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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본 '황장엽의 첫 문장'

Written by. 조갑제   입력 : 2005-12-28 오전 9: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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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전 필자가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수중에 쓴 글을 읽어보니 당시 한국 지식인 사회의 문제가 풀리지 않고 더 악화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글은 朝鮮日報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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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黃長燁의 첫 문장
 
  기자는 노트북에서 뽑아낸 黃長燁 자필서신을 가슴에 품고 얼어붙은 하버드대학 캠퍼스와 해빙된 찰스 강가를 해가 질 때까지 돌아다녔다.
 
  「남북간의 대립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 아니고 자본주의와 봉건주의의 대립이다」라는 첫 문장이 전해준 흥분을 가누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黃長燁은 북한 핵 개발, 땅굴, 전쟁준비, 김정일의 건강에 관한 많은 고급정보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가 체험하고 목격한 주석궁 秘史는 김일성 부자의 진실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줄 것이다.
 
  그러나 첫 문장의 이 고백이야말로 그가 가져온 최대의 특종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親北 세력의 경전인 소위 주체사상의 파수꾼이 목숨을 걸고 한 이 증언은 진보로 위장해온 남한내 친북 세력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프롤레타리아 독재로써 극복했다고 하여 역사발전단계상의 진보라 자칭해 왔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의 친북 학생 및 지식인들은 진보라는 말을 先占하고 獨占했다. 정확한 언어감각을 갖지 못한 언론도 그들에게 진보란 월계관을 씌워주었다. 진보라는 이 좋은 말은 사전을 떠나 대한민국을 파괴하기로 맹세한 사람들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로 봉사하게 되었다. 진보는 좌익의 정체를 보호해주는 방패요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 세력을 守舊로 몰고 찌르는 창이 되었다. 그들의 핵심적인 전략은 용어뒤집기였다.
 
  진보, 개혁, 민주, 정통성, 正義와 같은 명분성이 강한 용어의 해석권을 장악한 바탕에서 그들은 건국을 反민족, 6.25를 북침, 대구폭동을 항쟁, 그리고 자유민주세력을 반동이라고 매도했다. 「폭동」에선 공산주의자들이 역적이지만 「항쟁」에선 진압세력, 즉 건국세력이 역적이 돼야 한다.
 
  찢기고 밟히며 무너지려는 대한민국을 쓸어안고 짜집기하여 여기까지 끌고 온 사람들, 특히 기성세대는 주눅이 들고 말조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보수와 우익이란 말은 좌익이나 친북이란 말보다 더한 기피어가 되었다. 물질과 공권력은 우익이 잡았으나 정신적 헤게모니는 좌익이 장악함으로써 한국사회의 2중적 분열상은 항구적인 불안 요인으로 남았다. 북한에 대한 여타 부분의 압도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守勢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이런 自中之亂의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소위 진보세력의 이론적 지주인 黃씨가 「북한은 자본주의보다도 역사 발전 단계가 낮은 봉건주의」라고 자백했으니 친북 세력은 퇴보가 되고 자본주의-자유주의 세력이 자동적으로 진보가 된다. 守舊, 반동이란 말도 이제는 그들의 몫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봉건왕조에 다름 아닌 전제체제에 충성하는 것이 守舊이고 역사발전을 거부하는 것이 반동인 것이다.
 
  이런 자리 매김은 黃씨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간판을 놓아 버리지 않고서 식민지배와 봉건 잔재의 질곡을 끊고 守舊, 반동, 퇴보세력인 공산주의자들의 도전을 극복하면서 세계 제11위의 민주적 경제대국을 건설한 대다수 대한민국 구성원이 진보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진보세력인가. 다만 하나 억울한 것은 이 너무나 당연한 평가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인 것이다. 6.25 그날의 체험자가 다 눈뜨고 있는데도 北侵이냐 南侵이냐를 학문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고 南侵 주장자들이 한때는 몰리는 상황이었던 나라! 2차 세계대전이 히틀러의 침략으로 시작되었는가 폴란드의 도발로 시작되었는가로 논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공산주의는 인간의 악마성을 정치적 무기로 동원하는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킨 증오와 위선의 과학이다. 한국사회에 도덕과 규범의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책임은 위선적 명분론을 앞세워 한국의 현대사를 상대로 행패와 억지를 부린 친북 세력과 그것을 막지 못한 기성세대의 비겁일 것이다.
 
  黃씨 서신은 그 동안 조선일보와 月刊朝鮮이 견지해온 對北 인식과 정책대안이 정확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친북 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던 조선일보의 북한 인권보도 같은 문제제기가 북한 지배체제의 힘을 빼고 동포들을 구제하는 가장 큰 무기라는 그의 지적과 남한의 친북세력이 통일방해 세력이라는 고발은 누가 진짜 反민족세력인가 하는 데 대한 해답도 자동적으로 내려주고 있다. 아유슈비츠를 능가하는 인간 도륙의 현장-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20만 명의 동포들을 남겨놓고서 우리 사회, 우리 지도자,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話頭를 던진 黃長燁의 귀순이 한 지식인의 양심과 고뇌에서 나온 결단이었듯이 우리 곁에 있는 親北지식인들의 진지한 고민도 기대해본다. <1997년 2월 14일 조선일보>

 조갑제(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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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ㅏkimc    수정

    북한은 21세기 자유민주 세계화의 발전&amp;#50647; 어듭고 구름속을 회어나지 못한 세계적 어듬속 인민은 당을 제왜한 꿈주림과 배고품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도 아사사한다, 북한의 이중 푸래위 다시는 대한민국은 북 기많전략에 심중을 기하며 튼튼한 국민적 안보태세 위 심중을 더욱 기하여야 된다,</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

    2009-10-17 오후 6:55:34
    찬성0반대0
  • 새터민    수정

    맞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봉건세습 왕조 국가입니다. 그들에게 지금은 21세기가 아니라 18세기이지요..</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5-12-28 오후 4:31:23
    찬성0반대0
  • 새롬이    수정

    황선생님의 진리의 고언이 현 정권에게 먹혀들지 않아 고심하실 줄 압니다만 대다수 국민은 당신의 말씀을 믿고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요. 진리는 항상 악에 같혀 늦게 빛을 발하는 법니이까요....</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5-12-28 오전 10:36:17
    찬성0반대0
1
    2022.12.10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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