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생명력의 역동성 높여라
건군 62주년 계기 명품 대한민국 국군으로 거듭나는 계기돼야
2010년의 국군의 날은 더 없이 무겁고 시려 보인다. 분단 이후 대한민국은 북한공산주의 집단의 생존위협에 하루라도 편한 날이 없었지만 특히 올 한해 우리 국군이 겪었던 많은 시련들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더욱 저려 온다. 북한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되고 46명의 용사들이 유명을 달리한 충격적인 일을 겪은 국군장병의 명예와 사기는 아직도 완전하게 수습되지 않고 있다. 또한 천안함 조사 과정에서 군이 보여준 최상의 노력과 결과들이 불순세력에 의해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이에 영향을 받은 국민들이 군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른바 저신뢰(low trust)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답답한 현상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되며, 이제는 그 종지부를 분명하게 찍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는 국가나 국민, 그리고 장병 모두에게 불행이 될 뿐 아니라, 국군의 전투력을 약화시켜 종국에는 국군을 국민으로부터 고립시켜 타도하려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건군 제 62주년은 이 모든 충격과 상처를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국가안보의 정기를 새롭게 다지며, 국군이라는 소중한 생명체에 원기를 힘껏 불어 넣어주는 뜻깊은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국군이 명예와 사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며, 국군과 더불어 안보를 공동으로 책임진 정치권도 당리당략을 떠나 군을 보호하려는 대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국군의 최대 지원자인 우리 국민 역시 군이 상처를 딛고 심기일전하여 대한민국의 국방을 보다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국군의 생명력을 역동시키는 주인은 어디까지나 장병 스스로이다. 군은 국가안보의 주체로서 국방생명력이 보다 새롭고 보다 강하게 역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생명력 있는 군은 어떤 모습인가? 그것은 군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방임무를 빈틈없이 수행 하려는 왕성한 의욕과 태도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군은 건군 제 62주년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신감을 회복하라
지금 우리 국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이다. 천안함의 피격은 분명 치욕스럽고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 군은 명예와 자부심은 물론 자신감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위험수위를 넘나들었고,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 역시 불안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우리 국군장병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며, 특히 군에 대해 악의적이고 왜곡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 지식인과 종교인의 행태는 군인의 최후 보루인 명예심마저도 심각하게 위협하였다.
그렇지만 군은 이 모든 것을 과감하게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 지나친 자책감은 더욱 금물이다. 우리 국민 역시 군이 하루 속히 침체에서 벗어나 본연의 임무에 정진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군은 자신감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최고의 전투기량을 배양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싸워 이길 수 있도록 직무에 몰입하는 프로정신이 병영문화의 전부가 되어야 한다. 특히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나치리만큼 전투태세를 점검하고 또 점검하여 스스로 안정과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축적된 자신감을 겸손하고 진실한 상태에서 국민 앞에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고 신뢰와 지지를 구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비효율성을 버려라
군대는 싸워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싸워 이기는 군대는 최상의 군대이다. 대한민국 국군 역시 반드시 승리하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 언제나 승리하는 군대가 되려면 효율성이 지배하는 군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우리 군은 지금까지 효율적인 군 조직을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 왔다. 이러한 투자는 나름대로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군내에 비효율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고 있지 않는지를 다시 한 번 전면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방어 위주의 전략을 공세전략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략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최종 목적은 방어에 있지 않다. 공격이 없는 곳에 승리가 없기 때문이다. 방어자가 멸망을 면하려고 한다면 방어에서 얻은 이익을 활용하여 반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우리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무력적화하기 위해 항상 공격중심으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교육 훈련을 집중하는 것에 비해 우리 군은 오랫동안 방어에 집착함으로써 공세적인 기질이 저하되고, 적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우수한 전력을 가지고서도 평소에 이들 전력이 통합적으로 발휘 되는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공세적인 전략과 더불어 군 구조 역시 통합군체제로 시급하게 전환해야 한다. 작전반경이 협소한 한반도 전역에서의 생존의 키워드는 반응속도 즉 템포이다.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 적의 도발징후를 실시간대로 감시하고 적이 공격할 경우 신속한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선제타격 또는 적 지역에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전쟁승리의 최대 관건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훨씬 가볍고 신속하며 결정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잘된 전투조직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행여 각 군의 이기주의라든가 혁신의지가 부족하여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이는 또다시 국방의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지금 정부에서는 국방을 혁신적으로 선진화하기 위한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을 진행 중이다. 군은 이와 같은 기회를 잘 살려 싸워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재 조형하는 일대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건강한 집단이 되라
군대는 정신적으로 가장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군대는 국가를 수호하는 본분을 모범적으로 수행하여 결국 군의 생명력과 역동성을 배가시킨다. 군인 모두가 각자의 본분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는 건강한 군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소통이 잘 되며, 사기가 높은 상태에서 민주주의 정신인 존중과 배려심이 잘 발휘되어 내면적으로 높은 사기와 단결, 그리고 엄정한 군기가 서 있다면 이 또한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군대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것일까? 그것은 먼저 군 간부의 리더십을 선진화 하는 것이다. 군 간부의 선진적인 리더십은 민주적이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이 바탕을 이루어야 하며, 여기에다 군인으로서 확고한 가치관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윤리적 리더십, 그리고 전투력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전략적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어 발휘되는 것이어야 한다.
