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응징 泰山鳴動鼠一匹로 끝날 것인가
무력 응징 없는 대북 제재는 제2, 제3의 천안함 자초, 나아가 김정일의 전면 도발 유발케 할 수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란 문구가 있다. 큰산이 소리내어 요동 쳤지만 쥐 한 마리 뿐 이었다는 말이다. 크게 떠벌리기만 할 뿐 실제 결과는 별것 없다는 의미이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력 응징이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동안 천안함 격침에 대해“단호하게 대처"“군사적 비군사적 계획 강구”라고 큰 소리 내며 요동쳤지만 날이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는데서 그렇다.
4월15일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군사적·비군사적 모든 다양한 계획을 나름대로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4월19일 TV와 라디오를 통한 천안함 희생자 추모 연설에서“천안함 침몰원인을 끝까지 밝혀....단호하게 대처 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말은 우리가 당한 만큼 북한에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북한의 군사 공격에 상응하는 반격을 함축한 것으로 들렸다.
실상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6.25 기습남침 이후 최대 최악의 군사 도발이라는 데서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단호한 무력 응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격분이 가라앉으면서 또는 가라앉기를 기다려 “단호한“ 무력 응징이 아니라 외교·경제적인 부드러운 대응 방향으로 물러서고 있다. 그 같은 정부의 대처 징후는 네 가지 측면에서 감지되었다.
첫째, 이 대통령의 무력 응징을 배제한 외교·경제적 제재 방향은 4월30일 중국 방문을 계기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만나 천안함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중국측에 사전에 알리겠다”며 중국의 협력을 요청하였다. 이 대통령이 중국에 협력을 구하였다는 것은 외교·경제적 제재에 협력해달라는 말이었다. 무력 응징을 위한 협력 요청은 아니었다.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으며 상호방위조약 까지 체결한 상태라는 데서 우리의 대북 군사 응징을 도와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둘째, 미국도 외교·경제적 제재로 그치기를 바란다는 데서 군사응징은 더 어려워져 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동맹국가의 군대에 대한 군사적 공격으로 간주하며 공동대응에 적극 나서겠다 면서도 무력 응징을 거부하는 자세이다.
미 상원은 천안함과 관련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하지만 이 결의안을 주도한 칼 레빈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천안함 침몰 보다 더 큰 비극을 부를 수 있는 긴장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첨언하였다. 남한의 대북 군사 응징으로 인한 “더 큰 비극”을 자제해 주기를 바란다는 견제 메시지 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외교·경제적 제재 정도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 있고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까닭이다. 그밖에도 미국인들이 희생된 것도 아니라는 데서 군사보복의 부담을 떠 안으려 하지 않는다.
셋째, 우리 정부가 무력 아닌 외교·경제적 제재로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포착되었다. 김 국방부장관이 “군사적.비군사적 모든 다양한 계획 강구”를 밝힌데 대해 한나라당 쪽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동성 의원은 “잘못하면 전쟁이 날지도 모르지 않느냐. 군사적 조치 고려는 어렵지 않느냐”고 견제했다.
친북좌편향 야당 의원의 친북 발언을 연상케 하였고 북한의 반격이 두려워 겁먹은 언어였다. 김학송 국방위원장도 김 장관의“군사적.비군사적은 김장수 의원의 질문에서 나온 표현이었다”며 군사적 대응을 말 한 것이 아니라고 희석시켰다. 정부가 이미 군사적 대응을 접었음을 엿보게 한 한나라당 내부의 반응이었다.
넷째, 무력 응징을 배제하고 외교·경제적 제재 쪽으로 간다는 느낌은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니 뭐니 하는 조직을 급조해 무력 응징보다는 군 내부 개혁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는데서 포착되었다. ‘국방개혁 2020'에 대한 재조정 등 장래 국방 대비책을 중점적으로 띄운다는 것이 그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대북 무력 응징 보다는 재발 방지 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여론 조성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에 대한 무력 응징은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나 가고 있다. 하지만 무력 응징 없는 외교·경제적 제재는 백번 되풀이해야 김정일의 반복되는 대남 군사도발을 결코 차단할 수 없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유엔과 미국 등을 통한 대북 외교·경제 제재는 취해졌다. 하지만 김정일의 도발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날로 더 잔혹하고 대담해지고 있을 따름이다. 무력 응징 없는 외교·경제적 제재는 1억원의 추징금 선고를 받은 범법자에게 1천원의 과징금 정도를 더 추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력 응징 없는 대북 제재는 김정일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들어 제2, 제3의 천안함 격침을 자초할 따름이고 나아가 김정일의 전면 도발을 유발케 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방법, 적절한 대상을 선택한 “단호한“ 무력 응징은 기필코 결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