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 좌절의 교훈과 善後策
해국적 세종시 원안의 폐해를 막기위해 국민투표로서 국회의 해국적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밖에 없다.
장기간 정치적 쟁점이 되어왔던 세종시 수정안(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특별법 개정안)이 예상했던 대로 지난 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었다. 국회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은 세종시 건설계획을 수정하려는 이명박 행정부의 노력이 일단 좌절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명박 행정부의 세종시 수정 노력 좌절은 두 가지 정치적 교훈을 남겼다.
첫째 교훈은 대의민주주의에는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올바른 일이라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게 만드는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는 인류가 경험한 정치제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좋은 정치제도이기는 하지만, 완벽한 제도는 결코 아니다. 특히 국회의원의 선출이 누가 국민의 의사를 보다 잘 대변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인맥에 따른 정당공천후보자에 대한 정당적 지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거나, 다수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다수 국민의 생각과 다를 때는 대의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지 못하고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정치’가 된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여 국가의 행정부처가 서울과 공주의 두 지역으로 크게 나누어질 경우 국가에 두고두고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는 점은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아직도 그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한 가족을 서울과 공주로 분산시켜 아버지와 아들은 서울에 생활하고 어머니와 딸은 공주에서 생활할 경우 그러한 가족분산이 그 가족의 가정경제 및 그 가정분위기에 초래할 피해를 상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국민의 대부분은 상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종시가 원안대로 건설되어 많은 행정부처들이 공주로 이전하게 되면 국가에 피해가 누적될 것임을 이해하고 있고, 따라서 세종시 건설 계획을 적당한 내용으로 수정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 국회가 압도적 다수표로 행정부 측의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키고 난 지금에도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여 행정부처를 대대적으로 분산시키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한 대의민주주의에 내포된 결함 때문에 대한민국의 행정부처를 대대적으로 분산시키는 해국적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실행될 수밖에 없는 개탄스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둘째 교훈은 압도적 다수 의석의 국회의원을 확보한 집권당을 거느린 행정부가 올바른 일을 수행하려 하드라도 그 일을 올바른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진행하지 않으면 그 수행에 실패하게 된다는 점을 일깨워준 것이다.
이명박 행정부의 정당인 한나라당은 국회 재적의 반수를 크게 초과하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서 국회의원 과반수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의안이라면 설사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 노무현 행정부는 집권당인 열우당이 국회 재적의 절반을 간신히 넘긴 의석만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에 해로운 옳지 못한 일인 행정부처 분산을 결정한 세종시 건설법안을 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시하고 통과시켰다. 이명박 행정부가 국회의 넉넉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국가에 피해를 주는 사업을 저지하는 올바른 일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은 이명박 행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 과정과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행정부는 세종시 건설계획의 수정을 결정함에 있어서 한나라당 내 제2파벌의 수장인 박근혜 의원을 협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통고의 대상으로 삼았다. 박근혜 의원은 단순한 당내 제2파벌의 수장에 그치지 않고 차기 대선 출마 예비후보자 중 최고의 여론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인물이다.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과 같은 까다로운 일을 결정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그런 큰 비중을 가진 당내 동지와 협의하지 않고, 행정부 내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 ‘결정했으니 따라오라’고 통고하는 것은 일을 그르치기에 안성맞춤인 처사이다.
박근혜 의원이 아니라 하드라도 그와 같은 비중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그러한 대우를 받게 된다면 누구라도 박의원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 더구나 세종시 수정 추진과 관련된 일들이 자기의 정치적 기반을 약화시키려는 공작의 일환이라는 의혹까지 일게 되면 박의원과 같은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을 추진함에 있어서 이명박 행정부가 저지른 또 하나의 오류는 수정안의 내용을 압도적 다수 국민이 지지하고 충청도민의 상당수도 양해할 수 있는 것으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일찍이 『정론공방』에 게재된 칼럼을 통해 세종시 건설을 용이하게 수정할 수 있는 방안으로 ‘3개 부처 이전을 포함한 제2행정수도’ 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필자는 또 정운찬 총리팀이 작성한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었을 때 그런 내용으로는 세종시 수정을 관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정총리팀이 작성한 수정안의 내용은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국민들 중의 지지규모를 최대화하기 어려운 것이고, 충청도민의 상당수로부터 양해를 얻어내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총리팀이 제안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현시점에서 해국적인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옳은 대책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원안에서 한 가지 사항도 보태거나 빼지 말고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다. 원안 고수파들은 이제 와서는 원안 집행에 더하여 수정안에 들어 있는 보완책(통칭 +α)도 집행해야 한다는 ‘꽁도 먹고 알도 먹으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 주장은 해국적인 일을 하면서 추가로 이득까지 보자는 것으로서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도둑의 심보이다.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에 반대해온 사람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기왕에 세종시 건설이 불가피하게 된 이상 이명박 행정부가 넓은 도량으로 원안에 +α까지 집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과 그에 +α를 추가했을 때 초래될 국가적 피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자못 대인인척 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위선적 언사이다.
세종시를 원안에 가감없이 집행해야 하는 것은 세종시 건설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며, 행정부나 국회가 잘못된 결정을 해서 해국적 사업을 집행했을 때 그것이 국가에 어떤 피해를 주는가를 국민에게 일깨워주는 역사적 교육자료로 사용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어차피 세종시로 다수의 행정부처가 분산된지 몇 년 가지 않아서, 늦어도 20~30년 이내에는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들을 서울로 원상복귀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에 원안에 +α를 해서는 안 된다. 세종시로 행정부처들을 대폭 분산시킨 후 발생하는 국가적 피해를 실제로 체감하게 되면 애국적인 국민과 정치인들이 그것을 방치할 리 없기 때문에, 그리고 늦어도 20~30년 내에 남북한의 평화 및 통일이 실현되면 서울의 민족적 수도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들은 다시 서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 해국적인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다수 국민과 이명박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책은 국민투표의 실시이다.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에서라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회의 표결결과는 국회해산 감이다. 그런 정부형태에서는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에 의해 국회의 해국적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대통령제 정부형태에서는 국회해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민투표로서 국회의 해국적 결정을 무력화시킬 수밖에 없다.
‘원안대로의 세종시 건설’에 반대하는 애국적 국민들이 새로운 수정안을 작성하여 그에 대한 유권자 다수의 지지서명를 받아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그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청원하는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국민투표에 회부하거나, 그런 복잡한 절차 없이 애국적 국민들과 이 대통령이 협의하여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지지하고 충청도민의 상당수가 양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정안을 만들어서 대통령의 권한으로 그 수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다.
국민투표 실시는 오늘에 살고 있는 국민이 후대의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여 국가에 해로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방조한 어리석은 국민이었다는 욕을 먹지 않을 대안으로서 남아있는 유일한 대책이다.(konas)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