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듣는다>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적 딜렘마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박동형 박사 인터뷰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들어 그 심각성이 더한 것으로 내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그동안 남한을 비롯한 외부의 지원으로 어려운 식량난을 해결해 왔던 북한이 최근들어 외부지원이 줄어들면서 전 주민 동원령을 내려 식량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당국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선포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코나스>는 북한문제 전문가와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적 딜렘마"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본지 기자의 인터뷰에 응해 준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박동형 박사는 북한문제 전문가다.(편집자)
Q. 박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우선 "고난의 행군"이란 무슨 뜻인가요?
A.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은 90년대 중반에 북한 전 지역에 기근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던 상황을 두고 주민들을 선무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입니다. 김일성이 이른바 항일투쟁기간 중 어려움 극복을 위해 표현한 "고난의 행군"이란 말을 빌린 것입니다. 90년대 중반 당시 북한은 엄청난 홍수로 농작물이 침수되어 수확을 할 수 없었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게 되었습니다. 확인된 통계는 없지만 그동안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증언이나 전문가들의 연구에 의하면 150만명에서 300만명까지 굶어죽었다고 합니다. 웬만한 전쟁에서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은데 정말 기아와의 전쟁 기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악몽과 같은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지난 5월 중순 전 주민에게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Q. 북한 당국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고 있다면 또 다시 그런 식량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도대체 북한의 현 실태는 어떻습니까?
A. 북한은 90년대 말 국제사회의 지원과 농산물 생산성이 나아져서 식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2000년 각종 논평 등을 통해 "이제 고난의 행군을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이 대폭 감소함에 따라 북한의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이 매년 500만-550만톤의 식량을 필요로 하고있는데 현재 1-200만톤 가량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세계식량계획 즉 WFP라는 국제기구가 평양에 파견하고 있는 직원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여 이대로 가다간 8월엔 360만명이 기아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식량 기부국들이 올해 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 2년전 kg 당 150원이던 수입쌀이 750원으로 다섯배나 뛰었고, 102원이던 옥수수가 502원으로 치솟았다고 합니다. 또한 최근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의 전언에 의하면 평안남도 덕천시의 경우 올 봄에 노인 20여명이 굶어죽었을 정도로 지금 상황이 고난의 행군 말기인 97년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Q. 북한 당국은 90년도에 식량난으로 그렇게 엄청난 재난을 당했다면 당연히 식량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나요?
A. 북한은 금년도 신년 공동사설에서 농업부문을 '경제전선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할 정도로 식량 증산을 최우선적 국가시책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자혁명을 한다, 두벌 농사를 한다, 감자농사와 콩농사 혁명을 한다는 등 여러가지 농업 생산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 체제 자체가 갖고있는 근본적 문제점과 정책적 모순, 그리고 자연적인 재해 때문에 식량난 해결이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Q.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A. 남북한 경지면적만을 비교해보면 남한의 총 경지면적은 2백3만 2천 헥타르이고 북한은 1백99만 헥타르로서 경지면적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물론 남한은 북한보다 논 면적이 상대적으로 많고 농사짓기에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은 가족 단위로 농사를 짓는 반면 북한은 공산주의식 집단 농장 체제를 통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식량 생산 실적에 많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집단 농장 방식은 여러 가족들로 집단을 구성하여 함께 일을 하고 수확된 곡물은 국가에 바친 후 국가에서 주는 식량과 배급으로 살아가도록 되어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다보면 일을 많이 한 사람이나 일을 적게 하면서 빈둥거린 사람 모두 소득은 똑 같게 되지요. 그렇다면 누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겠습니까? 또 집단농장 내부 구조를 보면 어떤 사람은 농기계 관리만 맡고 어떤 사람은 물 관리만 맡으며 어떤 사람은 파종만 담당하도록 농사일을 세분하여 책임을 맡겨놓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다 보니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오더라도 우리나라 같으면 온 식구가 혹시나 하여 한 밤중에라도 농토에 뛰어가 보는데 북한에서는 대부분의 일꾼들이 물 관리하는 사람 책임이라면서 안이하게 대처한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두고 북한 농업체계에는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집단농장 체제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농사라고 생각하고 심혈을 기울여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농업뿐만 아니라 다른 생산 현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났고 공산주의 체제 붕괴의 근본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Q. 북한 당국의 정책적 모순으로 인해서 식량 문제가 악화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정책적 문제가 있었나요?
