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情報)는 국력이자 국가존망의 주요 변수"
한국국가정보학회 2010년도 학술회의 개최 ‘국가정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주제
한 나라에 있어 정보는 어느 정도의 가치를 점하며, 관련 정보를 수집, 해석하며 취급하는데는 또 어느 정도의 역량을 집중하고 힘을 기울여 왔을까? 이 같은 의문에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속의 정보활동’과 ‘정보활동의 실태와 방향’을 점검하는 학술회의가 한국국가정보학회 주관으로 열렸다.
이 날 학술회의에서는 국가정보활동을 통해 수집된 정보의 해석은 정보수집의 수단이 갖는 특성을 적절히 고려해서 국가 지도자들의 판단으로 이뤄지지만, 그러나 국가지도자들이 아무리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독단적으로 정보를 해석할 수는 없다는 주장과 특히 민주정체에서는 전문적인 지도자에 의한 정보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더러 가능하지도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는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정보는 대중에 공개되기 마련이고, 대중은 공개된 정보에 의존해 정책결정의 한 변수로서 참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1945년 해방이후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은 조직적으로 대남 정보활동을 전개한 반면 남한에서의 정보활동은 당시 미국이 안고 있던 사정에 의해 소련이나 북한 당국에 비해 훨씬 비효율적이고 미미하게 이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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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안 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 교수는, 해방공간에서 전개된 소련군과 북한측의 정보·정치공작 활동과 미군과 남한측의 활동은 크게 차이가 난다며 이는 첫째, 소련군과 북한측의 정보·정치공작 활동 담당기구는 잘 정비되고 통일적으로 지휘된 데 반해 미군과 남한측의 정보·정치공작 활동 담당 기구는 정비되지 못하고 통일적으로 지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소련군과 북한측의 활동은 소련군 → 김일성 →당·정·군의 정보·정치공작 부서 책임자로 통일적으로 지휘된 데 비해 미국의 정보·정치공작 활동 기구는 역사가 짧을 뿐 아니라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조직되었던 OSS는 2차 대전 종전과 더불어 해체되고, 또 일본에 위치한 맥아더 사령부가 관할구역에서의 타 정보기관의 활동을 금지하기까지 해 남한에서의 활동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개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당시 남한에서는 한국인의 독자적인 행정부가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인 행정부 내의 대북 정보·정치공작 활동 부서를 만들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미군의 대북 정보·정치공작활동은 남한의 민간인 비밀 반공결사조직인 '백의사'요원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관련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어 두 번째 차이는 소련군과 북한측의 정보·정치공작 활동은 범위가 매우 광범한 데 반해 미군과 남한측의 공작활동 범위는 매우 제한되었으며, 세 번째로 소·북의 활동은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한 직후인 1945년 9월21일 북한의 화폐개혁을 단행해 군표를 발행해 시중에서 조선은행권을 동시에 통용시킴으로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은행권보다 군표를 더 활용해 조선은행권을 수집할 수 있어 이 은행권으로 대남 정보공작활동에 풍부하게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시기에 조선은행권은 화폐개혁으로 북한에서는 구권이 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 화폐가 남한으로 유통돼 남한에서는 이 사실을 모른 채 1948년 4월 화폐개혁을 단행해 유통이 불가하게 할 때까지 약 4개월 여 동안 그대로 사용되었다는 웃지 못할 사실까지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 당시 회수된 조선은행권이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액인 30억 원에 달했다는 설도 있었다며 "당시 조선은행권으로 산 부동산이 오늘날까지 남한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의 활동 지원금으로 사용된다는 풍설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또 당시 조직화된 북한의 대남공작요원들의 정치공작 활동은 ▲정치분야에서의 정보를 수집하고 정치인들을 포섭해 조종하거나 ▲남한에서의 폭동과 무장투쟁을 일으키도록 지도·지원 ▲단순한 각 분야에서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며 남한에서 포섭된 요원들이 김구 선생과 김규식 선생을 남북협상에 참여토록 유도 공작한 사실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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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순 한라대학교 교수는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를 주제로 한 발제문에서 "정보기관이 배포하는 정보생산물은 전문적인 수집과 분석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지만 정보의 객관성과 중립성으로 정책의 효율성을 어떤 경우에나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며 "정보를 필요한 시점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수요자의 요구가 있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생산물의 정확성과 독립성을 주시하고 감시하는 정보감독자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우리 국회의 정보기관 통제와 관련해 "국회의 정보감독과 정책담당자의 기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그 원인으로 우선 의원들이 정보감독을 철저히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들었다.
그러면서 "정보감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초당파성의 부재"를 들고 "국회의 당파성은 정보위원회의 정보감독이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보기관이 제공한 정보가 정치적으로 쉽게 언론에 공개되고 여야 정당간 반목과 대립은 정상적인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을뿐 아니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공하는 정보 방식과 범위도 아직은 불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현상에 대해 "제도미비로 인해 국회와 정보기관 간 협력의 관행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정책담당자로서 의회의 정보감독이 양면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국가안보 이슈를 이해하는 의원들의 인식도 부족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입법 조사관의 지원도 매우 취약하다"고 꼬집고 정보기관과의 협력체제 구축과 정보실패와 정보의 정치화, 그리고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와 감독자의 역할 수행을 위한 제도 보완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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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론에서 유동열(치안정책연구소) 박사는 "정보는 현실의 문제"라며 "(국가의 주요정책과 관련한 비밀이)함부로 국회 등에서 발설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정보는 도덕과 이상이 아니고 국가이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박사는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정보역량은 시스템 적으로도 매우 후진적이고 안보와 관련한 법제들이 국회에 계속 묶여 있다. 시스템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법적 정비가 필요하고, 정보 관계자에 대한 사기앙양과 국민의 정보기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타파할 수 있도록 친화력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요원들에 대한 사기문제와 결부해서 "좌파 정권에서 (정보기관과 인적자원들을)대폭 정리하고 대공정보활동을 축소하고 줄였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정보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탈북자와 해방 정국에서의 활동을 펼친 백의사 활동을 연결지으면서 탈북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송대성 한국국가정보학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1백년 전 일제에 나라가 병합되고 60년 전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정보의 부재 때문이었다"며 "정보는 국력이고 곧 국가 존망의 주요 변수"라며 정보의 중요성을 언급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