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이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임무를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
이 글은 국방일보 14일 16면 ‘오피니언’란에 실린 내용입니다.(편집자 주)
쿠바를 둘러싸고 미국과 스페인이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쿠바의 밀림 깊은 곳 어딘가에 은신해 있는 반 스페인 지도자 가르시아 장군에게 대통령의 밀서를 전달할 일이 생겼다. 많은 사람이 로완 중위를 적임자로 추천했다. 그리고 그 임무를 받은 로완 중위는 각고의 노력 끝에 밀서 전달에 성공한다.
우리는 로완 중위가 밀서 전달에 성공했다는 사실보다 왜 그가 적임자로 추천됐는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로완 중위는 자신에게 그 임무가 부여됐을 때 가르시아 장군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왜 자기가 가야 하는지를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몇 년 전, 이임하는 외국군 사령관에게 증정할 기념 CD 제작 임무가 부여됐다. 보직을 옮기고 첫 번째로 받는, 나에 대한 테스트 성격도 있는 임무였다. 주어진 것은 외국군 사령관 부부를 감동하게 해야 한다는 최종 목표뿐, 시간도 부족했고 할당된 예산도 없었다. 어려운 임무였다.
일을 맡길 실무자를 물색하는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직제표상 누구의 직무에도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중령도 소령도 망설이고 있을 때, 갓 진급한 해병대 대위가 자신이 해보겠노라고 나섰다.
“정말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습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할 수 있습니다.” “외국군 사령관 부부를 감동하게 할 수 있겠어?” “해보겠습니다.” 너무 자신 있게 얘기하는 게 오히려 더 못 미더워서 두 번 세 번 확인했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그의 대답이 당돌해 보였다.
결국 그 대위에게 일을 맡겼다. 미덥지 못해하면서도 그에게 맡긴 이유는 올차고 다부진 그의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 못하겠다고 발뺌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는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적극적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 판단대로 그는 주어진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냈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신세대 장병들은 원칙을 좋아한다. 원칙에 맞지 않으면 수용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한다. 그런데 조직은 로완 중위 같은 사람을 더 선호한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합리성보다는 창의성과 적극성에 점수를 더 준다.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참신한 아이디어이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주어진 임무를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맥아더 장군은 “군대에 민주주의는 없다”고 강변했다. 이는 민주적인 군대 운영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임무 달성을 우선하는 군대 조직의 특성을 강조한 말이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목표 탈취를 위해 전진을 명령하는 곳이 군대다.
아무리 민주적인 군대라 할지라도 주어진 목표를 탈취할지 말지를 투표로 결정할 수는 없다. 이 시대는 로완 중위 같은 사람을 원한다. 특히 임무완수를 우선시하는 군대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Konas)
하두철(前 합참 공보실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