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作權 연기가 군사주권 포기라고?
지구상에서 연합작전이나 동맹하지 않고 나홀로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나라는 없다.
지난 6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2012년 4월로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오바마 대통령과 합의한 것은 그동안 국민들이 품어왔던 안보 우려를 일거에 말끔히 씻어 준 결단이자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수년 간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전환 반대 1천만명 서명운동을 주도해 온 재향군인회로서 적극 환영하고 지지해 마지 않는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현재의 전시작전통제권과 한미연합사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군사주권과는 전혀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전작권 하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한결같이 유지하며, 다만 전시상황에서 작전지휘권이 연합사령부 체제 내에서 단일화될 뿐이다. 결국 전작권은 한·미 대통령의 결정과 양국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이 참여하는 한미안보협의회(SCM)와 군사위원회(MC)의 통제를 받아 수행하는 것이지 미군 단독으로 작전지휘를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에 대해 ‘자주국방 훼손’이자 ‘군사주권 포기’라며 거짓 왜곡 선동을 일삼는 세력이 있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유럽의 선진국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유사시 미 사령관에게 전작권을 위임한다. 이는 전작권 유지가 ‘자주국방’이나 ‘군사주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현대는 안보도 상호 의존하는 시대다. 지구상에서 동맹하지 않고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나라는 없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각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동맹을 결성해 국가안보를 유지한다. 4대 강국으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경우 강력한 한미동맹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전작권 유지가 한미동맹을 굳건하고 공고히 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 정부의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에 국민 모두가 일심 단결하여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안보 문제에 대한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북한은 이미 두 번에 걸친 핵실험을 끝내며 핵무장 완성 단계에 있고,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보듯 잠수함 공격능력을 급격히 증대시키는 한편 18만에 이르는 특수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후방에 침투하여 내부 교란과 파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북한의 비정규전 능력 배양은 핵무기와 이미 실전배치한 생화학무기, 그리고 미사일 공격능력에 더해 새로운 ‘비대칭 전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정일의 병세 악화로 인한 북한 급변사태 대비 차원에서도 한미연합사 해체는 시기상조다.
그럼에도 우리 방위태세는 전작권 전환을 결정했던 당초의 계획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노무현 전 정권은 매년 국방비를 9.9%씩 증액하여 군 현대화를 위해 2012년까지 151조원, 2020년까지 621조원을 투입키로 했으나, 현재로선 실현할 수 없는 계획이 되고 말았다. 올해 국방비는 전년 대비 3.6% 증액에 불과하다.
현재까지의 전작권 전환 대비 실적도 계획에 크게 못 미쳐 향후 막대한 예산과 축적된 노하우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자체 방위역량 확보의 속도가 이처럼 더딘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의 무리한 강행은 북한의 위협에 우리의 안보태세를 사실상 무력화함으로써, 결국 국가의 존립과 생존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한반도 안보상황의 지속적인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2015년 이후 전작권 전환 재고 문제가 또 다시 이슈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단지 3년 7개월의 짧은 유예는 아쉬움을 남긴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이 지적하듯, 핵무장한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전작권 전환 계획 자체를 폐기함이 보다 나은 방안이라는데에 공감한다.
어쨌든 전작권 전환 연기라는 합의를 이끌어 낸 이명박 정부의 용단에 지지를 보내며, 이는 곧 지난 3년 9개월간 전작권 전환 연기를 위해 10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해 온 애국 시민들의 염원과도 일치한다.
이번 전작권 연기가 끝이 아니다. 2015년까지 미흡한 안보환경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향후에도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안보 태세와 안보 환경을 끊임없이 점검하여, 필요하다면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유보할 수 있는 유연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konas)
박세환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