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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재협상 평가와 비준의 필요성

세계화시대에서 통상협상과 조약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해 나가는 절차법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

Written by. 최원목   입력 : 2011-01-18 오후 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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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자유연합 주관 한미FTA 국회비준 촉구 및 반미세력 규탄 결의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는 최원목 교수 ⓒkonas.net

  한-미FTA 재협상 자체는 미측의 과도한 요구로 무너진 이익균형을 회복하는데 실패한 협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우리가 얻은 돼지고기, 의약품 및 비자 문제에서의 이익은 자동차 분야에서의 대폭적 양보와 비견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한-미FTA 최대 성과였던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철폐 기간을 대폭 재조정하고 특별 세이프가드 제도까지 수용해버린 데 대한 상응하는 대가는 얻어내지 못했다.

  이러한 불균형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미FTA를 비준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성장과 제도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양국간 새로운 교역기회를 찾아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동반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Win-Win Game'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 경제통합이 양국 안보협력관계에 미칠 장기적·긍정적 효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고려사항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미국측이 비준할 수 있느냐가 그동안 가장 걸림돌이었는데, 이번에 재협상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한 것은 커다란 의의가 있다. 한-마디로 칠흙같이 어두운 정치상황에서 우리가 일정한 양보를 제공함으로써 미측 비준의 명분과 실리를 안겨준 “Path Finder"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다만, 한-미FTA 비준 필요성에 대한 판단과는 상관없이, 한-미FTA 비준 전략 및 재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우리 통상정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FTA 비준전략을 수립하고 상황변화에 따라 적용해나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제한된 정보와 판단력 하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버리고, 이를 견제하거나 사전 자문할 수 있는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통상조약체결 절차에 대한 개선에 초점을 두고 통상절차법 제정을 추진할 필요성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쇠고기 문제와 같이 단일 품목이 금기화 되고 성역화 되어서 엄청난 정치적 가치를 부여받고, 협상 상대국에 의해 철저히 무기로 활용됨으로써 우리 전체국익을 오히려 해치게 되는 식의 시민의식은 우리 통상체제의 현주소에 걸맞지 않는다. 건전한 시민의식과 소비자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I. 한-미FTA 재협상 결과 손익계산서

  한-미FTA 재협상 결과에 대해 여권은 성공한 협상이라는 설명이고 야권은 굴욕적 협상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FTA 비준전쟁이 예고된 현시점에서는 무엇보다도 협상 결과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대차대조표가 필요하다.

  자동차 분야를 보면, 미측은 즉시 철폐키로 되어 있었던 3000 cc 이하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4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다가 5년째 접어들며 철폐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우리 주력수출품이 4년 동안 아무런 FTA이익을 보지 못함을 의미한다. 픽업트럭 관세도 당초 9년에 걸쳐 균등 철폐키로 했었으나, 7년간이나 그대로 유지하다가 막바지 2년에 철폐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25%나 되는 고율관세를 철폐하는 문제이기에, 우리업계가 유망 수출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품목이었는데, 7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관세철폐 후에도 10년 동안은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승용차에 대해서는 협정발효 후 14년간, 픽업트럭에 대해서는 17년 동안이나 특별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EU FTA도 유사제도를 도입했으나, 자동차에 대해서만 특별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한 것은 한-미FTA가 최초의 예가 될 것이다. “수입증가”와 “심각한 피해”가 있으면 4년간 철폐된 관세를 원상복귀 시킬 수 있으며, 재차 발동할 수도 있다. FTA의 존재이유는 관세철폐를 통해 수출증대 효과를 거두려는 것인데, 이러한 목적을 무색케 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이 제도의 WTO규범 합치성이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WTO협정에 의하면 특정 수입품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세이프가드 조치(any emergency action)"도 취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대원칙이 선언되어 있다(WTO세이프가드협정 제11.1조(a)), 이러한 원칙으로부터 예외로 인정되는 것으로는 네 가지가 있는데, (i) 일반적인 다자세이프가드, (ii) 농산물 세이프가드, (iii) WTO가입의정서 상 규정된 세이프가드(WTO세이프가드협정 제11.1조(c)), 그리고 (iv) 지역무역협정 회원국간에 관세철폐를 원상복귀 하는 식으로 운영하며 관세철폐가 진행 중인 기간 동안만 적용하는 양자 세이프가드(bilateral safeguard)가 그것이다. 위 네 번째 것이 허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지역무역협정을 형성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관세철폐의 시기 및 속도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지역무역협정 관련 조항이 이러한 양자 세이프가드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 세이프가드가 관세철폐 기간을 넘어서 적용되는 경우에는 위 세이프가드 금지 대원칙에 위배되며 WTO규범에 별도의 정당화 조항이 존재하지 않고 있으므로 WTO위반이 성립될 수 있는 여지가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미국차 수입증가시 자동차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EU와도 FTA를 맺은 우리는 미국차를 세이프가드로 막게 되면, 유럽차 수입증가로 대체될 여지가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미국은 자동차 수출국 중 한국과만 FTA를 맺고 있으므로, 세이프가드를 취해도 이러한 식의 대체효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결국 자동차 세이프가드 도입의 실익은 미국 측에 더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측이 얻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원래 미국차에 대한 8%관세를 즉시 철폐키로 했으나, 이번에 4년간 철폐하기로 고쳤으니, 그만큼 교역조건이 악화된다. 다만, 미국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한국 안전기준도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을 제조사별 4배로 증량(6,500대에서 25,000대)했으니, BIG3 자동차를 합치면 연간 75,000대까지 무사통과의 혜택을 보게 된다. 엄격한 환경․연비 기준 적용을 면제받는 물량도 BIG3를 합치면 연간 13,500대나 된다.

