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 간 아름다운 20대 청년과 죽은 후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한 80대 할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8일 오후 4시께 경남 마산 태봉병원에서는 뇌사상태에서 빠진 최지훈(24.마산시 진동면 고현리)씨가 가족의 결정에 따라 장기를 기증하기 위한 아름다운 죽음을 맞고 있었다.

최씨는 지난 27일 새벽 집 옥상에서 실족, 뇌사상태에 빠진 뒤 이곳 저곳 병원을 급하게 오갔지만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병원측의 진단을 받자 충격에 휩싸였다.

최씨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지만 계속 절망에 빠져 있지 않았다. 죽어가는 착한 아들의 모습을 더 지켜보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결정을 내렸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진정 아름답게 살아남는 것은 죽어가는 안타까운 생명을 하나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씨의 장기를 기증키로 한 것.

아버지는 "지훈이가 너무 착했다"며 "지금 살아있는 아들의 소중한 장기들이 꺼져가는 생명들에게 사랑의 불씨가 돼 다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아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결정했다"며 흐느꼈다.

뇌사판정을 받은 최씨는 29일 부산 백병원에서 심장.신장.췌장.폐 등 장기의 건강검사를 마친 뒤 장기적출에 들어가며 곧바로 시신은 마산 태봉병원으로 옮겨져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 관계자는 "최씨 가족들의 아름답고 소중한 결정으로 꺼져가는 생명 7~10명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힘들고 어려운 소중한 결정을 내린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8일 새벽 마산 삼성병원에서는 평생을 청빈한 목사로 살다 죽음을 맞은 이희전(86) 할아버지가 17년 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에 등록했던 사후 시신기증 약속을 지켰다.

35년간 목회자로 살았던 이 할아버지는 강원도 농어촌과 오지 등을 누비며 무려 13개 교회를 세우는 왕성한 선교활동을 벌였으며 지난 89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에 자신의 장기는 물론 사후 시신기증까지 선뜻 약속했었다.

이 할아버지의 시신은 오는 30일 발인예배를 마친 뒤 곧바로 전남대병원 의과대학으로 운구된다.

아들 이삼균(47) 목사는 "오래전 추석날 할머니 산소에서 아버님께서 삼형제가 모인 자리에서 좋은 소식을 알려 주려고 하는데 나와 너희 어머니랑 기쁜 마음으로 장기를 기증키로 했다"며 "아버님이 그토록 기쁘게 받아 들였던 소중한 약속을 받들게 됐다"고 말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경남지부 이홍 이사는 "우리나라 뇌사 장기기증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며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장기를 기증해 죽어가는 이들에게 생명의 불씨를 심어주고 약속했던 장기기증이 어렵자 시신까지 기증한 아름다운 결정에 감사와 존경을 표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