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의 방북과 북한의 외교술
자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책무..북한 억류 한국국민 송환 노력해야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7개월 동안 북한에 구금되었던 미국인 곰즈(A. M. Gomes)를 동반하고 8월 28일 귀환하였다. 지난해 8월에는 빌 클린턴(Bill Clinton) 전 대통령도 역시 5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려 왔다. 미국 전직 대통령이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북한을 직접 방문하여 억류되었던 자국민을 석방시켜 데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의 외교술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위해서라면 전직 대통령까지 동원되고 있는 모습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자국민을 석방시켜 데리고 귀환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비록 전직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미국 대통령이 한두 명의 자국 시민을 구하기 위해서 직접 나선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주의적인 차원을 떠나 그것이 국가의 존재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런 모습이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에 대하여 자긍심과 충성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이 억류된 자국민을 석방시킨다는 인도주의를 구실삼아 북-미간에 직접 대화의 물꼬를 트거나 우리나라를 배제한 채 모종의 직거래가 이루어질 것을 우려하여 심기가 불편한 것은 숨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냐를 불문하고 자국민의 석방을 위해서 노력하는 미국 정부나 전직 대통령에 대하여 솔직히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나라든 자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책무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상당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다른 한편 한두 명을 석방시키는 조건으로 대통령까지 지낸 고위인사를 평양에 불러들이는 북한의 외교술에 대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제관계에서 국내 실정법을 위반한 외국인을 억류하는 것은 문제삼을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자에 대하여 형이 만료되기 전이라도 내국인이 아니라는 정상 참작, 범법자가 소속한 국가와의 외교관계, 죄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강제 추방형식을 빌어 석방할 수 있다. 이는 정상국가(正常國家)가 자국 내에서 불법을 저지른 외국인에 대하여 취하는 일반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전직 대통령을 불러들여 석방을 뉴스거리로 만들었고 온갖 생색을 냈다. 미국은 상대가 북한이라 매우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지만 자국민의 안전 귀환과 또한 북핵 해결 실마리 모색 등 현안 논의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기대를 갖고 어쩔 수 없이 평양을 방문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양국 간 현안에 대하여 일정 부분 논의하는 기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카터 전 대통령을 불러놓고 김정일은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김정일을 만나고 만나지 않는 것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카터 전 대통령의 자존심이 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관계에서 원칙으로 삼고 있는 외교관례, 의전(protocol), 호혜주의 등을 무시하고 비정상적이고 파격적인 외교 곡예를 즐겨왔다. 북한의 외교행태는 예측할 수 없는 변칙적이고 무례한 경우가 많았다. 치밀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예측불허의 각본에 의하여 연출하는 외교술을 보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3개월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김정일이 김일성 모교인 위원중학교를 방문하는 모습 등에서 그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카터를 불러 놓고 중국을 방문하는 김정일의 외교술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지만 싫든 좋든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제1차 협상대상이기 때문이다.(konas)
홍득표(인하대 교수, 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