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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소감문(2) 낭만 가득 마지막 국토대장정

Written by. 주재영   입력 : 2024-08-21 오전 9: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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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14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소감문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입니다.)

지원동기 : 지난해 국토대장정 대원으로 참여했던 기억은 여름날의 뜨거운 추억으로 제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무더위와 장마 속에서 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조원들과 함께 격려하며 걷던 순간들은 단순한 경험이 아닌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제가 올해 다시 스태프로 지원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단장님과 부단장님들께 받은 과분한 사랑을 베풀고 싶었습니다.
힘든 여정이 무사히 끝날 수 있었던 것은 단장님과 부단장님들을 비롯한 지원팀의 헌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스태프로서 대원들을 격려하고, 제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아낌없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둘째, 전국에서 모인 또래들과 맺었던 인연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며 시야가 넓어졌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귀중한 만남을 다시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고 싶었습니다.

셋째, 대학 졸업 전 리더십을 발휘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내년에 임관을 앞둔 육군 군장학생입니다. 국토대장정에서 많은 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그들이 힘들고 지칠 때 협동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경험은 군 생활에 분명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리더로서의 자질을 체험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원들을 지원하면서 스스로 한층 더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 2024년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konas.net

 

OT (6월 24일) 

작년과 다르게 본회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반겨주시는 부단장님의 미소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후 회의실에서 진행을 기다렸습니다. OT를 통해 사전에 국토대장정의 전반적인 일정과 주의 사항을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6박 7일간의 대장정을 앞두고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동시에 스태프로서 해야 할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회의실을 가득 채운 대원들의 안전과 협력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는 서로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대원들은 조별로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저는 스태프들과 시간을 보내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웃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의 장벽이 허물어졌습니다. 간단하게 출정식 연습 후 OT는 마무리되었고, 모두가 설레는 마음과 함께 배부받은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날 저는 이번 국토대장정이 무사히 끝나길,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1일차 (6월 25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만반의 준비를 끝마치고 본회 4층 회의실로 갔습니다. 예행연습이 끝난 후 출정식이 거행되었고, 우리는 회장님의 격려 말씀과 응원 속에서 6박 7일 대장정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회의실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차량에 오르기까지, 향군 임원분들께서는 악수하며 저희에게 힘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일주일 뒤 새까맣게 탄 모습으로 해군 2함대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2호차 차량에 탑승하였습니다. 차량 탑승 후 인원수를 파악하고, 탑승자 모두가 안전벨트를 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스태프로서 저의 첫 임무였습니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을 버스에 함께 싣고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하였습니다.

현충원에 도착했을 때는 의장대가 동작 시범을 하고 있었습니다. 각 잡힌 절도 있는 모습과 화려한 군무에 매료되어 눈을 떼기 힘들었습니다. 관람이 끝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우리는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현충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묵념을 했습니다. 참배하는 동안 코로 전해지는 향의 냄새는 왠지 더 진하고 고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무거운 마음과 동시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웅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강인한 의지와 정신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현충원에서 육개장을 먹고 12사단 서화대대로 이동하였습니다. 짧은 도보였지만 바람을 타고 흐르는 여름 냄새를 만끽하고, 유난히 자기주장이 강한 자연의 색들을 눈에 담기에는 충분한 거리였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금세 숙영지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이 부대는 용사들이 개인 수저를 사용하는 곳이라 맛있는 된장찌개를 눈앞에 두고 일회용 수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기다림 끝에 먹은 밥은 더 달게 느껴졌습니다. 식사 후에는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 가져다주신 모포와 아이스크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강당에서 조별 활동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스태프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불침번 조를 편성하고, 저녁 점호 보고 시범을 준비했습니다. 작년에 보고를 가장 잘했다는 단장님의 달콤한 칭찬에 힘입어 용기 내어 대원들 앞에서 점호 시범을 보였습니다. 쳐다보는 시선이 많아 부끄러웠지만 실수 없이 끝냈음에 안도감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2일차 (6월 26일)

