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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송환’,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국군포로는 전역신고 하기 전까진 대한민국 국군이다. 국가가 정부가 대통령이 데려와야 한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5-06-25 오전 9: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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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뙤약볕이 대지를 달구고 있다. 38선을 무너트리며 지축을 뒤흔든 캐터필러(caterpillar) 음과 포성이 산야를 강타했던 1950년. 그 해 6월도 전국의 산과 계곡, 들녘은 날름대는 화염을 토하는 총포탄의 뜨거움으로 국민은 용광로의 고로(高爐)에 갇힌 신세와도 같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열화(熱火) 아래서도 이 땅의 젊은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고지를 향해, 적(敵)진지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 땅을 수호하다 6·25 당시 숨지거나 실종된 뒤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호국용사 13만 여명이 아직도 이름 모를 국토의 한 허리에서 후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이다. 예전이면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혼을 실은 진혼(鎭魂)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질 것 같은데 그마저도 올 6월은 아예 떠오르지 않게 한다.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얼어붙게 한 감염병 ‘메르스’ 여파로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를 기리고 위로하는 행사나 현수막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해마다 이맘때 우리 모두는 옷깃을 여미는 숙연함으로 현충일을 추념하고 6·25행사를 통해 국가의 소중함과 나라사랑정신을 되새기곤 한다. 이는 오늘에 살고 있는 우리가 오직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하나로 일신을 바쳐 호국의 수호신이 된 선열들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과 다시는 그 때와 같은 처절한 고통,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지기 위함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호국영령에 대해, 6·25 참전용사에 대해 얼마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가? 말로는 ‘나라를 구한 호국 용사’ ‘전쟁영웅’이라 칭하지만 내심 어느 정도 진정성을 갖고 그분들을 돌보고자 하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몇 가지 생생한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도 종북 좌파들은 틈날 때마다 서울광장과 세종로, 청계광장을 숱한 깃발로 진(陣)을 친 채, 반정부 구호에 정권타도를 외치지만 2004년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북세력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했다.

 서울광장 反美 군중집회와 인천 자유공원(맥아더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때였다.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지고 지켜온 나라인데,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한 것들이 뭐하자는 짓들인지....” 혀를 차며 혼잣말로 나무라는 연세 지긋한 노인을 향해 손자도 한참 손자뻘 되는 젊은이가 “뭐요? 당신 지금 뭐라 했어? 모르긴 뭘 몰라? 이 나라를 미제 속국으로 만든 X들이 누군데, 수구꼴통 꼰데들이 나서긴 뭘 나서?” 살벌한 어투로 내지르며 눈을 부라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노인분의 어투나 행동으로 봐 6·25전쟁에 참전한 참전용사였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그 어름에 나는 잊혀 지지 않는 한 분을 만나 뵌 적이 있다. 1994년 꿈에도 그리던 조국 땅을 밟은 귀환국군포로 1호 故 조창호 육군 소위(귀환 후 중위 승진)다.

 당시 잠실 재향군인회관에서 열린 (가칭) 국군포로 가족모임 창립 발기인 대회로 기억된다. 병환으로 무척 쇠약해진 모습임에도 행사에 참석해 북녘에서 포로생활 중 겪었던 비참상과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와 가족들에 대한 연모(戀慕)의 마음,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북에 남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오직 조국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동료들에 대한 애달픔, 그리고 국군포로 송환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행동에 안타까움을 전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약해진 몸임에도 각종 행사에 참석해 국군포로 송환 활동을 펴시던 조 중위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이듬해인 2006년 11월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향군 장(葬)으로 거행된 고인의 장례식에서였다. 허나 그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군포로 송환에 대한 남북 당국 간의 협상은 극심한 온도차만을 실감하고 있을 따름이다.

 정부가 자력으로 데려온 국군포로는 이제까지 단 한 사람도 없다. 아니,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동토(凍土)의 왕국(王國) 북한 땅을 탈출해 제3국 우리 공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당신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아귀(餓鬼)같은 소리를 들으며, 중국 공안에 붙들려 북으로 강제 송환된 사건도 이어졌었다.

 정부는 귀환 포로 증언 등을 통해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규모를 56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도 북녘 어디선가는 생존 국군포로들이 여생이 다하기 前 단 한 번 고향땅을 밟아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 들려오고 있다. 이젠 시간이 없다. 6·25참전용사의 평균 연령이 85세다.

 지금까지 북한은 단 한명의 국군포로도 없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을 탈출해 국내로 귀환한 국군포로는 한 명도 없다. 조창호 중위가 귀환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제3국으로 탈북 해 귀환한 국군포로는 80명, 그 가족은 430명에 이른다.

 북한 집단의 궤변에 국방부도 어려움이 있을 줄 안다. 하지만 눈감고 아웅하는 걸 모르는 게 아니지 않는가? 북한이 언제 진정성을 갖고 우리와의 대화의 자리에 단 한 번 이라도 나선 적이 있던가? 의지의 문제고 협상의 문제다. 조창호 중위가 그랬듯 국군포로는 전역신고를 하기 전까진 대한민국 국군이다. 국가가 정부가 대통령이 데려와야 할 분명하고도 명백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젠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국군포로 없다’는 저들의 오리발에 언제까지 속수무책 손을 놓은 채 김정은의 처분만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지하 탄광의 혹독한 강제노동, 극심한 감시와 생활고 속에서 피맺힌 한(恨)을 품고 오늘도 남녘으로 흘러가는 무심한 구름만 지켜보고 있을 대한민국 현역 군인을 우리 품으로 데려와야 한다. 시간이 없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Konas)

이현오 (칼럼리스트/수필가, 재향군인회 안보대응부장. 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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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그니(teammyg)   

    국가에서 국민에게 할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합니다. 그 어떤일보다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분들의 영령이라도 조국산하에 묻혀 평안한 안식을 얻도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06-29 오전 9:42:00
    찬성0반대0
  • 살인미소(pjw3982)   

    너무 늦엇다...국회의원 들은 뭐하는 것잉지.....

    2015-06-25 오전 9:46:53
    찬성1반대0
1
    2019.4.19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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