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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대립을 넘어 평화로운 한반도로... 법화산의 전사자 유해 찾기

"평화에 대한 환상만이 아닌 군사적인 대비 항상 유념해야"
Written by. 이만종   입력 : 2018-06-08 오후 4: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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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으로 가득 차 있는 나무속에 조용하게 퍼 올리는 분주한 삽질 소리를 따라가 보니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6.25전사자 유해발굴현장이다. 변철 중사가 인솔하는 육군55보병사단 발굴대원 20명이 용인시 법화산 383미터 정상부근을 4주째 발굴 작업 중이다. 산 아래는 물푸레마을이라는 공기 좋은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지만 이곳은 67년 전 국군과 미군 연합군이 중공군 3개 사단과 치열한 전투를 했던 ’썬더볼트 작전‘의 역사적 장소다.

 국방부 전사자 유해발굴단의 임무는 6,25전쟁이 끝나고 난 뒤 유해를 발굴해서 유족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미군에도 전쟁 중 실종된 미군의 유해 탐색과 수습을 전문적으로 하는 미국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 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가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에 이어서 세계 두 번째로 전사자 유해 발굴 전문부대를 창설한 국가다. 부대의 슬로건은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이다.

 6.25전쟁은 워낙 단기간에 전선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많은 전투에서 미처 전사자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굴단은 주로 6.25 전쟁 당시 전사자 유해의 발굴과 신원파악을 담당한다. 2007년 창설돼 현재까지 국군전사자 9천500여 위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121명의 신원을 확인해서 가족 품으로 돌려드렸다.

 원칙적으로 전사자는 후송해서 장례를 치러야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변수와 극한상황이 시시각각 벌어지는 전쟁에서 전사자의 수습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수는 전장에 그대로 버려지거나 아니면 후일을 기약하고 그냥 이름도 모른 채로 매장하기만 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가족들 입장에서는 발굴 현장에서 나오는 녹슨 군장류와 무기류, 다양한 개인 물품들이 수십 년이 지났어도 전쟁에 참전해 사망하고 전사 통지를 받았던 당시처럼 잊혀지지 않는 기억 속의 아픔인 것이다.

 돌이켜 보면 70여 년 전 우리는 냉전적 국제정치의 이념적 대결장이 되면서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겪었다. 이로 인해 분단의식은 견고하게 고착화되었고 지금까지 우리 모두는 이념의 족쇄 속에 갇히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로 인한 대립으로 부모나 친지, 연인이나 형제를 잃은 사람은 이 땅에 부지기수다. 전쟁체험 세대가 가진 이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야말로 지금까지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얼음장벽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남북정상회담과 평화선언 발표는 어쩌면 그 얼음장벽이 서서히 해빙의 시간으로 접어드는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만일 미북간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이 비극적인 분단체제는 자연스럽게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종전선언 등의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한반도에서 종전(終戰)의 의미는 크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땅에 민족 간의 전쟁 위협이 사라질 것이고, 그 전쟁 위협을 기반으로 했던 분단체제도 종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6.25와 같은 파괴와 참화대신 민족 간의 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기회가 될 것이다. 남북이 서로 손을 잡고 통합된 힘들이 모이면 우리는 틀림없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태도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으며, 만의 하나 종전(終戰)으로 야기될 수 있는 미국과의 동맹의 변화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평화에 대한 환상만이 아닌 군사적인 대비에 항상 유념해야만 한다.

 다시 산길을 접고 하산하는 길에 발굴현장 등선 너머에 뒤늦게 핀 목련 꽃봉오리가 눈에 마주친다. 바로 이곳에서 전쟁을 치르다 산화한 순국선열들의 살신성인이 없었다면 법화산 6월의 산하도 더 적막하기만 했을 것이다. 산 아래 물푸레 마을의 돌담길에도, 발굴단의 작업이 계속되는 숲길에도 노란 야생화가 햇살보다 더 환히 빛나고 있다.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이 남한의 북쪽 국경, 북한의 남쪽 국경 즈음에서만 머물러야 하는지 먹먹하다. 언젠가 작은 우리의 땅에 경계선이 사라지는 날,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엔 희망들이 가득 담겨질 것이다. 호국영령이 지켜온 우리의 산하, 아직은 희뿌연한 이 땅의 높은 하늘도 다음 6월에는 더욱 푸르고 빛나기를 기도한다.

(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 호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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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미소(pjw3982)   

    찾아주자 끝가지////

    2018-06-11 오전 9:47:39
    찬성0반대0
1
    2018.9.24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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