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떳떳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곳"
본 내용은 병무청이 실시한 자원입대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임.(편집자 주)
꽃이 만개하는 포근한 날씨의 5월, 오늘은 군에 다녀온 지 어느덧 1년이 되는 날이다. 군 제대 후 학교에 복학하여 정신없이 학업을 수행하며 지내고 있던 중에 편지 한 통을 받게 되었다. 편지의 내용은 자원입대 체험수기 공모전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공익근무요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눈 수술을 해서까지 3번의 신체검사를 받은 뒤 2009년 7월14일 자원입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는 나에게 누구보다 특별하고 뜻 깊은 곳이다. 따라서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본인이 직접 겪고, 느낀 군 생활 이야기를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고, 전역 후 현재 군 생활 경험이 나에게 주는 여러 긍정적 의미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자원입영을 하게 된 계기는 나의 내성적인 성격과 나약한 모습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는 고3때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원래 내성적이었으나 친구들과는 잘 어울렸던 나는 어머니가 떠나신 이후 위축되어 지내왔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8년 무더운 여름 군 입대를 위해 친구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초고도 근시로 4급 판정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힘들다던 군대를 안가도 되게 되었지만 기분이 영 찝찝했다. 사실 이제 혼자가 되신 아버지에게 아직 존댓말도 못했던 나는 좀 더 의젓해지고 싶었고, 내성적인 나의 성격을 좀 더 외향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다시 말하여 홀로 되신 아버지와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늠름한 아들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근무 판정은 나에게 그다지 반갑게 다가오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이러한 생각을 전달하고 렌즈 삽입수술을 하여 다시 검사를 받아 1급 판정을 받고 입대를 하게 되었다.
입대를 하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옷, 신발, 먹을 것, 잠자리 등등 모두 밖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설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조금 흐르니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군대 특유의 위계적이고, 체계적인 생활방식 만큼은 정말 생소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는 자대를 배치 받는 동시에 계급이 주어지고 그에 맞는 책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밖에서도 학생 신분으로써 그에 맞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것은 개인적수준이며, 부모님의 보호아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위의 ‘책임감’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서 군대의 시스템은 하나의 전체로써 위계적으로 질서화 되어 있는데 가장 상급부대에서 하급부대까지 체계적으로 정보가 전달되고 역으로 가장 하급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가장 상급부대까지 전달된다.
이처럼 군대는 각 개인들이 모여 하나의 작은 집단을 이루어 임무를 수행하고 그 집단들이 모여 더 큰 집단을 이루고 큰 집단은 상급부대와 연결을 맺어 상호연결을 통하여 통합된 전체를 이루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체계에서 누구하나라도 자신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전체가 무너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자각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군 생활이 시작되고 나에게 계급이 부여되는 순간 나 자신이 해야 할 임무가 있었고 내가 수행한 일이 전체의 일부분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인은 14개월 동안 최전방 철책선 근무(GOP)를 했었는데 철책선 근무시 해야 할 기본적인 임무는 철저한 전방감시와 보고체계 준수이다.
하루는 야간에 철책선 순찰을 도는 중에 북측에서 다수의 인원이 산에 불을 내고 있는 것을 야투경(PVS-7)을 통해 관측한 적이 있었는데, 이를 바로 부대로 보고하였다. 부대에서는 상급부대로 전파하였고 상급부대는 좀 더 첨단의 장비로 북측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행이 큰일은 아니었으나 성실히 임무수행을 하였다는 이유로 나는 자대에 온지 2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대대장으로 부터 4박5일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내가 한 것은 단지 기본적임 임무수행이었지만 상급부대와 상호작용함으로써 북한의 행동을 자세히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군대는 모든 것을 위계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각 개인에게 부여된 임무는 책임감을 갖고 수행되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밖에서는 개인 단위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러한 책임감을 배우기 어렵다. 군 생활을 계속 하다보면 크고 작은 책임을 많이 요구받게 되는데 이를 통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책임감에 있어 많은 성숙함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힘든 훈련 속에서 내 주변 전우를 위해 희생하고 책임을 다 했을 때 강렬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데 이러한 측면은 책임이라는 것의 숭고한 의미를 깨달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내가 군 생활을 통해 얻어온 소중한 보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군에서 만난 인연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오래 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군대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하여 비교적 최근 병역 의무를 마친 입장에서 요즘 군대가 더 이상 그러한 편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곳임을 알려주고자 한다.
우선 현재 군대는 직책만 존재하고 계급은 없어지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심한 경우 처벌을 가해서라도 병사 간에 경직된 위계의식을 제거시키고 있다. 실제로 본인이 자대를 배치 받고 나서 병사들이 함께 생활하는 ‘생활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낀 것은 모두들 너무나도 편하게 생활한다는 것이었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거나 하는 그런 모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한 나에게 환영회를 열어주고 힘든 생활에도 불구하고 모두 먼저 말을 걸어주고 한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고마운 마음에 나 역시 모두에게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선임 병사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물론 일과시간이나 훈련 도중에는 각자 맡은 임무가 있기 때문에 다소 진지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며, 더 나아가 나와 함께 생활하는 전우들 그리고 보고 싶은 가족들을 위한 것일 뿐 다른 이유로 긴장하거나 힘들 이유는 없었다. 이 정도로 현재 대한민국 육군의 병영생활은 많이 바뀌어있다.
그렇게 나는 먼저 군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배려를 받으며 군대에 적응을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혹한기 훈련을 뛰게 되었다. 한 겨울 혹한의 날씨 속에서 숙영을 해야 하는 만큼 춥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동료 병사들과 추위를 잊기 위해 사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를 더욱 알아갈 수 있었던 좋은 추억의 시간이었다.