  결국, 자동차 협상 결과는 우리는 크게 손해만 보았는데, 미측은 관세철폐에서의 일부 손해를 다른 데서 크게 만회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그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의 조정이다.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관세 철폐기한을 2년 연장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많이 상쇄된다. 원래 2014년 철폐키로 되어 있는 것은 매년 균등 감축을 전제로 한 것이나, 이번에 합의된 2016년 철폐는 협정발효시 25%에서 16%로 대폭 감축하고, 나머지를 2016년까지 균등감축 하는 비선형 방식이다. 첫해에 대폭 감축해야 하니, 그만큼 양돈업 보호효과는 떨어진다. 더구나, 2014년은 한-칠레 FTA에 따라 칠레산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는 시기임을 고려해야 한다. 즉, 2016년까지 미국산 돼지고기를 관세부과로 막는 대신, 그만큼 칠레산 돼지고기가 더 들어올 가능성이 커, 국내 축산업에 미치는 피해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제도의 이행 유예기간(18개월)을 추가로 1년 반 연기하기로 한 것은그 만큼 국내 제약회사들의 준비기간을 부여한 의미가 있다. 정부추계에 의하면 연계제도 도입으로 우리업계가 연간 360-800억원 가량 손실을 보게 되므로, 1년 반 유예로 500억-1200억원 정도의 혜택을 보게 된다.

  미국지사 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 기간을 1-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 것은 우리 기업인들의  편의가 그만큼 제고된 것을 의미한다.

  양측이 이번에 쇠고기 추가 개방에 대해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것은 미측이 쇠고기 전면개방을 FTA 비준문제와 연계시키지 않는데 합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양국의 전임 대통령이 FTA에 서명하면서 쇠고기 완전 개방 문제와 연계하는데 합의했던 것을 상기해보면, 이번 미측 입장이 한발 물러선 감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FTA와는 별도의 채널로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할 권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므로, 우리측이 얻은 것은 FTA비준 때까지의 “시간”이다. 

II. 이익균형 회복에는 실패한 협상, 그러나 비준돼야 하는 운명을 지닌 FTA

1. 이익균형 회복에 실패한 재협상

  재협상 자체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점이 사실이다. 어차피 원 협정문 그대로 비준할 수 없고 미국측이 원하는 바를 대폭 들어줄 수밖에 없으면, 우리도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서 서로 각자 원하는 바를 짜 맞출 것을 시도할 수 있었다. 3년 반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우리측도 다각도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국내산업의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수렴해나갈 수 있었는데, 결국 미국이 그대로 비준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제에 매달리느라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대로 버티면 된다는 식의 정부의 전체적 전략방침이 잘못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그동안 미국측이 재협상을 정식으로 제기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재협상을 위한 의견수렴을 거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식의 반응으로 일관했다. 바로 이러한 단견 논리 때문에 3년 반을 보내고 막판에 미국이 던진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식의 협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시점을 전후해서 여러 국내산업에 의견을 문의하고 의회에 문의해서 체계적으로 우리에 요구할 사항들을 마련했다. 그런 작업이 진행 중인데도 우리는 끝까지 버티기라는 별로 효과도 없는 전략에 매달렸다.

