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한반도 전쟁 억제의 확실한 수단인 한미연합사 해체계획은 조정되어야 한다.
227개 애국안보단체로 구성된 '북핵폐기·한미연합사해체반대 1000만명서명 추진본부(천만서명추진본부)'는 금일 계획된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전시작전통제권(전작통권) 한국군 전환 시기 연기하라'는 기치를 내걸고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를 중심으로 한미 정·관계에 탄원서도 보내고 광고도 내면서 가두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군사주권 회복이라는 왜곡된 명분론을 앞세워 전작통권 전환을 추진하자 2006년 9월 천만서명추진본부를 결성하고 전작통권 전환의 불합리함과 부적절함을 수차 탄원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전작통권을 2012년 전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 갔다. 정권이 바뀌자 천만서명추진본부는 860여만 명의 서명을 받아 또 다시 전환 연기를 재고할 것을 신정부에 촉구했으나 "미 전작통권 2012년 전환 방침 변화 없다"는 답신만 보내 왔다. 그렇지만 이들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믿음 하나로 전작통권 전환 시기는 반드시 조정되어야 한다면서 미어지는 가슴과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으며 호소와 읍소를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천만서명추진본부 공동대표로 동분서주하던 김성은 전 국방장관이 과로로 숨졌고, 그 중심에서 핵심적 활동을 했던 박세직 향군회장도 지난 7월 호국의 열정을 안고 순직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분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전작통권 전환 연기가 한미정부가 공식 합의한 외교의 산물로 정책적으로 쉽게 재협상할 수도 조정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문제점이다. 좌파적 정권이 몽니를 부려 박아놓은 대못 뽑기가 이렇게도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빈을 맞이하는 날 세계에 보기 드문 이런 희귀한 활동까지 계획하면서 전작통권 전환 시기 조정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지는 이렇다. 북한은 1차 핵실험으로 국제적 비난과 제재 속에서 협상력을 제고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하여 핵무기 보유가 그들의 근본적 속내임을 분명히 하였다. 북한은 국제사회 일원이기를 분명히 거부하고 비정상 국가임을 스스로 내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핵무장을 배경으로 지난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당시에는 '호전광들에게는 시체와 죽음만이 차려질 것'이라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이러한 위협과 협박을 지난주 해상경계선(NLL)에서 발생한 대청해전과 같은 국지적 충돌을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예측불허의 국가라는 점이다. 이렇게 호전적이며 예측불허의 상대로부터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한미연합사라고 주장한다.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산물인 한미연합사는 한반도에 제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평화가 정착 될 때까지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다. 그리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주장한 군사주권의 상실이 아닌 안보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전략이다. 그런데 이를 해체하고 양개 군이 각각 작전을 하면서고 협조체제로 대응한다는 논리는 전쟁원칙에도 맞지 않고 역사적 사례도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시 연합국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을 앞두고 영국과 미국은 연합원정군사령부를 편성하였다. 이때 양국 지도자들은 영국인과 미국인의 미묘한 갈등을 접고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더 많은 병력과 물자를 투입하는 미국인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총사령관에는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을 임명하고 그 예하 지상군 사령관에는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을, 해군사령관은 미국의 램지 제독을 그리고 공군사령관에는 영국의 레이-맬러리 장군을 각각 임명하는 일사불란(一絲不亂) 한 지휘체계를 확립하여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좋은 선례를 남겼다.
한미 양국은 이러한 선례를 교훈으로 한미연합사를 편성하여 사령관에는 미국인장군을, 부사령관 겸 지상군사령관에는 한국인 장성을 임명하여 놓고 있다. 한미동맹군은 이러한 지휘체제 아래 지난 60여 년 동안 남북 군사적 충돌이라는 화약고를 폭발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해 왔으며 또한 앞으로도 잘 관리 하도록 임무를 부여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안전장치를 왜 해체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미국이 1949년 태평양 방위권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에치슨라인을 선언하고 극소수의 군사 고문단만 남겨 놓고 철수하자 북이 미국은 한반도 전쟁 개입 의지가 없다고 오판하여 6·25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한미연합사 해체는 제2의 '에치슨라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동맹국 양국 대통령에게 한미연합방위체제 구상에 대해 간언한다. 한미동맹은 최초 6·25전쟁 간 한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UN군 사령관에게 위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 작통권을 휴전이후 평화정착 시까지 UN군 사령관에게 위임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의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안전보장과 경제원조를 획득하기 위해 제안했다. 이에 UN군을 주도한 미국은 대 공산권 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서 한국의 중요성이 국익에 부합된다는 판단 하에 수용하면서 휴전 상태인 오늘날 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군사동맹은 한미 양국의 각각의 국익을 위한 것이었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이후 한미 동맹은 60여 년의 연륜을 넘기면서 한국군 작통권도 전시로만 국한 하여 내실을 기하면서 발전하였다. 이제는 동맹의 요건도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시 밝힌 '한미동맹 공동비전'에서처럼 변하고 있다. 즉 21C에는 동맹의 필수 조건은 양국의 상대적 이익의 공존 여부가 아닌 당사국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치'의 공유와 '세계 평화'에 기여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하는 전략동맹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는 민주주의, 인권, 평등, 시장경제 등 보편적 가치와 세계평화의 적으로 테러, 조직범죄, 환경파괴, 해적 등 초국가적 위협이라고 본다.
그런데 북한은 한미동맹의 공동 목표에 명확히 도전하고 있다. 핵무장으로 평시에는 한반도 재래식 군사력 균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전시에는 미군 개입 저지 수단이자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위협과 함께 노동당 규약에 명시한 한반도 공산화를 효율적으로 추진 할 수 있도록 지난 4월에는 헌법을 개정하여 국방위원장이 국가 최고지도자와 군 최고사령관을 겸임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잠재적 장애물로 판단된 15만 4천명을 반역자는 이름하에 6개의 정치범 수용소에 가두어 놓는 등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이 한미 양국의 공동가치와 세계평화에 정면 도전하는 안보위기가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공동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할 한미 양국은 현재의 긴밀한 연합방위체제를 해체하고, 오히려 이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졸렬한 대책임에도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안보세력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외교적 수사로 봉합하고 있다.
한미 대통령은 금일 회담을 통해 한미연합사를 어떻게 하는 것이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실천하는 실용대책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주기 바란다. 한미연합사 전작통권 전환 시기 조정은 우리의 절박한 소망이다. 이것은 동맹국 신뢰의 상징이며 공동 적에 대해 공동 대응한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반도 전쟁 억제의 확실한 수단인 한미연합사 해체계획은 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사시 승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연합군사령관에게 전작통권을 위임하고 이를 수행할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할 권한과 부단히 점검해야 할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konas)
김 규(예.공군소장, 대한민국성우회 자문위원/재향군인회 전 안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