리더십의 선진화와 더불어 복무환경을 선진화 하는 일도 장병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요체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차별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대우를 받을 권리' 등이 명시되어 있다. 군인은 군인이기 전에 국민의 한사람이다. 특히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은 마땅히 국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 특히 국가에 대한 희생정신을 강조하면서 기본적인 권리쯤은 어느 정도 제한해도 된다는 잘못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먼저 병사들에게는 국민 최저임금 수준의 봉급을 지급해야 한다. 이것은 액수의 정도를 떠나 국가가 숭고한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또한 생활관이나 체육시설, 오락시설, 도서실 등은 기업체 또는 공무원 수준으로 격상되어야 하며, 장병과 그 가족들도 미군처럼 건강, 교육, 복지, 문화, 자기개발, 상담 등의 영역에서 일반 국민과 동등한 수준의 권리를 부여 받아야 한다. 이러한 환경조성은 장병과 그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질적으로 높여주어 국방생명력이 역동하도록 해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글로벌 하라
21세기 국가생존전략의 키워드는 글로벌화이다. 우리나라 경제 중 무역의존도는 80%대를 훌쩍 넘은지 오래이다. 세계를 무대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최선의 전략은 글로벌 코리아이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선두그룹에 서 있다. 국방을 수행하는 군도 글로벌화를 적극 추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리 군이 국제수준의 선진강군으로 도약하여 국가 생존과 번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과, 주변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유엔이나 안보와 관련한 세계 비정부기구와 유기적인 연대를 통해 한반도 안보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보조역량을 축적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점에서 국군은 비전, 가치, 전략, 시스템, 정책 등을 보다 국제적인 시각과 수준으로 설계하고, 세계와 협력하여 역동적으로 추진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을 축으로 하는 세계평화유지활동에 더욱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의료지원이나 재난극복 지원 등을 확대해야 하고, 특히 6·25 참전 21개국과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국가안보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도 국방운영이나 장병의 삶의 질, 그리고 인권과 문화는 물론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에 관한 각종 제도와 법규를 최대한 헌법정신에 일치시키고, 국민의 의식수준과 정서에 부합하도록 혁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을 배가하라
끝으로 국군은 소통의 능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소통의 출발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군대조직일수록 소통이 부족하며 그 원인을 보면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CEO 88%가 "직원들과 소통의 벽을 느낀다"고 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군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리 국민은 평소에 군의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천안함 사태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민을 향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현상은 자칫 군의 고립을 심화 시키고, 신뢰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군과 국민이 가지고 있는 국방의 가치와 비전의 차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군은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장벽을 허무는 일부터 서둘러야 하며, 그 출발은 진실하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 앞에 나아가는 공세적인 소통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물론 군도 할 말이 많다. 때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실망과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군은 진실과 겸손함으로 일관하여 사실을 언론과 국민에 정확하게 알리고 도움을 구하며, 필요시에는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해야 한다.
국민과 더불어 군 내부에 존재하는 각계각층 간에도 상하 또는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행여 병사나 하급 간부들이 상급자의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창의력과 자발성이 제한되거나 의욕을 상실하는 일이 없는지 재점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상명하복의 지휘체제라는 군의 특성상 지휘관을 비롯한 간부들의 커뮤니케이션 독점과 왜곡현상이 아직도 군내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역동의 상징이다. 더 이상 조용한 나라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나라이다. 한국인의 역동성이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면, 우리 국군도 국방이라는 생명체에 기력과 활력을 새롭게 불어 넣어 명품 대한민국 국군으로 탄생시켜야 할 시대적 사명이 부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작은 바로 건군 제62주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konas)
유명덕(국방칼럼니스트, 국방리더십개발원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