A. 북한은 체제 본질적인 문제에 더하여 수많은 정책적 실수를 범 함으로서 식량난을 악화시켰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소위 '주체농법'을 대대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거 북한 당국은 경작지를 늘리겠다고 15도 이하의 모든 경사지를 개간하라는 지시를 내려 전국에 걸쳐 이런 식으로 많은 계단식 경작지가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런 계단식 경작지는 비가 오면 표토가 유실되어 강의 하상이 높아지게 되었고 하상이 높아지자 비가 조금만 와도 홍수를 일으켜 농토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려 황무지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농작물 성장에 필요한 표토가 없어진 경작지에서는 농사가 잘될 리가 없는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산림을 장작감으로, 텃밭을 만들기 위하여 함부로 벌목해 버린 결과 산림이 황폐화되었고 그로 인해 홍수 피해를 가중시키게 되었지요. 여기에 더하여 종자와 비료가 제때에 공급되지 못하고 석유가 부족하여 농기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으니 식량 생산이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Q. 논밭에서 식량을 많이 생산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처럼 다른 산업분야를 발전시켜 외국으로부터 외화를 벌어들이고 그 외화로 식량을 구입하면 되지 않을 까요?
A. 물론 우리나라처럼 전반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만 있다면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시스템은 너무나 비상식적으로 운용되고있기 때문에 농업분야 뿐만 아니라 전 경제시스템에 문제가 심각하여 식량난을 해결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단일 국가예산시스템으로 경제가 운용되는데 북한은 정부경제 즉 제1경제가 있고, 군부 자체경제인 제2경제가 있으며, 노동당이 운영하는 제3경제가 있습니다. 제2경제는 군대에서 필요로 하는 보급품과 무기를 스스로 생산 구입하고 최신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경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소위 선군정치라는 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부문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 예산의 80%을 군사부분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대에 전기, 원료, 인력 및 자금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어서 일반 주민들을 위한 정부경제는 심각한 자원의 부족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습니다. 정부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노동당의 제3경제입니다. 노동당은 각종 비밀 작전을 뒷받침하고 장거리유도탄과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자체의 경제활동 기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당 자체의 경제활동에는 금광 경영, 마약 재배, 외국 화폐의 위조, 귀중품 및 고가의 특산품 수출 등의 활동이 포함되며 예산 규모도 정부 경제의 1.5배 내지 2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3가지 북한 경제 시스템이 상호 연계가 잘 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나라 경제가 운용되기 때문에 북한 사회는 갈수록 문제점들이 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가가 일반 주민들의 의식주를 돌볼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Q. 주민들이 굶게 생겼으면 무기를 만드는데 예산을 사용하기보다는 주민들의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데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상식일텐데 참으로 안타깝군요. 그런데 북한 자체적으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면 국제사회의 지원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A.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식량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03년에 30만톤의 식량을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으면서도 국제사회에서 가장 싫어하는 일을 많이 해왔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가 하면 미사일을 만들어 외국에 팔고 심지어는 엄청난 량의 마약을 재배하여 밀매하는가 하면 위조달러를 만들어 사용해왔습니다. 어떤 외국 자료를 보니까 작년에 북한이 5억 달러 이상의 마약을 밀매하였고 위조지폐를 2000만 달러나 만들어 유통시켰다고 합니다. 이런 행위들은 국제안보를 저해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북한이 매우 사악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제한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난 2월 10일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도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더 이상 지원하기가 어렵게 될 것 같습니다.
Q.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이 더욱 어렵게 되겠군요. 북한이 하루속히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주민들의 대규모 아사 사태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A. 네, 감사합니다.
(k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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