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

북한 장마당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마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공동체의식을 유발하여 체제에 대한 불만을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터트릴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Written by. 유명덕   입력 : 2011-03-21 오후 10:07:52
공유:
twitter facebook
소셜댓글 : 0

  만물이 약동하는 4월이다. 여기저기에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낸 생명체들이 “나 아직도 살아 있어”하며 지체를 드러낸다. 그래서 4월은 생명, 희망, 역동으로 상징된다. 인권은 4월과 흡사하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천부적인 권리로 표현되는 인권은 생명과 희망 그 자체이다. 인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그리고 삶의 행복을 부단히 추구하는 항상성의 특성이 있다.  그래서 모진 박해와 시련을 당하면서도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려고 애쓴다. 또한 인권은 나쁜 권력이나 압제와 늘 충돌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인권은 그 충돌이나 갈등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만다. 인권은 인간이 생존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러므로 인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것이며, 권력을 가진 자가 내리는 시혜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당연하게 보장해 주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된다.   
 
 2011년 1월 1일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을 보도하였다. 공동사설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경공업과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문구가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공업’이라는 단어가 21차례,‘인민생활 향상’이 19차례 거론되었는데 이것은 8차례 등장한‘김정일’이나 14차례 나온‘선군정치’보다 많은 수치이다. 이처럼 북한이 주민생활과 직결된 경공업의 혁명적인 발전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공업이 낙후되어 주민의 생활이 극도로 궁핍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공동사설에 주민의 인권향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즉 북한주민에게 생존의 위기 그 자체가 되어버린 식량과 생활필수품 공급문제라든가 낙후된 의료지원 문제, 그리고 주거환경문제 등 국가가 주민을 먹여 살리기 위한 인권의 비전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인권문제가 최악의 상태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엔인권위원회와 세계 민간 인권단체, 그리고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조사한 북한의 인권상황은 참혹 그 자체이다.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는 식량난으로 인해 초래되는 굶주림과 아사에 대한 공포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다. 먹는 문제는 인간의 기초적인 욕구이며 보장해야 할 권리로서 모든 인권에 우선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주민의 식량문제 해결은 두 가지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평양주민과 특권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배급이고 다른 하나는 이 혜택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먹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장마당을 통해서이다. 이중 특별배급에서 제외된 일반 주민들은 대량아사라는 참혹한 기간을 겪으면서 철석같이 믿었던 자신들의 지도자가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과, 개개인이 자구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자칫 죽음에 내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의 장마당은 주민들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처절하고도 긴장된 삶의 현장이다. 장마당은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최악의 식량난으로 인해 국가배급체제가 무너지면서부터 생겨나기 시작하여 현재 400여개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장마당은 현재 북한주민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경제의 축이 되고 있다. 장마당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채소와 과일은 물론 강냉이와 쌀, 과자 등의 먹을거리와 신발, 옷, 샴푸, 액정 TV, 로봇 청소소기 등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북한 속담으로‘고양이 뿔을 빼고는 다 있다’는 말처럼 다양하다. 이들 상품에는 한국산이 인기를 끌고 있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특히 쌀은‘대한민국’이나‘WFP(세계식량계획)’이라고 새겨진 포대에서 소량으로 거래된다. 장마당에 나온 공산품이나 쌀은 대부분 특권계층에서 반입된 것이다. 이들 계층은 국가로부터 특별배급을 받은 물건들을 장마당에 되팔아 큰 이익을 남기고 있어 주민들은‘남한에서 식량지원을 해봤자 특권계층만 배부르게 하고 자신들에게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식량지원을 해서는 안된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장마당은 그동안 순탄치만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개인경제와 시장경제를 철저하게 탄압해 온 북한은 처음에 국가배급체제가 붕괴되자 장마당이 형성되는 것을 눈감아주었다. 그러나 장마당을 통해 개인의 주머니에 많은 돈이 쌓이자 이를 강제적인 방법으로 회수하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2009년에 단행되었던 화폐개혁이다. 처음부터 사유재산몰수라는 인권을 유린할 목적으로 시도된 화폐개혁은 북한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유발했다. 어렵게 모은 돈을 순식간에 날려버렸고 천정부지로 뛴 물가로 인해 북한주민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아무리 통제가 심한 북한사회이지만 불만이 고조되었다. 결국 김정일은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등에게 정책실패의 책임을 물어 2010년 3월에 공개적으로 총살하기에 이르렀다.  

