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남북왕래 비밀회담 42번 했다"
“北붕괴시 南 주도 정권? 절대 불가... "한반도에서 북한만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남북한이 모두 핵을 갖는 편이 안전할 수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언제든지 우리를 향해 핵 공갈을 치고 우리의 굴복을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는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든 우리의 '핵 독자 개발'이든 간에 북한의 핵 공갈을 막아낼 수 있는 핵 억지력이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북한 당국의 눈치나 봐야하고 단 한순간도 편안히 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정무장관과 체육청소년부장관을 지낸 당시 최고의 실세이자 동구 공산권 국가와 최초로 수교의 문을 연 북방정책 입안자로 일명 '황태자'로 회자된 박철언(한반도 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전 장관은 북핵을 비롯한 무력도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균형감 있는 외교적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17일 서울 송파구 가락관광호텔에서 열린 국제외교안보포럼(이사장 김현욱, 전 국회의원) 제506차 정례 조찬포럼에 초청강사로 참석해 '한반도 주변정세와 대북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정부의 외교 안보 대북정책 등 전반을 짚으면서 우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를 세 가지 측면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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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장관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위기를 ▲안보상의 위기 ▲국민분열상의 위기 ▲경제상의 위기 등으로 보고 이런 국가적, 국민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이런 위기를 위기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어 이것이 더 심각한 위기의 본질이다"며 지난 100년 전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열강의 각축, 그리고 현 시점에서 우리를 둘러싼 주요 주변 4개국과의 관계를 연계시켰다.
또 중국의 급격한 부상(浮上)에 따른 한국의 대응 전략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실현시키고 천안함 공격 같은 무력도발을 억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굳건한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 '대중국 외교강화'로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균형 있게 전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날 강연에서 박 전 장관은 정부의 외교력과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며 날선 비판을 가했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그동안 미국 중심의 G1체제에서 G2체제로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의 외교는 '친미 일변도 외교'라며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북한 핵실험으로 이미 그 의미를 상실한 대북포용정책을 전면 수정해 앞으로는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의연한 대북정책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지나치게 의식해 북한이 싫어하는 '비핵 개방 3000 달러' 지원 정책으로 실익이 없이, 북한만 자극하는 대북정책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선거 슬로건'은 될 수 있어도 (정책으로서의 제시는)국제정치, 북한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김정일에게 개방'하라고 하면 (개방 자체가)북이 무너지는 것으로 알고 제일 싫어한다. 북한은 자존심은 세다. '비핵하고 핵만 갖지 마라, 그러면 우리가 도와준다'하면 북도 개방하게 될 것이다"면서 "비핵으로 남북한이 공동번영하자고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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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으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기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실효(失效) 되었음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에서 북한만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보다 남북한이 모두 핵을 갖는 편이 안전할 수 있다. 안보부담, 경제부담이 있더라도 '비대칭'에 의한 상시 불안보다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안전과 민족의 생존을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따라서 북핵이 제거될 때까지 1991년 한국에서 철수된 미국의 전술핵의 재배치를 강력하게 다시 요청하고 장차는 독자적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한 '통일세 신설' 발언에 대해 "한반도 주변정세를 잘 모르고 북한과 중국만 자극하는 것으로 북한이 붕괴하는 경우에도 중국이 배후에 건재하는 한 중국과 접경하는 한반도에 친미 정권이 등장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급격히 붕괴된다고 남한 정권이 들어서나.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중국 견제의 필연성을 결부해 남한이 주도하는 북한 내에서의 재건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북이 갑자기 붕괴하면 강경 세력이 나서서 (중국의)꼭두각시 정권이 선다. 군부는 친중파다. 중국이 김정남을 잘 보호하고 있는 것도 유사시 그를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며 "북의 기본전략은 벼랑끝 전술로 위기 조성 전략이다. 지난 1985년부터 91년까지 대통령 밀사로 나서 짧으면 하루, 길면 3박4일 간 백두산과 한라산까지를 오가며 우리 사회 여러 곳을 보여주며 북한 밀사와 남북 비밀회담을 42번했다. 북한이란 나라는 가만히 앉아서 죽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저항하게 돼 있다"고 그가 밀사로 나서 행한 당시 남북비밀회담의 일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북한에 의한 새로운 '위기조성'과 관련해 "'서울 미사일 발사' 등 개미쳇바퀴 돌 듯 하는 긴장조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며 "대북 심리전 등으로 자극하는 그런 일을 해서는 실익이 없다"고 최근 국방부나 여당 국회의원, 그리고 민간단체에서 벌이고 있는 대북 풍선기 보내기 운동에도 비판적 입장을 보냈다.
박 전 장관은 "국가 안보는 완벽하게, 대북정책은 유연하게 해야한다"면서 현 정부의 통일라인에 대한 불신감도 함께 했다. 더불어 "북한이라는 특수체제도 인정해 주고,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국방태세를 완벽하게 하면서 중국과의 외교도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외교의 강화와 더불어 대중국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구 공산권 국가인 헝가리와 수교관계를 기폭제로 공산권 국가와 외교관계 구축에 나선 북방외교의 물꼬를 튼 그는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라면 1위가 박정희 대통령, 2위가 노태우 대통령으로 본다"며 "우리 역사상 노태우 시대는 산업화에서 민주화로의 교량역할을 한 기간으로 본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세칭 물태우 대통령이라는 말을 의식, "물태우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시대적 상황으로 동시대를 엮어 봤다.
실세로 있을 당시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힘들더니 지금은 '화백'(화려한 백수)으로 있다 보니 포럼을 꾸려 나가려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아 힘들다고 웃으면서 말한 그는 "이제는 '지공선사'(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선비)의 반열이다"며, 그러나 '황태자' 수식어에 대해서는, 당시 3당합당 과정에서 나온 말로 자신이 대통령이나 안기부장만 아는 궂은 일을 하다보니 언론도 멀어지고 자연히 중요한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에둘러 표현하며 "이해해 달라"고 했다.
박철언 전 장관은 이후 김영삼 정권이 들어선 뒤 정치보복으로 1993년 5월부터 1994년 9월까지 1년4개월 투옥되기도 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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