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베테랑스 데이’ 퍼레이드 참관기
11월 11일. 매년 미국에서는 이 날을 베테랑스 데이(Vereran's Day. 재향군인의 날)로 지정, 주요도시에서 기념행사를 거행한다.
Vereran이 퇴역군인을 뜻하듯 이 날은 제2차 세계대전 후 한국전, 월남전 등 전쟁에 참전한 재향 군인들과 전사자들의 애국심을 기리고 기념하는 날이다.
오전 11시 버지니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퍼레이드 등의 행사가 열린다.
이 날은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법원이 공휴일로 지정하고 대부분의 은행과 도서관도 문을 닫는다.
2012년 11월 11일 미국 뉴욕에서 거행된 ‘뉴욕 베테랑스 데이 퍼레이드’에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표단으로 참관한 소감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념식]
10시에 뉴욕시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퍼레이드를 앞두고 기념식이 거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물론, 국제 금융가인 J.P 모건, 영화전문 유선방송 HBO 등 ‘뉴욕 퍼레이드’를 위해 기부금을 낸 기업의 대표들이 직접 참석해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참전용사 대표로 참석한 아메리칸 리전(미국 재향군인회)의 뉴욕지부 대표의 연설이 기억에 남는다. 가이드의 통역에 따르면 그는 “이제 감사하다는 말은 충분하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즉, 감사하다는 말로 끝내지 말고 참전용사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 달라는 뜻이다. 6․25 참전용사와 월남전 참전용사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진정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감사하는 분위기를 접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대조돼 씁쓸함과 부러운 마음이 교차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기념식에는 참전용사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띈다는 점이다. 'J-ROTC'(주니어 ROTC)라는 제도를 통해 고등학생 청소년들이 참전용사 기념식 등 안보현장에 참석해 조국애에 대해 생각하는 현장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J-ROTC' 학생들은 고등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넘게 진행되는 행사동안 부동의 자세로 반듯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이들 청소년들은 이런 행사 참석만으로도 애국심이 무엇인지, 또 군인으로서의 명예가 무엇인지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이런 교육이 시작되기에 역사가 짧은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자를 존경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으리라 짐작됐다.
[퍼레이드]
뉴욕 퍼레이드는 뉴욕시에서도 가장 도로가 넓고 번화한 5번가 거리에서 11시부터 시작됐다. 가이드는 복잡한 뉴욕시내에서 차로를 통제하고 행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뉴욕시민들은 베테랑스 데이에 매년 진행되는 퍼레이드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광화문 4거리를 ‘재향군인의 날 퍼레이드’로 통제한다면 서울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당연하다는 분위기는 아닐 것 같아 뉴욕 시민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박수소리와 환호소리로 퍼레이드 선두가 행진을 시작한 것을 알았다. 한국에서 참석한 6․25참전용사 방문단의 퍼레이드는 미 해군의 대열과 美 재향군인회 뉴져지 지부 6․25참전용사에 이어서였다. 퍼레이드용 차량이 준비돼 있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참전용사들이 굳이 걷는 것을 고집했다.
대열을 갖추느라 1시간여를 서서 기다렸지만, 美 참전용사와 우리나라 6․25참전용사들 어느 누구의 얼굴에서도 힘든 기색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참전용사들 대부분의 나이가 80을 전후해 1시간을 서 있는 것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을 터인데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부동의 자세로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1시간을 대기한 끝에 6․25참전용사들의 행진이 시작됐다. 뉴욕 5번가 거리에는 시민들로 가득 찼으며, 이들은 참전용사들을 향해 박수와 함께 "Thank You!"라고 외치며 존경의 뜻을 표현했다. 행진 거리는 약 2.5km, 시간으로 약 1시간이 걸렸다. 뉴욕시민들의 박수와 함성, 그리고 감사하다는 표현에 방문단 6․25참전용사들도 "Thank You!"로 화답했다.
우리 참전용사 어르신들에게 직접 달려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싸워줘 고맙다고 말하는 뉴욕시민을 접한 참전용사들은 연신 "Thank You!"라고 답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우리의 조국을 위해 싸웠을 뿐인데, “함께 싸워 줘 감사하다”는 이들의 말을 통해 일국의 평화만이 아닌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미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이역만리 뉴욕에서 타국 사람들은 한국의 6․25 참전용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하는데, 정작 공산주의의 침략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산가족을 양산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념전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서글펐다.
그리고 이 땅에 사는 국민들이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어버리고 예우 또한 빈약한 실정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 이 순간도 “고맙다는 말은 이제 됐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봐 달라”는 美 참전용사의 연설 내용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konas)
강치구(대한민국재향군인회 청년국 청년과장)
다음은 ‘뉴욕 베테랑스 데이 퍼레이드’의 행사사진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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