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들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객차에 탑승하려다 승강장과 객차 사이의 공간에 끼여 떨어지려던 시각장애인을 지하철 출발과 동시에 구해 훈훈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6시16분께 부산 지하철 1호선 남포동 역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에 한 여성이 발을 헛디뎌 하반신이 끼어 있는 것을 뒤에 서 있던 40대의 남성이 구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본지 취재진이 남포동 역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당시 상황을 확인한 결과 부산 사하구 신평역을 출발해 금정구 노포동 방면으로 향하던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하자 시각장애인으로 보이는 50대 부부가 젊은 여성 2명의 도움을 받아 출입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혼잡한 틈에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이 먼저 열차에 올랐고 뒤따르던 여성이 부축을 받고 열차에 오르려던 순간 발을 헛디뎌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틈에 하반신이 빠졌다.

다행히 부축했던 여성들이 이 여성의 팔을 잡고 간신히 버티던 중 뒤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휴대전화와 가방을 내던지고 이 여성을 들어 올려 열차에 간신히 태웠다. 시각장애 여성이 승강장과 객차 사이 공간에 빠지고 구조되기까지는 불과 10여 초. 한발만 늦었어도 열차가 출발해 틈 사이에 끼인 여성이 큰 화를 당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열차 내에 있던 김한준(61·부산 동래구 온천동) 씨는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모두들 '어, 어'하는 소리만 지르면서 순식간에 지하철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며 "누구 하나 일어나지 않고 쳐다만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 남성이 여성을 들어올려 차 안에 밀어넣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구조한) 남성이 다가올 때 열차가 뒤로 밀리며 출발하려 했다"며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 여성을 구한 남성과 함께 이들을 부축한 젊은 여성 2명의 시민정신도 빛났다. 이들 부부가 바닥 점자 안내도를 따라 승강장에 도착하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여성들이 부부를 부축해 열차 탑승을 도운 게 CCTV에 찍혔다.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틈 사이에 끼인 시각장애 여성이 그대로 선로로 떨어질 뻔했다. 남포동역은 부산지하철 1호선 서면역과 연산동 역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곡선 선로로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넓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곳이다.(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