한의 집요한 통미봉남 전략을 다시 보았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분쇄하는 우리의 대안은 보다 적극적인 대북, 대외정책이다.
현재와 미래에 있어 한반도의 문제를 해소하는데 대한민국이 제1 주역이라는 사실을 미국도 중국도, 그리고 북한도 절감토록 해야 한다. 북한에 긴급사태가 일어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일이 아니다.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한반도의 통일’ 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 이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konas)
이춘근(이화여자 대학교 겸임교수/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이 글은 민생경제정책연구소가 간행하는 이슈와 정책 8월호에 게재 될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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