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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로버트 朴을 다시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냉혹함에 절망하고, 로버트 박의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살겠다고 한 소신 앞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0-10-27 오후 2: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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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받은 상처와 흉터는 너무 깊어 극복이 힘들 정도다. 그 후유증으로 나는 개인적인 의욕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결혼도 못하고 성관계도 맺지 못할거 같다. 북한에서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귀국 직후 자살을 시도 했고 7개월 넘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느 탈북자의 고백이 아니다. 지난해 크리마스 날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동토(凍土)의 땅 북한에 자유와 복음을 전하고자 독재자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휴대하고 들어갔다 북한 당국에 억류돼 모진 고문과 굴욕적 학대, 성 고문을 받고 43일만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29세, 한국명 박동훈)이 한 말이다.

 26일 저녁 뉴스를 시청하다 로버트 박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기자는 본능적으로 취재수첩을 집어 들었지만 짧은 순간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에 가슴 한쪽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비록 세대차이는 있다 할지라도 분단된 조국을 두고 동시대에 겪는 한민족으로서의 아픔과 더불어 같은 남자로서 앞으로 겪어야 할 그의 인간적 고뇌와 고통을 동시에 떠올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소수 지배계층을 제외하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상실하고 헤아릴 수 없는 인권 유린 속에 오직 권력층에 대한 충성만을 강요당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새 희망을 전하겠다는 숭고한 인간애로 두만강을 건넜던 그에게 다가온 시련은 가히 자유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충격이고 만행이었을 것이다.

 북한 체류 43일. 그에게 자행되었을 저들의 악행(惡行)은 그저 상상 속에 그려질 뿐이다. 그리고 북한을 떠나 2월6일 중국 북경의 서우두 공항에서 처음 TV 화면에 비친 퀭한 눈망울에 초췌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모습에 언론이 경악했고, 기자 또한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향한 후 그의 무사함과 북녘에 자유의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원하면서 1월12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대한민국 통일과 북한동포의 학살을 끝내기 위한 '로버트 박의 풍선'」날리기 행사가 개최되고, 현장을 취재하면서 염원하는 바가 더욱 간절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날 임진각 주변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세찬 바람에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손발도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날 임진각에서 북으로 보내는 대형 풍선의 줄을 잡고 있던 로버트 박의 여자친구인 미국인 여성도 그의 건강과 무사함을 간절하게 염원했다. 그리고 입북 43일만에 다시 자유의 품으로 안겼다.

 하지만 어제(10.26) 그의 몸과 마음, 눈빛은 예전의 로버트 박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북한 동포들이 겪어야 했고, 현재도 겪고 있는 그들의 피맺힌 절규와 아픔을 온몸으로 체득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가 귀국하고 난 뒤 로버트 박이 작성했다는 '반성문'이 북한 당국에 의해 공개됐을 때 주변에서는 비난의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면 그렇지, 매 앞에 장사 있어? 그럴 여면서 왜 가?"하는 코웃음이었다. 그는 분노했다. 완전히 날조된 것임을 확인했음이다. 

 로버트 박은 선교사다. 무모하게 맹목적으로 간 게 아닌 것이다. "북한 주민의 빼앗긴 인권에 동족으로서의 아픔을 늘 함께 해왔다"고 그를 잘 아는 조성래 '팍스 코리아나' 대표가 밝히기도 했다.

 공산독재 정권 60년이 흐르면서 이념적으로 회의를 느끼거나 폭압 정권을 견디지 못하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탈북 한 동포가 2만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수많은 탈북자들이 북한 학정을 폭로하고 20만 강제노동수용소 실상을 폭로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신경은 무반응에 무 대책이다. 북한인권법은 국회 상임위의 깊은 수렁 속에 빠진 채 오수(午睡)에 잠긴지 오래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 국제외교안보포럼에 참석한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포럼 회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는 지금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과 비극을 안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북이 열렸을 때 그 참상들을. 그리고 우리는 북한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고통받고 어려울 때 왜 당신들은 우리를 돕지 않고 등을 돌렸는가 하고 말이지요."

 26일 KBS 카메라 앞에선 로버트 박은 분명하게 밝혔다. "북한 권력자들은 주민들을 어떻게 하면 죽일지, 굶게 할지, 노예로 부릴지, 통제할지 만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돕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살겠다" 라고.

 기자는 북한주민들의 고통받는 삶에 죄스럽고, 탈북자들의 호소에 무 반응하는 우리사회의 냉혹함에 절망하고, 이국인(異國人)이면서도 한국인보다 더 앞장서 북한인권문제를 호소하는 수잔 숄티 여사의 북한 동포 생각에 가슴 먹먹하고, 로버트 박의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살겠다고 한 소신 앞에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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