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국가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국가권력이 연성화(軟性化)의 길로 정향(定向)되어 그 권력적 요소가 참여적 협력이라는 기능에 밀리는 듯 보이게 한 작금의 한국 사회의 모습은 국가를 감상적으로 추상화하여 이를 규범의 광장에서 외면함으로써, 그 정체성을 실현하는 법제들을 시대로부터 소외시켜 우리의 국가적 삶과 법적 평화를 피폐하게 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학자 말베르그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 그리고 독일에서는 바이마르공화국헌법이 제정되던 그 해의 10월에 쓴 국가와 국가권력에 관한 '국가의 일반이론'이라는 저서(Carré de MALBERG, contribution à la théorie générale de l'État, Paris, I, 1922)를 보면, 국가와 국가권력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은 나라가 지니는 권력과 그 행사에 대한 존중 그리고 정치조직체가 지니는 정통성에 대한 '애착'(l'atribution)으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는 결코 시대(時代) 지진(遲進)적인 것이 아니고 또한 보수적인 것도 아닌, 항상 새롭게 갱신(更新)하면서 우리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마다 존재해 있는 것이다.
규범 중에서도 최고의 규범인 헌법은 특히 '국가정체성'이라는 말 자체를 명문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정체성이라는 개념은 헌법을 가진 나라라면 항상 존재한다. 국가정체성은 국가가 그 성립의 근거를 두는 헌법에 기초하여 형성되는 본질적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형성되는, 헌법에 있어서의 국가정체성 특히 대한민국헌법에 있어서의 국가정체성의 의미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 합법정부임을 분명히 하는 '국가적 정통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첫 번째로 꼽아야 한다. 국가정체성의 두 번째 의미는 그 국가의 존재를 규범적으로 가능케 하는 헌법 그 자체를 수호하는 '헌법적 정통성'이다. 나아가 이 국가와 헌법을 기반으로 성립하여 유지되는 대한민국이 법치주의에 기초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이를 실현코자 하는 '입헌적 정통성'이야말로 국가정체성의 세 번째 의미다.
이렇게 국가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여러 요소들은 규범의 문제가 된다. 입법정책의 문제에 그치거나 이념적·추상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그 규범적 실현을 요하는 구체적 귀속성을 지닌다. 국가정체성을 나타내는 말들, 즉 통일·질서·목적·생명·혼과 같은 관념은 존재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 규범적인 것, 곧 당위적인 것을 표현한다. 그런 견지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통일과 사회적 질서의 전체적 상태를 말한다. 대한민국이 사실로서 현존하는 상태, 통일과 질서의 상태(Status), 그것이 바로 헌법적 그리고 국가적 정체성이다. 국가의 이러한 통일과 질서가 없어지면 그 존재도 없어지는 그것, 그것이 바로 국가의 정체성인 것이다.(konas)
강경근(숭실대 법대 교수, 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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