부대에서 나와 DMZ 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작년에 휴관으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던 장소라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습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마자 한국 전쟁의 흔적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51년 전사한 한 장교가 가족에게 띄운 편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귀여운 자식 놈들을 위하여 우리는 대한민국의 거름이 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편지는 최전선에서 전사하는 순간까지 故 임춘수 소령이 가슴에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족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조국을 위한 희생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동시에 인간의 따뜻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후 2층 전시관으로 올라가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확성기와 전광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장비들은 과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고 느낍니다. 최근 북한은 오물 풍선을 살포하며 우리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며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지금, 철저한 감시와 완비된 군사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으며 짧은 글을 남기고 왔습니다.

 ▲ 2024년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konas.net

 

박물관 견학 후에는 통일전망대로 이동했습니다. 흐렸던 지난해와 달리, 이날은 날이 무척 맑아 망원경을 통해 멀리 금강산까지 내다볼 수 있었습니다. 직접 가지 못한다는 아쉬운 마음에 학과 동기들과 사진을 남긴 후, 제진검문소까지 약 1시간을 걸었습니다.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라 신경을 바짝 써야 했습니다. 걷는 동안 배고픔이 두 배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금강산콘도에 도착해 굶주렸던 사자처럼 산채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백골병단 장병들의 충용 정신을 기리는 백골병단 전적비를 방문했습니다. 백골병단 장병의 희생을 가슴 깊이 기억하며 7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의 밤을 맞았습니다.

3일차 (6월 27일)

첫 목적지는 북한강의 물 안보를 책임지는 평화의 댐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높다는 댐과 전시관을 둘러보며 그 위엄에 감탄했습니다. 이어 칠천교에서 오미리 마을로의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출발 전, 단장님의 지시에 따라 “향군! We are the one! 야!야!야!” 구호를 외치며 의지를 다지고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와 계속된 오르막길에 지쳐 힘들어하는 대원도 있었습니다. 대원의 상태를 확인하고, 동행하는 구급차의 간호 선생님께 데려다주었습니다. 쨍쨍한 햇빛을 가려줬던 오천터널을 지나 우리는 잠깐의 휴식을 취했습니다. 간식으로 먹었던 에너지바와 이온 음료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휴식이 끝나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막국수를 생각하며 다시 열심히 걸었습니다. 약 16km를 걸은 끝에 도착해 먹은 막국수는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이 맛있는 막국수를 먹을 수 없어서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오후에는 화천 미륵바위에서 화천 붕어섬으로 약 5km를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나란히 걷던 4조 조원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지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지에서 안보국장님의 격려 말씀을 듣고, 15사단 신병교육대대로 이동하였습니다. 생활관에서 대원들이 짐을 풀고 있을 때, 스태프 친구들과 부단장님과 함께 PX에 들러 저녁 조별 활동 때 먹을 과자와 음료를 준비했습니다. 사회에서 보기 어려운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물품들이 놀라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조별 활동을 위해 스태프들과 강당으로 미리 가서 조원들이 앉을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했습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저녁 점호를 진행했는데, 늘어난 행군 거리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대원들을 몇몇 보였습니다. 아직 반 이상 남은 일정에 걱정이 커졌습니다. 내일은 모두가 회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긴 거리 행군을 마친 뿌듯함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4일차 (6월 28일)

날이 밝고 15사단 수색대대로 이동해 장비 견학을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각종 무기와 장비들의 위용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육군 양성 교육을 앞둔 저는 소총과 20kg 군장의 무게가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장교분의 도움으로 체험을 통해 그 무게를 직접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손에 쥔 소총은 묵직했고, 어깨에 짊어진 군장은 예상보다 훨씬 더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체력 관리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이후 금성지구전투전적지로 이동해 참배했습니다. 참배하는 동안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제가 입을 전투복과 정복의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엄숙한 마음으로 참배를 마치고 점심으로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었습니다. 다음으로 주상절리를 구경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흠뻑 젖어 더위도 잠깐 잊은 시간이었습니다. 절벽의 웅장함과 조화로운 풍경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주고 힐링을 선물했습니다. 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위로와 평화로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듯한 상쾌함을 느꼈습니다.

