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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통합과 언어문제

국립국어원, 남북통일 이후 언어혼란 최소화 위한 국제학술대회 열어

Written by. 최경선   입력 : 2011-11-24 오전 10: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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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통일 이후 언어혼란을 최소화하고 남북 언어통합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체제의 분단과 통합을 경험한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국립국어원은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체제통합과 언어문제’를 주제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베트남, 타이완, 중국, 마카오의 학자들을 초빙해 각 나라들의 문제점과 국어정책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  국립국어원 주최로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체제통합과 언어문제’ 국제 학술대회에서, 베트남 하노이국립대학 응우예 반 히에우 교수는 분단 30년 만에 재통일된 베트남이 베트남어를 표준화하고 통일화한 사례를 발표했다.ⓒkonas.net

 연세대 김하수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언어문제는 체제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문화와 역사의 주요 동력”이라고 전제하고, 독일의 재통일과 체제변화 과정에서 구동독인들이 언어문제에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에 견주어 볼때, 통일된 언어규범을 가져본 적이 있는 남북한의 체제변화시 언어통합에서 예상될 문제점을 우려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체제변화를 전제하지 말고 언어문제에 대해 협상을 해 둘 필요가 있다”며, 언어교육, 문헌기록, 번역, 정보기술, 학술교류, 언어예술(문학)의 교류, 사회적 통신망 등의 기초작업을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저우칭성 교수는 53개 소수민족이 80여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민족, 다 언어, 다문자의 특징을 가진 중국의 언어 상황에서, ‘다양성 사이의 주체성-사회 경제 개혁과 중국의 언어정책’을 주제로 지난 ’48년 이후 중국의 언어정책을 네 시기로 나누어 설명했다.

 저우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48년부터 ’57년까지 중국은 농업과 공업 생산력 향상과 과학기술의 낙후 상황을 바꾸고 80% 이상의 문맹률을 극복하기 위해 한자의 간략화와 표준 중국어 보급에 노력하는 반면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자정책의 발전을 도모했으나, ’58년 이후 문화대혁명 기간동안 소수민족 문자의 사용권을 박탈함으로써 소수민족의 문자 개혁 작업이 후퇴하다가, ’78년 이후 중국의 사회·경제 발전이 계급투쟁 중심에서 경제건설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언어정책이 표준 중국어를 열심히 전파하고 적극적으로 보급하되, 소수민족 언어 문자의 사용과 발전을 구체화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992년 중국 경제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바뀌게 되면서 번체자를 남용하고 간체자, 음역자를 마음대로 만들어 단어를 무분별하게 전용하며, 외국어를 마구 사용하는 혼란이 생기자 기존의 언어정책으로는 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2001년부터 중국 정부는 ‘언어법’을 공포해 언어와 문자의 규범화·표준화·정보화를 기하고,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하노이국립대학의 응우예 반 히에우 교수는,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으로 분단된지 30년 만에 재통일된 베트남이 ‘문화어’의 형태로 철자·어휘·발음 등 세가지 측면에서 베트남어를 표준화하고 통일화하는데 성공한 사례를 발표했다.

 국립국어원 조남호 어문연구실장은 ‘남한에서의 언어통합을 위한 그 동안의 성과’ 발제에서, 남한에서 북한어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된 1980년대 후반 이후 학계에서 진행되어 온 북한어에 대한 연구방향을 북한어 자체에 대한 분석, 남북 언어에 대한 비교연구, 남북언어 통합방안에 대한 제언 등으로 구분하고, 남북 언어 통합과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일로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을 들었다.

 이는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편찬위원회를 꾸려 남한과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을 아우르는 사전을 편찬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20차회의를 진행했다.

 타이완 국립정치대 장상관 교수는 타이완의 복잡한 언어문제를 150년 전 일본의 식민지와 1949년 2백만 명의 중국 본토인들이 타이완으로 이주한 역사적 배경, 청왕조의 공식 언어였던 만다린어/중국어의 사용과 원주민들의 다양한 타이완 방언 등 정치적 현실에 비추어 고찰하면서, 공존하는 다른 언어를 희생하지 않고 국어를 확립할 수 있는지, 국어를 확립함과 아울러 동시에 다른 언어를 장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마카오 대학의 쉬제 교수는 중국어(만다린어/광동어)를 제 1공용어로, 포르투칼어를 제 2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다중 언어사회로서의 마카오의 특징에 덧붙여, 어떤 정치적·공식적인 위치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국제화 사회에서 세계 공용어로 통용되고 있는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언어 묶음’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광둥어, 만다린어, 포르투칼어, 영어 이 네 가지 언어의 공존을 주장하는 것으로, 언어의 순위를 정할 필요없이 마카오 주민들은 두 가지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이중 언어 화자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 국립국어원 권재일 원장이 환영사에서 이 날 국제회의 개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konas.net

 미국 국방외국어대학교의 강사희 교수는 미국 국방외국어대학교의 평생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급 북한 언어자료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어 화자들이 북한의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인식해, 미래에 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 겪는 혼란을 처리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국민들이 북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립국어원 권재일 원장은 환영사에서 “남북이 분단된 후 6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남과 북은 사회 전반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분단에 따른 언어 이질화 문제는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이날 국제 학술대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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