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헬기 '허위 정비'는 利敵행위
정비체계가 각급 군 지휘관의 중요한 지휘책임 아래 있음을 고려해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도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부산지검은 19일 해군 대잠 초계기 P3C와 대잠 링스 헬기 레이더 정비용역업체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방산업체는 2003년부터 7년간 링스헬기를 용역정비해 오면서 교체하지 않은 전자장비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한 것처럼 속인 뒤 42차례에 걸쳐 모두 14억3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 부도덕한 한 업체의 경제사범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적(利敵)행위에 가깝다. 전투 시 적아(敵我) 간에 쌍방은 적 장비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작전 시행 전에 특수부대를 적진에 침투시켜 핵심 전투장비를 파괴하거나 주요 부품을 탈거(奪去)해 무력화를 시도한다. 이번 사건도 내부의 적을 이용한 장비 무력화 형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군은 이러한 작전에 대비해 자체 경계를 강화하고 전투장비는 항상 작전 가능 상태(통상 가동률이라 하며, 전체 보유 장비의 85% 이상을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를 유지하도록 주기적으로 예방정비를 단계화하고 있다. 이는 각급 지휘관의 중요 책무 중 하나다. 전차, 유도탄, 통신, 함정 및 항공기 등의 창정비 분야의 경우 고도의 기술과 대규모 시설 그리고 많은 전문인력이 요구되는 특성을 고려해 민간업체에 용역정비를 하고 있다. 물론 이 민간 용역정비업체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방산업체로 지정되며 군사 보안 규정을 준수하게 된다.
이번 ‘허위 정비’ 사건은 비록 링스헬기 레이더가 성능상에는 문제가 없지만 군납 시 생산자가 보증하는 수명주기가 도래한 레이더 전자부품을 교환하거나 레이더 부품의 초정밀 기능 저하로 정비하도록 의뢰된 것을 교체하지 않고 교체한 것으로 속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련 용역정비업체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링스헬기 레이더가 곧 성능을 상실할 이적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이를 감독·확인·점검해야 할 군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업무 태만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북한 잠수정 어뢰 피격으로 폭침된 천안함사건이 대잠 능력 문제를 포함해 뒷수습이 아직 완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사건이라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추락에 한 몫을 더 할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 군을 곤욕스럽게 하는 것은 검찰이 20일, 지난 4월17일 서해 소청도 부근에 불시착한 링스헬기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전파 고도계’가 허위 정비 방산업체와 관련 있는 방산업체의 용역정비 내역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점이다. 당시 해군은 링스헬기가 해당 업체의 정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기에 해군 정비체계에 무슨 총체적 문제점이 있지 않나 우려된다.
이제는 4월15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링스헬기가 초계 임무중 추락해 조종사 등 4명이 숨진 사고도 조종사 실수인 비행착각이 아닌 장비정비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군 당국은 각종 정비 용역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정비 체계를 점검할 계획이며 해군도 장비 수리 후 성능평가와 부품 교환 여부를 재확인하는 등 정비 시스템 전체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제에 국방부는 정비체계만 다잡을 게 아니라 정비체계가 각급 군 지휘관의 중요한 지휘책임 아래 있음을 고려해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도 후속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 착수로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관련 지휘체계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면 이만저만한 직무태만이 아니다. 이는 전투력의 3요소인 우수한 장비, 고도로 숙달된 장비운용 능력, 그리고 전투 지속력인 장비정비능력 중 한 축이 무너지면 3요소 전부가 무용지물이 돼 전투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konas)
김 규(성우회 정책연구위원)
*이 글은 7.21일자 문화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