이처럼 군대에서는 밖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힘든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보내고, 매일 부대끼며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정말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컴퓨터로 소통하던 세상을 떠나 인간과 인간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정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해준다.
또한 가족들과 보고픈 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모두의 공통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군에서 만난 인연들은 사회에서의 관계보다 더욱 쉽게 친해지고 깊어 질 수 있었다. 나 역시 밖에서는 일체하지 않던 어머니 이야기를 군에 있는 선임이나 후임병에게 털어놓으며 솔직한 나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었는데 그 당시 선임 또는 후임병의 진심어린 격려들을 잊을 수 가 없다.
그 이후로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나의 감정을 더 이상 왜곡시키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었던 것 같다. 인간중심 심리치료의 창시자인 심리학자 ‘칼 로져스’는 인간은 자신이 지지받고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선천적으로 잠재된 성장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두들 집을 떠나와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했기 때문일까? 군대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의 이야기를 존중해주고 경청해주었다. 이러한 그들의 그러한 태도는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더 나아가 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더욱 당당하게 만들어 주었다.
현재 전역 한지 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군에서 가까웠던 전우 몇몇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가끔씩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관계를 지속 하고 있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그들과 함께 군생활 이야기를 하며 한바탕 웃고 집에 갈 때면 군에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약해질 일이 많아지는 요즘 나와 함께 웃어 줄 든든한 지원군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대에서 만난 인연은 특별한 공간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울고, 웃으며 지내온 기억이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만나는 인연과는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함이 있다.
마지막으로 군대가 시간만 죽이다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은 요즘 군대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일단 본인이 나온 부대의 경우 오후 6시에 일과시간이 끝나고, 저녁 9시까지 자유 시간을 갖은 뒤 점호를 마치고난 후에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독서실을 개방해 주어 11시까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개인시간을 보장해주었다.
즉 일과시간이 끝나면 간섭하는 이가 없기 때문에 시간만 잘 활용 한다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나 역시 군에서 토익 준비를 하여 병장 때 원하는 목표 점수를 취득할 수 있었으며, 이는 내년(4학년) 취업을 준비하는데 사용할 것이다.
또한 영어능력시험 준비 이외에도 각종자격증, 검정고시 등 자신이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군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가 있다. 참고로 토익, 토플, 텝스 같은 어학능력 시험의 경우 군인 할인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시험을 응시 할 수 있다.
그리고 군 생활 중 자격증이나 고득점의 어학능력시험 점수를 취득하게 되면 부대에서 포상휴가를 주기도 하는데, 나보다 6개월 선임이었던 사람의 경우 한자2급 자격증을 따서 휴가를 받고 다시 나가 토플시험을 응시하여 원하는 토플점수를 취득한 경우가 있다.(그 점수로 올해 7월에 교환학생을 간다고 한다.) 이처럼 군대는 더 이상 무서운 곳, 힘든 곳, 시간만 죽이는 곳이 아니다. 물론 내가 엄청나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거나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키 179Cm에 몸무게가 59Kg 밖에 되지 않는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며, 성격 또한 내성적이다. 하지만 군에서 적응하기 어렵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는 본인이 소위 말하는 편한 부대에 있었기 때문에서 일까?
위에서 말했듯이 내가 처음 14개월 간 군 생활한 곳은 백두산 마지막 봉우리라고 불리는 1400M 높이의 가칠봉 축선(GOP)이었고, 철수한 후에는 1024M 높이의 부대(도솔산)에서 생활하였다. 어찌되었건 분명한 것은 현재 군대는 이미 너무나 많이 바뀌었으며, 그 곳에서 얻을 수는 있는 것은 무궁무진 하다는 것이다.(물론 개인의 의지에 따라 그 이상을 얻어서 나올 수 도 있을 것이다)
군대는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취약함을 발견해주었으며, 그 취약함을 보완해줄 방법을 찾아주었다. 그리고 힘든 상황 속에서 자신을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었다.(현재 생활 속에서 가끔 위축 될 때면 군 생활 경험을 비추어 보아 해답을 얻곤 한다) 따라서 군대는 나에게 내부적 요소에서 부터(책임감, 증가된 대인관계기술, 인내력, 외향성 등등..) 외적인 것(토익점수)까지 많은 것을 주었다.
즉 인간적 성숙을 하도록 도와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대한민국 최전방 GOP에서 대한민국 남자로써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고 말이다. 제목에서와 같이 내가 사는 이 땅에서 해야 할 의무를 당당히 완수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군 생활 경험에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여지까지 부모님아래에서 보호 받아왔던 자신을 군 생활을 통하여 독립적인 사회인으로써 어떻게 행동하고 적응해야하는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는 일종의 사회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1년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인으로써 책임감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군대는 더 이상 막연하고 고통스러운 곳이 아닌 ‘배움과 성장의 장’이다.(물론 이 모든 것의 성취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눈 수술을 해서까지 군 입대를 결정했을 때 주위에서 염려의 시선을 많이 보냈었고, 나 자신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러나 군복무를 마치고 나온 지금 군 생활 경험은 나에게 있어 너무나 소중하고 추억이자 이로운 경험이 되었다. 만약 또 다시 나에게 이러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군복무를 다시 선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면서 아직까지도 군 입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이들, 또는 자원입대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본 수기를 통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나온 뒤 군대가 준 수많은 보물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Konas)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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