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對北 "원칙"에서 "변칙"으로 가는가
박근혜 의원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우뚝 솟게 한 동력은 그에 대한 인간적 신뢰이다. 박 후보에게는 매사에 “변칙”을 거부하고 “원칙”을 지킨다는 이미지가 살아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고 “교육과 과학의 허브(중심축)”로 바꾸겠다며 수정안을 제시하자, 박 후보는 끝까지 우직스럽게 반대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민에게 행정 도시로 삼겠다던 “약속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 그것이었다.
박 후보는 1년 전인 작년 8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8.9월호에 기고한 ‘새로운 한국: 서울과 평양간 신뢰 구축’ 제하의 논문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강경책을 주문하였다. 그는 ‘지금 까지 해온 대북정책을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면서도 북의 도발에 대해서는 ‘오직 가혹한 대가만을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의 ‘반복되는 상황(도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거 보다 단호한 접근(대응)이 더욱 분명하게 강조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박 후보는 요즘 대북정책과 관련, “가혹한 대가” “보다 단호한 접근” 원칙에서 벗어나 “변칙”으로 가는게 아닌가 우려케 한다. 그의 “변칙“은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반응에서도 엿보였다. 박 후보는 5.24 대북제재와 관련해 지난 22일 “전쟁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무책임하게 (해제)하면 안 되지만 어찌되었든 대화의 통로를 열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북한과) 이야기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박 후보의 “대화 통로” 재개 주장은 “북한의 사과없이 관계정상화를 새롭게 할 생각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이라는 데서 “사과 없이 관계정상화를 새롭게 할 생각”으로 들리거나 오해케 했다. 종북 야당들의 사과 없는 관계정상화 주장을 연상케 했다. 북의 도발 반복을 차단하기 위해선 ‘가혹한 대가’ ‘과거 보다 단호한 접근’이 필요하다던 작년 포린 어페어스 글과는 크게 상충된 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그 동안 연평도 포격 사과 없이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가겠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더 이상 북한의 ‘도발-대화-보상-다시 도발’의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선 사과 - 후 지원” 철칙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진정한 사과 없이는 관계정상화도 없다는 기본 ”원칙“을 내세우며 야당들의 대북 대화재개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박 후보가 사과 없이도 “대화 통로” 재개로 들리게 하는 말을 했다는 것은 북한 김정은에게 사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로 간주케 할 수 있다. 김정일을 초장부터 잘못 길들이는 신중치 못한 언어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는 올 2월28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선언’ 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였다. 그는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및 10.4 선언을 꿰뚫는 기본정신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며 “상호존중과 인정의 정신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김대중*김정일의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노무현*김정일의 2007년 ‘10.4 선언’은 박 후보의 말대로 “상호존중과 인정의 정신”에 바탕 한 게 결코 아니다. 6.15 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4억5000만달러 현금과 5000만달러 어치 물품을 뇌물로 불법 송금해주고 얻어낸 평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더욱이 이 선언은 2항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함으로써 북한의 적화통일 방안인 연방제안을 인정해주고 말았다. 그밖에도 3항에서는 남한내에 남아있는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풀어나가기로’ 함으로써 비전향장기수들만 북송해주고 북한에 억류되어있는 한국군 포로들은 냉혹하게 외면해 버렸다.
그런 맥락에서 6.15 선언은 “상호존중과 인정의 정신”이 아니라 김정일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간 “종북 정신”에 바탕한 것이라는 데서 지켜서는 아니 된다. 박 후보의 6.15 선언 존중 발언은 남한내 종북 내지 중도 세력을 끌어안으려는 “변칙”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박 후보의 “원칙”에 위배되는 언어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박 후보는 10.4 선언도 지켜야 한다고 했다. 10.4 선언은 “상호정신”이 아니라 일방적인 “퍼주기 정신”에 바탕한 것이다. 10.4 선언에서 약속한 대북 지원 사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려 14조원이 들어간다는 데서 그렇다.
물론 박 후보의 대북 “대화 통로” 재개와 김대중*노무현 껴안기 발언은 12월 대통령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좌우 대통합 전략의 일환일 수는 있다. 그가 8월20일 새누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밝힌 대로 ”이념과 계층“을 넘어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 ”100%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 그밖에도 대통령에 당선 된 뒤의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 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대화-보상-다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박 후보의 포린 어페어스 논문대로 북한 도발에 대한 ‘가혹한 대가’와 ‘과거 보다 단호한 접근“이 절대 요구되고 단호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북한의 금강산 관광객 사살, 천안함 격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사과 없는 ”대화 통로” 재개는 “원칙”을 포기한 “변칙”에 불과하다.
“전쟁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또 다시 북한 도발에 보상해 준다면, 새로 등장한 나이 어린 철부지 김정은에게 제2, 제3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욕구를 북돋아주는 결과 밖에 안 된다. “원칙”을 벗어난 “변칙”으로서 박근혜 “원칙”에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자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박 후보는 반드시 대북 관계에서 “원칙”을 지켜주기 바란다.(konas)
정용석(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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