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북한 핵물질 증산 동향과 우리의 대응 방안
2023년 12월,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여 남북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헌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헌법에서는 새롭게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남북을 두 개의 별개 국가로 법제화했다. 지금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에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을 겨냥한 다양한 핵무기 개발에 주안을 두고 핵물질 증산을 독려하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최근 북한의 핵물질 증산 동향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 자세를 제안하고자 한다.
최근 북한의 핵물질 관련 동향
북한의『조선중앙통신』은 지난 6월 23일 김정은의 사회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20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다고 보도하면서,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국제 군사 정치형세에 주동적으로,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길이라는 데 대해 일치하게 인정했다”고 전했다. 또한 회의 결론에서는 핵기술과 관련해 “보다 방대하고 혁신적이며 고무적인 계획들이 가속적으로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위력한 국방자산들을 더욱 늘려나가기 위한 사업을 계속 멈춤 없이, 철두철미 우리 식으로, 세계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하여 강력히 실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6월 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은 최성남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함께 새로 가동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시찰하면서,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북한의 핵물질 생산능력이 “종전의 2배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시찰한 새 핵물질 시설의 위치나 구체적인 생산능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날 김정은은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지속적·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국가 핵무력 강화와 핵보유국 지위 행사가 변함없는 정치군사적 입장이자 의무”라고 못 박았다. 특히 김정은은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향후 계획의 추진 순서와 담보를 확정했다”고 밝히면서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통형 원심분리기로 채워진 시설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알다시피 원심분리기는 기체 상태의 우라늄을 고속 회전시켜 핵무기 제조용 고농축우라늄(HEU, Highly Enriched Uranium)을 얻어내는 핵심 장비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6월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버틱(VERTIC, Verification Research, Training and Information Centre)의 분석을 인용하여,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신규 시설 완전 가동 시 최대 75%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버틱은 최근 북한 핵시설 사진과 위성 영상, 기존 원심분리기 성능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영변 핵단지 시설로 보이는 신규 건물에 9,000기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해당 시설이 연간 약 160㎏의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생산능력을 연간 약 215㎏으로 평가한 만큼 새로운 시설이 가동되면 최대 75% 정도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증강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북한의 이러한 핵물질 증산은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우리나라 안보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핵전력 증강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핵시설 운영을 지속하고, 고농축우라늄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는 동향은 향후 핵무기 생산 기반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핵실험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정치적 부담이 따르지만, 핵물질 생산은 상대적으로 은밀하게 진행할 수 있어 북한이 장기적인 핵전력 증강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이처럼 핵물질 생산능력이 확대된다는 것은 단순히 핵탄두 수량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확보된 핵물질은 기존 핵탄두의 성능 개선, 소형화 및 경량화, 다양한 운반수단에 적합한 핵탄두 개발에 얼마든지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최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다양한 운반체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전술핵 운용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핵무기를 전략적 억제 수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실제 전장에서 운용 가능한 전력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포병 현대화와 정밀타격 능력 향상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유도 기능을 갖춘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성능을 개선하고, 이동식 발사체계를 확대함으로써 생존성 향상과 신속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핵탄두 운반수단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응 방안
우리가 북한의 핵물질 증산 동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와 함께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동맹 강화이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정책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만일 북한이 핵 사용을 시도할 경우 북한 체제까지 전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둘째, 우선 정보·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핵시설 운영과 핵물질 생산 동향을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성, 정찰기, 무인기, 정보자산 등을 연계한 다층적 정보수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한국형 3축체계의 실효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대량응징보복(KMPR, 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핵심이며, 변화하는 북한의 위협 양상을 고려하여 압도적인 우위가 되게 해야 한다.
넷째,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핵확산 방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국제제재와 외교적 압박만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는 어렵지만, 국제공조를 통해 핵물질과 관련 장비 조달을 통제하고 감시 체계를 더욱 강화한다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는 어느 정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konas)
이영석 : 한국의병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안보전략연구원 및 논문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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