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물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초췌해 보였다. 그리고 한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이자 행정부의 수반이며,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외국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상 최고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대통령이 손수건을 꺼내들고 눈자위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 것이다.
19일 아침 TV 방송으로 생중계된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였다. 특히 이 날 연설은 평소 중계하던 KBS라디오와 인터넷은 물론 KBS·MBC·SBS 방송3사가 다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리사회가 지난 3월26일 밤 9시22분 그 시각 이후 어느 위치에 와있고, 전체 국민의 마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이 날 연설을 해나가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하면서 살아있을 때 불러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며, 이창기 원사를 시작으로 장철희 이병에 이르기까지 46명 순국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내려 갔다.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매 순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서해 NLL 인근 백령도 앞 바다를 경계하며 단 한시라도 긴장의 고삐를 풀지 않은 채 칠흑 같은 어둠이 깃든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북한의 어뢰로 추정되는 공격에 의해 풀잎처럼 스러져간 '바다의 영웅'들의 이름을 부르다 감정이 격한 듯 울먹였고,“편안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는 대목에서는 결국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대통령의 호명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등성명을 대면서 우렁차게 복창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것 같다”고 해 군수통수권자로서 국가의 부름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다 숨져간 부하 장병들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토로했다.
어쩌면 중계방송을 지켜본 대다수의 시민들도 이 대목에서는 함께 울컥 했으리라는 생각이다. 금방이라도 '충성'구호를 붙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달려와 얼싸안을 것만 같은 생떼 같은 자식을 차가운 바닷물에 묻어야 했던 희생 장병 부모의 참담한 심경이야 말할 나위 없고, 군에 자식을 보낸 우리네 부모의 마음 또한 형언키 어려웠으리라.
더불어 전후방에서 군대생활을 겪은 남자들 또한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입에서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순국한 장병 한 사람의 한사람의 이름이 불리어 질 때 본인 스스로도 진한 감동과 여운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래 전 군 초년시절, 상급지휘관으로부터 이름이 불리어질 때면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면서도 두동자세로 '네 00 000' 하며 관등성명을 대고, 이어 지휘관의 격려를 받을 때면 그 얼마나 가슴 벅차 오르며,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것 마냥 가슴 부풀며 대한민국 군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기개가 용솟음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영웅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호명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이 날 대통령은 순국 장병들에게 분명한 어조로 약속했다. "대통령으로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다"고.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대통령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철통같은 안보로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나는 우리 군대를 더욱 강하게 만들겠습니다"고. 그러면서 강인한 '정신력'의 중요성과 함께 죽음이 경각에 달려 있는 그 순간에도 자신보다는 동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전우애를 발휘했던 장병들의 필사적인 노력 또한 잊지 않고 격려했다.
세계의 이목이 지금 한국에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와 협력 하에 진행되고 있는 침몰원인규명 조사가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져야 한다. 대통령의 약속처럼 어떤 경우에도 명명백백하게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고, 국민은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따라서 침몰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면 국가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명백하고도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5천년 역사 문화민족으로서의 '대한민국' 국가 주권과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도 한 때문이다.
조국의 영해를 지키다 순국한 46명 바다 영웅들의 명복을 빌며 희생장병 앞에 다짐한 대통령의 약속과 그 눈물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지도자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지식인과 학생 등은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으로서의 역할과 도리를 다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순국 영웅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또 다른 과업이기도 한 때문이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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