그 후 우리는 6사단 신병교육대대로 40분을 더 걸어야 했습니다. 아스팔트도 이글거리는 30°의 열기 속에서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단원이 일부 있어 부단장님은 삼부연 폭포로 일정을 조율하셨습니다. 지쳐있는 단원들의 체력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세심하고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힌 후, 차를 타고 청성신병교육대대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서 이전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선배 장교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배 장교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도전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선배의 조언을 통해 앞으로의 군 생활에 대한 기대가 생겼고,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마음속 작은 울림을 느낀 후 스태프들과 함께 보안 서약서를 걷고, 치킨과 피자를 맛있게 먹으며 조금은 고단했던 하루를 끝맺었습니다.

5일차 (6월 29일)

국토대장정 5일차, 우리는 제2땅굴을 방문했습니다. 어두운 땅굴 속으로 들어가며 느낀 긴장감과 온몸을 감쌌던 차가운 공기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땅굴의 끝에 다다랐을 때는 우리 군이 경계 감시 태세를 갖춰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땅굴까지 내려와 근무를 서는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이어 평화전망대로 이동해 북한을 바라보았습니다. 맑은 날씨 덕분에 초소에서 근무 서는 북한 군인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무장한 상태로 우리 쪽을 바라보는 북한 군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 현실이 너무 복잡하고 안타까웠습니다. 평화전망대라는 이름처럼 언젠가 진정한 평화가 찾아와 남북이 하나 되는 날이 오길 바랬습니다. 월정리역에서는 잠깐 내려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때 열차가 오가던 역이 이제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는 모습을 보며,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언젠가 다시 월정리역에서 열차를 타고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점심은 전투식량을 먹었습니다. 철원역사 문화공원에서 향군 여성 회원분들의 응원과 간식도 받고 즐거운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에는 백마고지 전적비로 도보 이동을 하며, 전쟁 당시의 치열했던 전투와 그곳에서 싸웠던 용사들의 희생을 되새겼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그들의 숭고한 정신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과 미래 세대로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태풍전망대에 도착해서는 장교의 설명을 들으며, 현재의 군사적 상황과 대비 태세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군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국가를 방어하고 있는지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28사단 신병교육대대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때 군악대가 연주하는 음악으로 환영받았던 순간이 인상 깊습니다. 웅장한 음악은 우리 단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듯했습니다. 그 순간의 감동은 피로를 잊게 할 만큼 강렬했습니다. 다음 날을 힘차게 시작할 큰 격려와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6일차 (6월 30일)

푹푹하게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한결 시원해진 공기를 마시며 촉촉해진 흙길을 걸을 생각에 버려도 괜찮은 양말을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우리는 문산체육공원을 시작으로 임진강역까지 이동할 계획이었습니다. 가방 속 깊이 넣어둔 판초우의를 꺼내 빗속을 헤쳐 나갈 준비를 했습니다. 평탄하지 않은 길이라 진흙 길이 매우 미끄러웠고, 피할 수 없는 물웅덩이가 가득했습니다. 하얀 신발이 얼룩덜룩해지는 것이 조금은 신경이 쓰였습니다. 한참을 걷다 쉬는 시간 초코파이를 먹었습니다. 그 순간,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빗발치는 총알을 피하며 싸워야 했을 선조들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과 불편함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진흙 길을 걸어 신발이 더러워지는 것은 실제 전쟁터에서의 위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문제입니다. 작은 일에 불평하고 편안한 삶에 감사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휴식이 끝나고 조금 더 걸어 임진강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할 때쯤 비구름 사이로 햇살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우비를 벗고 시원한 공기를 만끽했습니다. 비를 맞은 후 먹은 따뜻한 부대찌개 한 모금은 젖은 몸을 품어주는 듯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스태프들과 놀이기구를 타며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 만난 인연과 함께하니 더욱 즐거웠습니다. 잠깐이지만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 행복했습니다.