  우리측의 한-미FTA 비준 전략에 있어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인식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 통상정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한-미FTA가 서명될 당시인 2007년 6월은 미국경제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한 시기였다. 수입 승용차에 대해 부과해온 2.5% 관세를 한국에 대해 단기 철폐하고,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는 10년에 결처 없애는 것이 부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2008년에 접어들면서 미국을 휩쓴 금융위기는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미국의 자존심인 자동차 산업의 몰락이라는 근본적 사정변경이 발생한 상황에서 미측이 FTA 자동차 부문을 수정하지 않고는 비준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했다.

  그런대도 정부는 미측이 결국 협정을 그대로 비준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제를 버리지 않았다. 국회 문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일방적으로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한 것이나, EU와 서둘러 FTA를 체결한 것도 미측에 비준압력을 넣기 위함이었다. 사실상의 재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재협상이 아닌 “추가협의”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협정문은 절대 고칠 수 없다”는 형식논리에만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재협상 의제 선정의 주도권을 오리려 상대방에게 넘겨버리는 우를 범했다. 문안 고수 입장으로 일관하는 우리측에 대해 미측은 요구보따리를 협상테이블에 풀어놓았고, 그 중 어느 범위까지 우리가 수용하는지가 유일한 관심사가 되어버리는 수세적 협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우리가 체결한 FTA 중에서 가장 약한 금융세이프가드 조항이 규정되어 있는데도, 금융위기의 본산지인 미국을 상대로 금융 안정성 강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도대체, 이미 서명된 조약을 국내 사정을 이유로 수정하자는 협상에서, 요청국이 오히려 주도권을 쥐는 경우가 어디에 있는가?

  정부는 국내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막판에 대가를 제시해 주고받기 협상의 모양새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돼지고기 수입관세 철폐기한 2년 연기,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제도의 이행 유예기간의 1년 반 추가 연기, 미국지사 파견 근로자에 대한 비자 기간 연장, 쇠고기 문제에 대한  미온적 대응 등의 성과가 자동차 분야에서의 대폭적 양보와 비견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한-미FTA 최대 성과였던 자동차 분야에서 관세철폐 기간을 대폭 재조정하고 특별 세이프가드 제도까지 수용해버린 데 대한 상응하는 대가는 얻어내지 못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옷을 바로 입을 수가 없는 것이다.

