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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과 전장심리! ①

Written by. 고인호   입력 : 2013-02-05 오전 9: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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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에서 지휘관과 장병들의 전장심리가 전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발휘하는 중요한 요소 인가는 이미 수많은 전사를 통하여 잘 알려져 왔다. 최근 들어 한반도 주변의 안보정세가 전과는 달리 격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우리 지휘관이나 장병들이 어떤 심리상태를 가져야 하는 가에 대한 좋은 사례를 러․일전쟁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1904년 2월 8일, 일본함대가 중국 요동반도 내 러시아 조차항구인 여순(현 다롄)항에 주둔하던 러시아 극동함대를 기습 공격함으로써 러․일전쟁이 시작되었다. 여순항에 봉쇄당했던 극동 함대는 모항인 블라디보스토크로 탈출하려다 도고의 함대에 패하여 다시 여순항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는 극동함대를 지원하여 일본함대를 격파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발틱함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발틱함대는 대서양-인도양을 거쳐 일 년여 가까이 항해해 오다가 여순항 함락 소식을 듣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항로를 바꿨으나 도고 함대에 포착되어 38척 중 35척이 궤멸되는 참혹한 패배를 당했다. 그렇다면 당시 러시아가 자랑하던 이 세계 최강의 거대한 발틱함대는 왜 어이없이 일본에 패하게 되었는가?

 1904년 10월 15일, 발틱함대는 대대적인 환송을 받으며 대 장정길에 올랐다. 1만8천 해리의 엄청난 거리를 대함대가 항해해 간다는 역사상 최초의 이 작전은 운항 중에 발생할지 모를 각종 사고 및 고장에 대비하여 조선기사들까지 대동하였다. 사령관은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었다.

 이 함대는 출발할 때부터 하나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본 구축함이 덴마크 해협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일본의 해군력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함대는 이미 싸우기 전부터 공일심리(恐日心理)에 지배되어 일본인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도 사령관 자신이 그렇게 믿었다.

 출발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일부 배들에 고장이 생기고 사고가 나는 등 대 항해의 전도가 걱정되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가공할 만한, 그러나 우습기 짝이 없는 그런 망상이 이 대 함대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망상이 사라지면 또 다른 망상이 나타났다.

 두 번째 망상은 ‘일본의 수뢰정이 유럽 북부의 바다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집단 망상을 전 함대에 퍼뜨린 것은 페테스부르크의 해군사령부였다. 가장 냉정해야 할 대작전의 중추 그 자체가 불가능한 일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 사령부의 건물로부터 함대로 갈아 탄 로제스트벤스키도 이 망상의 신자였다. 이 한 건 만으로도 그는 이 대함대의 사령관이 될 자격이 없었다. 오로지 지휘관은 장병들의 마음을 통일시켜 적을 향해 사기를 견고히 하고 조금이라도 패배의 심리를 갖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로제스트벤스키는 ‘나는 겁쟁이가 아니다.’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는 전체 군대에 겁을 퍼뜨리는 작업의 지휘자였다. 그래서 출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전원 옷을 입은 채 자라! 전 함대의 대포에 포탄을 장전하라!’는 등의 이해가 안 되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마치 겁을 퍼뜨린 것일 뿐 다른 효과는 없었다. 적어도 이때에 행한 그의 행동은 통솔은커녕 적극적인 파괴자의 그것이었다.

 군대는 최고사령부에 가장 많은 첩보가 모여든다. 하급사관 이하는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도리어 그런 정보를 가진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래서 하급사관 이하는 상부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부가 동요하면 그것이 하부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령관인 로제스트벤스키의 전율이 이 대 함대에 대공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심리를 가져 온 것은 당연했다.

 출발 5일째 되는 날 덴마크의 한 항구에서 석탄 탑재를 하고 있을 때 러시아 첩보원이 고용한 스웨덴의 기선 한 척이 접근하여 수상한 범선이 출현했다는 보고를 해왔다.

 막연한 정보였지만 그는 공상 소설의 어느 작가도 감히 따를 수 없을 만한 상상력을 발동시켰다. ‘일본의 첩보선임에 틀림없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수뢰정에 알리기 위해 간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수뢰정이 북해에 있다는 일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그의 상상력은 이처럼 현실 파악의 기초 위에 서 있지 못했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가 훌륭한 지휘관이었다면 그 공포심을 가슴 속에 묻어두어야만 했다.

 과거의 명장들은 그것을 자기 가슴 속에 묻어 두고 가까운 부하에게까지도 알리려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자세가 통솔자의 자세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함대의 곁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하여 각 함은 모두 포문을 들이대라.’라는 명령을 내렸다.

 발틱함대가 지나는 북해는 주변국들의 수많은 상선과 어선들이 지나는 곳이었다. 이들 모든 선박들에 대해 이 대함대가 일일이 대포를 움직여 조준을 하는 것은 미친 노릇이었다. 이런 행동이 집단적인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었으며 실제 발틱함대의 모든 전투원들은 신경과민이 되었다.(konas)출처:월간자유, 2부에 계속

고인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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