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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급회담 북측 김영철 단장에게

Written by. 박용옥   입력 : 2006-05-19 오전 11: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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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장군, 사흘간의 4차 남북장성급회담에 북측 대표로 참여하느라 노고가 많았습니다. 14년 전인 1992년 9월 평양에서 가진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어제 일처럼 생각납니다. 그 당시, 김 장군과 나는 남북군사분과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에 우여곡절 끝에 합의하고, 고위급회담 본회의에서 같이 합의결과를 보고했지요. 그때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고 남겨 둔 것이 바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였습니다.

 지난 3월 초 제3차 남북장성급회담에 김 장군이 다시 북측 대표로 나온 것을 보고 한편 반가웠고 한편 의아했습니다. 김 장군이 14년 만에 다시 군사회담장에 나타난 데에는 필시 무슨 의도가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였더군요. 지난 3차 회담에서 김 장군은 해상경계선 문제부터 우선 논의하자면서, 그것이 서해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근원적 조치라고 주장했지요. 그리고 이번 4차 회담에서는 지난번보다 다소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더군요. “서해 5도에 대한 남측 주권을 인정하되, 관할수역은 협의해 결정하자”고도 했고, 또한 “서해 5도 통항 질서를 포기할 테니 남측도 북방한계선(NLL)을 철회하라”고도 했더군요.

 김 위원장, 우리 다시 한 번 따져 봅시다. 우선 지난 반세기 동안 서해 5도에 대한 남측의 주권 행사를 북측이 인정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까?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무슨 북측의 인정이 필요합니까. 그리고 ‘불가침부속합의서’ 제3장 제10조에서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이 바로 현 NLL을 기준으로 한 구역 아닙니까. 그런데 북측이 지금 와서 6년 전에 일방적으로 불쑥 발표한 소위 ‘서해 5개 섬 통항질서’를 포기하겠다면서, 남측에 지난 50여 년 동안 관할하여 온 NLL을 철회하라니 이 무슨 생떼거리 같은 주장입니까.

 김 장군, 해상경계선 문제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14년 전에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부속합의서’에 합의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할 과제로 남긴 것 아닙니까. 그 협의는 바로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부속합의서의 ‘이행과 준수’를 전제로 한 것이지요. 다시 말해 남북 간의 확고한 군사적 신뢰 구축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1993년 이후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반도가 북핵위기의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닙니까.

 김 위원장, 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군사관계가 어떻게 신뢰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북측은 작년 2월 핵무기 보유를 공식 선언까지 했지요. 지금 남북 쌍방 간의 절박한 문제는 북측이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 그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입니다. 핵무장한 북한군을 눈앞에 두고 해상경계선 확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번 4차회담에서 남측은 NLL문제를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협의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고 하더군요. 고위급 군사회담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NLL 고수’ 원칙이 무슨 이유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인지 그 정치적 배경도 좀 의심스럽습니다.

 김 장군. 지금은 남북 쌍방이 해상경계선 문제를 놓고 입씨름하며 허송세월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북측도 핵무장 강성대국의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국제사회는 물론 남측의 반핵 여론도 그렇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차라리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협의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이 북한을 위해서도 보다 현실적인 길이 아닐까 합니다.

 김 위원장, 날씨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06,5,19)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 전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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