2. 한-미 FTA 비준의 필요성

  이러한 불균형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미FTA를 비준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익의 균형이 미측으로 다소 기울었으나, 이대로라도 체결하는 편이 FTA를 체결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보다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것은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FTA가 가져다주는 혜택은 셀 수 없이 많다. 상호 관세 및 교역장벽을 철폐하게 되어 시장접근을 증대시킬 수 있고, 시장통합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으며,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보호 하에서 비효율적인 산업에 머물러 있던 국내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비교우위 산업으로의 특화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WTO 수준보다 높은 서비스 시장 개방을 통해 서비스 부문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으며, 상호간 및 제 3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이익 증대를 통해 국익을 증진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규제제도의 합리적 개혁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경제 상호의존성 증대를 통해 상호협력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FTA의 긍정적 효과는 경제의 효율성 제고, 경쟁심화를 통한 소비자 이익 제고, 그리고 국가간 협력체제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쟁을 승자(winner)와 패자(loser)가 정해지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라 본다면, FTA는 서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상호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윈-윈 게임(win-win game)의 대표적인 예인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한-미 FTA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1997년 경제위기의 성공적 극복 이후 저출산·고령화 현상 심화에 따른 잠재 경제성장률이 저하되고, 1990년대 이후 대내적 경제성장률 저하 현상이 일반화 되고 있는 상태에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어 우리 경제도 이제 단순한 해위시장에 대한 양적 확대 정책을 넘어서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제·사회시스템의 질적 향상(upgrade) 및 국제수준화(global standard)가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은 세계 최대 선진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 경제의 생산, 고용, 교역 및 직접투자(FDI)의 증대를 통한 장기적인 성장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또한 한-미 FTA로 인해 경제·사회시스템 전체의 선진화의 계기가 마련되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서비스 부문의 획기적인 개선 및 대외신인도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울러 한-미 FTA는 미국 시장에서의 차별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 캐나다, 멕시코, 요르단, 싱가포르, 칠레, 중미공동시장, 호주, 모로코, 도미니카, 바레인, 페루 등과 FTA를 체결하고 있으며, UAE, 태국, 파나마, 콜롬비아, 말레이시아, 오만, 남아프리카(SACU) 등과의 FTA, 환태평양파트너쉽(TPP) 및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대만, 파키스탄, 뉴질랜드, 쿠웨이트, 이집트 등과의 통합도 고려중이다. 우리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모든 나라 기업들과의 대미 수출 경쟁에서 그만큼 차별당하고 뒤떨어지게 됨을 의미한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첫째, 한-미 FTA로 인해 우리의 농업 및 서비스업의 피해는 큰 반면 제조업의 이익은 적으므로 한미 FTA는 불필요하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농업 부문에 대한 피해가 크다는 것은 우리 농산물 소비자의 이익(값싼 농산물 소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함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므로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다. 또한 이 견해는 한-미 FTA는 낙후된 국내 서비스업의 국제경쟁력 증진의 계기가 됨을 간과하고 있으며,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고용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익과 손해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행해진 후, 균형 잡힌 시각 하에서 비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한-미 FTA는 제조업 부문의 대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반면, 영세상인 및 농수산업 종사자에 대한 피해가 가중되므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고, 바로 그것이 우리가 FTA를 관철시킴으로써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극화의 궁극적인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및 고용보험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막대한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개방을 통한 경제 전체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FTA 열풍하에서 우리 주요 교역파트너와 FTA 체결 없이 이러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려 하는 것은 곤란함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한-미 FTA가 우리 경제성장과 제도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한·미간 새로운 교역기회를 찾아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동반적 안보협력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Win-Win Game'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미 경제통합이 한미 안보협력관계에 미칠 장기적·긍정적 효과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고려사항이다. FTA가 경제통합을 가속화시켜 안보분야에서의 상호 협력도 증진시킴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FTA로 인해 그만큼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안보비용도 줄어드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미국측이 비준할 수 있느냐가 그동안 가장 걸림돌이었는데, 이번에 재협상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마디로 칠흙같이 어두운 정치상황에서 우리가 커다란 양보를 제공함으로써 미측 비준의 명분과 실리를 안겨준 “Path Finder"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한-미관계는 물론 우리 통상관계의 역사적 이정표가 비로소 세워질 수 있게 되었다.

  한마디로, 단추가 잘못 꿰였다고 엄동설한에 이미 입은 옷을 벗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재협상 결과만을 가지고 FTA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III. 문제점 개선 방향

  한-미FTA 비준 필요성에 대한 판단과는 상관없이, 한-미FTA 비준 전략 및 재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우리 통상정책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정부가 제한된 정보와 판단력 하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버리고, 이를 견제하거나 사전 자문할 수 있는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통상조약체결 절차에 대한 개선에 초점을 두고 통상절차법 제정을 추진할 필요성도 검토해야 한다. 통상절차법은 헌법의 기본구조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강화하고, 민간의 실질적 정책 자문 기능을 증진시키며, 행정절차의 민주화와 투명성 제고라는 현대 행정의 목표와 합치되도록 제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통상협상 기본계획·실천계획·특정조약추진계획을 수립하여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당정협의와 민간자문을 통해 국민의 의견과 전문가 견해를 수시로 반영해 나가야 한다. 세계화시대에서 국제경제 질서 형성의 주요수단이 되고 있는 통상협상과 조약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추진해 나가는 절차법을 만드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나 이익집단들도 통상정책과정에 제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전체국가이익을 해하지 않고 협상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을 요구받을 수 있다. 무책임한 행동을 제도적으로 제재하고 민감한 협상정보의 비밀을 보장할 수 있는 조항들을 통상절차법에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쇠고기 문제와 같이 단일 품목이 금기화 되고 성역화 되어서 엄청난 정치적 가치를 부여받고, 협상에서 전체국익을 오히려 해치게 되는 식의 시민의식은 우리 통상체제의 현주소에 걸맞지 않는다.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는 자동차 분야를 챙기기 위해 미측이 철저하게 위협용 사용한 측면이 있다. 또한 그 위협이 잘 먹혔다. 우리 스스로 쇠고기 개방을 금기시하고 있으니, 아킬레스건을 키운 셈이다. 건전한 시민의식과 소비자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KONAS)

 최원목(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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