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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공모전 입선작> 할아버지의 소원을 되새기며

Written by. 김융희   입력 : 2023-11-01 오전 9: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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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6.25전쟁 73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호국안보 글짓기 공모전에서 일반부 우수에 선정된 글입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100만명 이상, 현재 85세~95세 연령대의 어르신으로 15만여 명이 살아계시는 걸로 알려져있다. 지난 8월 30일 한국전쟁 참전용사이신 96세 나의 할아버지께서 영면하셨다. 조국수호를 위해 헌신하신 참전용사 또 한 분이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하루 전, 종일 병상을 지키던 나는 내내 마음이 저렸다. 오매불망 북녘 땅 고향에 가보고 싶어하신 할아버지의 한 맺힌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1928년 황해도 곡산 태생이신 할아버지는 임종 한 달여 전까지도 북녘에 두고 온 고향 땅의 산세와 지형을 상세히 그리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토록 가보고 싶어하신 북녘의 고향 땅 물 맑은 청계리 마을을 밟지 못하고 떠나신 할아버지, 우리 가족은 고향과 가까운 파주동화경모공원에 할아버지를 모셨다.
    
 1945년 일본제국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은 한반도는 38선을 경계로 분단, 남에는 미군정의 민주주의와 북에는 소련군정의 공산주의 체제가 수립되었다. 할아버지 가족은 남한 체제를 선택, 해방과 함께 논과 밭, 집과 산 등 재산 모두를 버리고 월남하셨다. 

 남한에 채 정착하기도 전, 할아버지는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6.25전쟁에 참전해 보병 제12사단 소속 전투병으로 인제 고성지역의 참혹한 전투를 치르며 구사일생 살아남으셨다. 

 전쟁 후 폐허가 된 세상에서 온갖 풍상을 이겨내며 자수성가하신 할아버지는 참으로 부지런하시고 엄격하셨다. 아흔을 넘기시고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가족의 삶을 지탱해오신 강고한 가장이셨다. 월남인의 강단과 절제로 상징되는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관해 남다른 기억과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 

 장손인 나를 각별히 예뻐해 주신 할아버지는 자주 둔탁한 북한 어조로 몸소 겪으신 6.25전쟁의 참상과 경험담을 들려주셨다. 할아버지는 전쟁의 참화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쟁이 남긴 상처가 얼마나 끔찍하고 처참한지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과 좌우로 갈라져 매일같이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대한민국 정국을 거론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반도의 전쟁을 심히 염려하셨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우산 속에 드리워져 있는 남과 북이 한민족으로서 허심탄회 흉금을 털고 자주적으로 대화하며 통일의 실마리를 풀어가길 강하게 언급하셨다. 

 전쟁의 참화가 두려워서 이셨을까, 할아버지는 나의 군 입대시 논산훈련소까지 동행하셨다. 입소식을 마치고 연병장을 돌며 배웅나온 가족들과 서로 손 흔들며 헤어지는 의식에서 할아버지는 가로막힌 대열을 뚫고 연병장 한가운데로 달려 나오시면서 “융희야!” 하고 나의 이름을 크게 부르셨다. 

 그때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할아버지의 그 모습은 언제나 내게 커다란 기운을 가져다 준다. 그 일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청년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전쟁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에서 생겨난 일로 간주된다. 

 남북간 화해 무드가 한창인 2000년 즈음, 자주 불렸던 노래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이었다. 그 때 할아버지는 <고향의 봄>과 나훈아의 노래 <너와 나의 고향>을 즐겨 부르셨다. 그 두 노래는 집안 행사 때면 어김없이 할아버지와 가족 모두가 함께 휘날레를 장식하며 부르는 애창곡이다. 꼭 가보고 싶어하셨던 북녘 땅 황해도 곡산 고향 마을을 가지 못하는 한과 설움을 달래는 할아버지의 절규가 배인 위안의 노래였다.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온 사나이, 구름머무는 고향땅에서 너와 함께 살리라'

 노래와 함께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로서 나라를 구한 것에 대해 무한한 긍지와 영예를 갖고 계신다 하시며, 조국수호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참혹한 전투를 치른 6.25 참전용사에 대해 국가가 예우를 갖춰 명예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음에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피력하셨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홍천 집에는 할아버지 손길이 닿은 집안 곳곳의 흔적과 할아버지의 자부심으로써【6.25참전용사 김경호】라는 대문의 명패가 또렷이 남아 걸려있다. 고향과 가족 품을 떠나 수많은 죽음의 위기 앞에서도 필사의 정신력으로 살아 돌아오신 나의 할아버지,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셨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암울했던 할아버지의 과거사와 쓰라린 대한민국 현대사를 생생히 이해했고, 다시금 할아버지를 무한히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세상물정 제대로 모를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6.25전쟁에 직접 참전해 자칫 사라질뻔한 나라를 구하고, 전쟁으로 완전 폐허가 된 나라를 눈부신 성장 속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대대손손 자유를 만끽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한 것도 모두 할아버지의 헌신과 희생에서 비롯된 유산임을 새삼 절감하고 재인식한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저희들 가슴 속에 살아 계십니다.(konasnet)

김융희(서울 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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