 시장은‘권리와 용역, 그리고 제품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서로 교환을 촉진하기 위해 경제학적인 방향성을 가진 인간들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자연적인 사회’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개념에서 볼 때 시장경제체제가 아닌 북한 공산주의 체제에서의 장마당은 이제 자본주의체제에서 찾을 수 있는 시장개념이 불안정하지만 서서히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마당이 북한주민들에게 인권의식을 심어주고 나아가 민주화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장마당 확산이 북한의 사회 통제력을 점차 약화시키는 반면에 주민의 자유권 요구는 빠른 속도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마당은 그동안 북한이 금기시 해 오던 소유권은 물론 시장주의를 야금야금 해제시키고 있다. 아울러 이제는 특별계층이나 일반계층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한 장마당을 제2의 화폐개혁 등의 조치로 패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될 경우 생존을 위한 주민의 자유권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장마당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잦아져 알권리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고 전혀 모르는 수요자끼리도 서로 어울려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현장이다. 장마당에는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상품을 가져다가 파는 상인도 있고 특권계층이나 일반계층 할 것 없이 일단 시장에 나오게 되면 일정한 공간속에서 함께 어울려 정보를 교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은 내외부의 소식을 접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며 특히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접하게 될 경우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나아가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도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최근 북한이 이집트와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는 민주화운동이 외부 상인들에 의해 전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끼리끼리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장마당 칸막이를 철수하게 하는 등 감시감독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끝으로 장마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생존을 위한 공동체의식을 유발하여 체제에 대한 불만을 집단적이고 공개적으로 터트릴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장마당을 형성하고 있는 수요자와 공급자 할 것 없이 이들은 장마당을 생존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계층이나 신분 할 것 없이 장마당을 통해 경제적 유대감을 서로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공생관계는 공동체의식으로 뭉쳐질 수 있다. 따라서 생존의 터전인 장마당의 존재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집단행동 등 예측하지 못한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 이는 지난 2월 신의주의 한 장마당에서 시장을 단속하던 보안원이 한 상인을 때리자 주변 상인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서 시위가 벌어진 것이나, 그동안 주민착취에 앞장섰던 전 보안서장이 주민들에 의해 돌팔매질을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 등은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북한에는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로 인해 그동안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불만이 터져 나오고 크고 작은 소요가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장마당에 내다 팔 수 없는 극도로 빈곤한 주민들은 차라리 장마당이 부러운 형편이다. 그래서 이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고 집단행동의 성격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정일 생일을 이틀 앞두고 있던 2월 평안북도 정주·용천·선천 등지에서는 주민들이 신문지를 말아 메가폰처럼 만들어“ㅇㅇ새끼들아, 배고파 못살겠다. 쌀과 전기를 달라”고 외치며 소동을 벌였다. 물론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 이 사실을 조사했지만 서로 모른다고 잡아 뗀 통에 주모자를 색출하지는 못했다. 과거에는 서로 고발하여 당에 충성심을 보이려고 한 것에 비하면 지금은 자신들을 굶기고 있는 당에 대해 반발하고 서로 감싸주는 분위기가 급속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김정일 체제를 결사적으로 옹위한다고 자부하는 북한군에서 조차도 식량난으로 인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에는 북한군 대대장(중좌)이 굶어죽은 부친의 사망소식을 전해 듣고 권총으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대대장은 평소에 충분하지도 않은 식량을 배급받아 부모님께 얼마씩을 보냈지만 최근에 식량배급이 반으로 줄은 탓에 보내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아버지가 아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현실을 한탄하며 목숨을 끓어버린 것이다. 이와 함께 배급이 반으로 줄어 허기진 북한군이 식량창고나 민가에 들어가 식량을 훔치는 일이 빈발하고 있으며, 강냉이 150Kg을 가져오는 조건으로 1개월간 휴가를 보내주는 구걸휴가도 등장하고 있다는 기막힌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체제붕괴의 징조이며 최악의 인권유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의 장마당에 희망을 걸어 본다. 그것은 장마당이 북한의 경제사회 개혁은 물론 억압된 인권을 해방하기 위한 민주화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해 보는 중요한 척도로 부상되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이 장마당을 건전하게 육성하여 주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나아가 중국처럼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경찰의 과도한 시장단속으로 청과물을 모두 빼앗긴 튀니지의 한 청년이 자신의 몸을 불살라 맞서는 것이 도화선이 되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의 세 지도자들이 인권탄압에 분노한 민중에 의해 축출되었거나 축출될 위기에 내몰린 전례를 그대로 답습할 것인지 북한의 장마당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konas)

 유명덕(국방정신문화 칼럼니스트/md8608@hanmail.net)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로그인하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