그 후 방문한 곳은 애기봉 전망대였습니다. 이번 일정 중 제가 가장 가고 싶었던 장소였습니다. 학과 교수님께서 애기봉 전망대에 가셨던 경험담을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꼭 가봐야겠다고 계획했던 곳인데 일정에 포함되어 기뻤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은 멀게만 느껴졌던 북한 이웃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끔 해주었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실제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하는 소, 빨래 너는 주민, 지나다니는 사람의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빨간 배경의 노란색 궁서체 글씨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애기봉 전망대와 강 건너 북한의 건물을 비교하니 현저하게 생활 수준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남한의 전망대는 정비된 시설의 깨끗한 환경이었지만,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북한의 건물들은 낡고 허름해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애기봉 전망대는 다음 기수들도 꼭 가보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느낀 감정과 깨달음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동안 책이나 뉴스로만 접했던 분단의 현실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안보의 중요성과 우리의 평화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따랐는지 더욱 생생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답사 후에 해병 제2사단 동원 교육대대에서 짐을 풀고 비에 젖은 몸을 씻었습니다. 처음으로 점호 전에 뽀송함을 느꼈습니다. 한껏 가벼워진 몸으로 청룡회관에 가서 마지막 밤을 즐겼습니다. 삼겹살과 함께 약간의 술을 마시며 전야제에 참여했습니다.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을 청할 때 이 순간을 언젠가 많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 저릿한 밤이었습니다.

7일차 (7월 01일)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7일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정들었던 2호차 기사님, 박여진 부단장님과 이른 작별 인사를 나누고 대전으로 가는 1호차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리는 서해수호관을 둘러보며 피로써 지켜낸 해상경계선 NLL과 제1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모든 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했습니다. 피와 땀, 눈물로 지켜낸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거듭 다시 태어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참혹한 천안함의 내부를 마주하고, 참배를 끝으로 우리의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만찬으로 비빔밥을 먹고 해단식을 위해 이동했습니다. 식이 시작되고 군악대의 아름다운 반주가 들렸습니다. 반주에 맞춰 모두가 한목소리로 애국가를 부르는 순간, 그 소리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국토대장정의 마무리를 더욱 의미 있게 해주면서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단식에서 약속대로 새까맣게 탄 모습으로 향군 임원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식을 끝으로 우리는 작별의 인사를 나눴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일상으로 복귀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진리를 국토대장정을 하는 동안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힘은 속도가 아닌 꾸준함과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서로 다독이며 나아가는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낭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낭만의 한 장을 함께한 14기 국토대장정 모든 분께 서면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헤어짐은 맺은 인연 앞에 필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쉬움을 품고 우리는 이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함께 땀 흘린 반짝였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소중한 인연 오래 이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휴전선을 따라 걸으며 제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은 그간 누군가가 어렵게 이뤄낸 안정감이자 힘겹게 이뤄낸 성취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 나라를 위해 싸우셨던 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제가 있음을 다시 한번 깊게 깨닫고 감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은혜를 돌려주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부모님, 친구들, 나를 믿고 지지해 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 순간을 만들어 주시고 잠드신 호국 영웅들.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재확립할 수 있는 귀중한 일주일이었습니다. 74년 전 아픔 속에서도 들판을 녹여 예쁜 꽃을 피워낸 것처럼 저 또한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살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끝으로, 국가 안보의 핵심 인재인 대학생들이 안보의식 강화를 위해 많은 관심을 두고 국토대장정에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도전은 여러분에게 상상 이상의 큰 의미와 가치를 안겨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도전하시길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졸업하고 실무에 나가 다음 기수 후배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향군! (konas)

주재영 : 경운대 군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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