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라! ‘통영의 딸’... 지금 내 가족이 그렇다면?
‘통영의 딸 국제청문회’ 열린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 가족의 처절한 비극사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인의 관심과 함께 분노와 안타까움을 동시에 터트리게 하고 있는 ‘통영의 딸’ 신숙자 모녀. 그녀들을 구출하기 위한 자유진영의 휘몰이 바람이 또 다시 국제적 조망을 받으며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통영의 딸’로 통칭되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비극의 주역이기도 한 70, 80년대 독일 유학생출신이자 고 윤이상, 강정구 등 해외에서 반정부 활동을 펼치던 반한(反韓)인사들의 꾐에 빠져 북행을 결행, 대남방송 등 적대(敵對)활동에 동원되다 탈출한 경제학자 오길남 박사가 지난달 4일 북한에 남은 부인 신숙자씨와 혜원∙규원 두 딸을 만나고자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대한적십자사에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가져 체제와 이념을 달리한 분단국가로서의 한민족이 겪어야만 하는 한스런 아픔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국제청문회가 열린다. 한가위 추석절 연휴가 끝나고 평상시 일상으로 들어가는 10월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다.
돌아보면 하루하루의 일상에 쫒겨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잠시 잠깐이라도 고향을 찾아 혈육의 정을 나누며 얼싸안고 기쁨과 정겨움으로 지난날에의 그리움을 풀고 가족간의 애틋함과 진한 그리움을 달래는 게 우리들 고유의 명절 풍속도다.
이는 과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던 때나 사회적 부(富)를 창출해 풍요로움을 누릴 때나 변함없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게 보편적인 인간사의 어울림일 것이다.
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빈국(貧國) 탈피를 목표로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수출하고, 이어 독충이 우글대는 베트남 전선의 정글에 뛰어들어 자유를 수호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 열사(熱砂)의 땅, 중동에서 온몸을 데워가며 혼신의 열정을 바침으로서 이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축으로 대한민국은 차관을 빌려 경제개발계획에 착수,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고속도로와 사회간접시설을 일으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우뚝 섰다.
그렇게 점철되는 역사 속에서 당대인들이 겪어야 했을 숱한 고통과 어려움을 어찌 이루 다 설파할 수 있겠는가마는 파독 간호사로서 신숙자씨 그녀의 삶 그 자체만으로도 오늘 우리가 이만큼 살게 하는데 온 몸으로 온전히 기여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신숙자씨가 지금 분단비극의 한 정점에 서서 오늘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지금 이들 모녀가 북녘의 어느 정치범수용소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해 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설왕설래(說往說來)는 있지만 지금 북한 당국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예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설에 의하면 신숙자씨가 사망했다는 참담한 보도까지도 있었다.
파독 간호사로 가난한 나라 부모와 형제 가족, 조국을 위해 일하다 현지 유학생과 결혼해 두 딸을 두었던 신숙자씨가 오길남 박사의 꺾이지 않는 친북소신(?)에 의해 그녀의 강한 반대의사에도 불구하고 북으로 넘어간 것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1985년이다. 그러나 북한공작원이나 꼬임을 부추겼던 인사들의 말과는 천양지차이로 북에서의 모든 것이 새빨간 거짓이라고 밝혀 지는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또 다른 임무가 부여됐다.
하지만 신숙자씨는 북한 당국의 밀명과는 정반대로 남편 오길남 박사를 설득해 다른 한국 유학생을 유인 납치하라는 희대의 살육 살인자 김정일의 명령을 거부하게 했다.
그 댓가는 혹독했다. 남편을 자유세계로 탈출, 자수케 만든 신숙자씨는 두 딸과 함께 인간이기를 포기케 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로부터 26년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들 가족의 삶의 흔적은 북한의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유엔에 의한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심판과 즉각 석방 촉구” 등과 같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바 그대로다. 지금 이때야 말로 어쩌면 서광이 비추고 있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4일 신숙자씨 모녀 구출을 위해 열리는 청문회는 한 비극사를 들추어내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부(富)와 풍요, 개인과 집단의 위락과 쾌락이 판을 치고 있는 이 시대에 정당한 인간의 의식이 무엇이고, 개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우는 한마당 장(場)이 될 것으로 보여 지기 때문에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오길남 박사에게 가해지는 따가운 눈총과 뭇매도 있을 수 있다. 아픔을 함께 공유하는 아련함도 있을 것이다. 그 개인의 처연함을 어느 누가 알며 표현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런 비극과 비운의 아픔이 어느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지워질 수 없다고 하는 사실이란 점이다.
이날 청문위에는 이군현, 윤상현 하태경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재원 변호사, 안찬일 소장, 윤여상 소장, 홍성필, 장복희 교수, 최홍재 송환대책위 공동대표 등 국내 저명인사와 댄 빌르팰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국제팀 등 청문위원과 증인으로 오길남 박사 본인 등 사회각계 관련단체 대표들이 나선다고 한다. 또 이번 국내에서 시작된 국제청문회가 내년 미국, 독일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북한 당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압박과 바람몰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일깨우고 있는 대목이다.
오늘 이 시점에서 ‘통영의 딸’ 문제는 오도된 과거의 사실에 대해선 시일이 흘러도 분명코 바로 잡혀져야 한다는 정의의 움직임이자, 나를 포함한 사회 각계의 관심과 이해 표명이 바로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회적 과제를 한단계 상승작용으로 일깨워 일소하는데 얼마나 크고 중요한 문제인가를 부각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 함께 하는 ‘통영의 딸 국제청문회’를 소망해 본다.(konas)
이현오 (코나스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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