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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안과 김형두를 위한 변론

Written by. 양동안   입력 : 2012-01-30 오후 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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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의 풍조 가운데 좋은 것들도 있고 좋지 않은 것들도 있다. 좋지 않은 풍조 가운데 하나는 어떤 인물에 대해 영향력 있는 언론기관이나 인사가 칭찬을 하거나 비판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덩달아서 그를 칭찬하거나 비판하여 사회 전체가 그를 과도하게 찬양하거나 매도하는 무분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남이 장에 가니 나도 장에 간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나쁜 풍조로 인해 요즈음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이근안씨와 김형두씨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경찰의 대공수사팀 수사관이었던 이근안씨는 최근 김근태 통합민주당 고문이 사망하자 과거 김씨를 고문했던 사실이 다시 부각되면서 모든 언론매체로부터 ‘고문기술자’로 매도되고 심지어는 자기가 소속된 기독교 교단으로부터 목사직을 박탈당하기까지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인 김형두씨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선거법 위반사건 재판에서 곽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람에게는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고 돈을 준 곽씨에게는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이상한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매도당하고 있다. 이씨나 김씨의 행동을 차분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매도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고문은 비인도적인 것이며, 해서는 안 될 행위이다. 그러나 수사인력이 부족하고 수사기법의 과학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조건에서 수사관들이 범죄혐의자들로부터 범죄에 관한 정보를 제때에 캐내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런 당위론에 입각하여 지난날 범죄수사에서 고문을 가했던 수사관들을 일방적으로 매도만 할 수는 없다.

 이근안씨가 대공팀의 수사관으로 활동하던 1980년대는 간첩과 반체제혁명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그들을 수사하는 인력은 부족하고 수사기법의 과학화는 저조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수사관들은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가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당시 범죄혐의자들에게 고문을 가했다는 이유로 오늘날 이근안씨를 비롯한 당시 수사관들을 용서할 수 없는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만일 그들이 고문이라는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간첩혐의자와 반체제혁명분자들의 범죄정부를 캐내지 못한 채 모두 무죄 방면했고, 그 결과 간첩과 반체제혁명분자들이 투옥되지 않고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여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었다면 대한민국의 공산화에 분노하는 국민들은 그 수사관들을 뭐라고 평가할까? 그 수사관들은‘대공수사관들로서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놈들’이라는 욕을 먹을 것이다.

 따라서 수사관들이 당시 고문을 가한 사실을 정당했다고 두둔을 할 수 없더라도 그들을 용서할 수 없는 잔인무도한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국가를 공산주의로부터 지키려는 목적에서 하기 싫은 고문을 해야만 했던 역사의 희생자들인 것이다.
 
 김형두씨의 경우, 돈을 받기로 하고 후보를 사퇴한 사람의 형량보다 돈을 제공한 곽 교육감의 형량을 가볍게 선고한 것은 최적의 판결을 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판사는 객관적 증거와 법리에 입각하여 판결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판결을 엉터리 판결이라고 매도하기도 어렵다.
 
 지지 유권자가 중복되는 박명기씨가 후보를 사퇴한 덕택에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곽노현씨가 선거가 끝난 후 박씨에게 은밀히 제공한 2억 원이라는 돈이 선거 시의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이 분명한 사항이다. 김 판사의 판시대로‘후보를 사퇴한 박 교수와 곽 교육감의 관계, 금품의 액수, 돈 지급 경위 등 객관적 요소를 종합하면’ 대가성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박씨가 후보를 사퇴한 시점에서 박씨가 사퇴하면 곽씨가 대가를 제공하기로 한 실무자들 간의 약속을 박씨는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곽씨가 알았는지 여부는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재판과정에서는 곽씨가 그 약속을 알았음을 입증하는 분명한 객관적 증거를 검찰 측이 제시하지 못했고, 곽씨가 그런 약속이 있었음을 뒤늦게 알고 화를 냈다는 정황적 증거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대가를 주고받은 결과에 대해서는 돈을 준 곽씨와 돈을 받은 박씨에게 다 같이 형벌을 가해야 하지만, 후보사퇴와 관련된 금품수수 범죄의 출발과 관련해서는 박씨와 곽씨를 동일하게 처벌할 수 없다. 박씨에게는 대가를 받게 된다는 약속을 믿고 후보를 사퇴한데 대한 형벌을 가해야 하지만, 곽씨에게는 대가를 제공하고 박씨를 사퇴시키려 기도한 데 대한 형벌을 가하기 어렵다.

 그 결과, 돈을 받기로 한 약속을 믿고 후보를 사퇴한 박씨의 형량이 후보 사퇴의 대가를 제공한 곽씨의 형량보다 많아질 수밖에 없다. 돈을 주고 상대후보를 사퇴시킨 사람의 형량이 돈을 받고 후보를 사퇴한 사람의 형량보다 가벼운 것은 모순되지만, 객관적 증거와 법리에 입각하여 생각한다면 김판사를 엉터리 판결을 내린 사람으로 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konas)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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