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와 한·중 관계
올 겨울은 중국 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그동안 중국은 10%를 넘나드는 고도성장을 통한 도시 산업화 과정에서 이에 따르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폐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이웃인 중국과 한국은 정치·안보·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환경, 기후변화, 테러, 대량살상 무기 등 지구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광범위한 범위에서 협력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동안 양적·질적 팽창을 거듭해 온 한·중 양국은 상호 협력을 심화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민족적 영토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전쟁도 불사할 태세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교과서 표기 등을 둘러싸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을 정도로 냉각되었다. 이에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역사인식 왜곡문제에 대해 공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에서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우려를 표명하면서 아시아 중시정책을 통한 균형을 이루고자 한다.
이와 같은 동북아에서의 신질서 태동이 예상되는 시기에 한·중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극복하고 동북아에서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의미에서 향후 통일 외교를 지향하는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어야 하겠다.
1. 한·중 미래비전 공동 성명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국빈형식의 방중을 통한 한·중 정상회담*2013. 6. 27)으로 상호 견실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였다. 박 대통령은 방중 슬로건으로 ‘심신지려(心信之旅 : 마음과 믿음을 쌓는 여정, a journey of connecting hearts and building trust)를 내세워 중국인들의 큰 호감을 얻었다. 이에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중은 포괄적·다층적 전략적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기존 채널을 강하함으로써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외교장관 간의 상호 방문을 정례화하고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또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 하는 일환으로 양자 관계와 더불어 세계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 지역과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 양국 간 교역액은 1992년 수교 시 63.8억 달러에서 2012년 2,151.1억 달러로 34배 늘어났다. 한·중 교역 규모는 한·미와 한·일을 합한 수치보다 상회할 만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5월에 개시한 한·중 FTA를 높은 개방 수준의 체결을 목표로 협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업 분야 등 갈등 요인이 있지만 상화 보완적 관계를 이룰 수 있는 협상이 필요하다. 또한 한·일간에 무효화되어 버린 통화 스왑에 대한 한·중간에는 협정 만기(2014년 10월)를 연장(2017년 10월)하기로 하였다.
한국과 중국은 유교권으로 폭넓은 정서적 교감을 이룰 수 있는 교류가 이뤄졌다. 한·중간 인적교류는 1992년 13만 명에서 2012년 689만 명으로 53배 가량 증가하였다. 중국에서 ‘한류(韓流)’와 한국에서 ‘한풍(漢風)’으로 상호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양국 국민간의 다양한 문화형태의 교류, 특히 인문 유대 강화에 합의하여 양국 국민간의 우호 정서를 심회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학술, 청소년, 지방, 전통예능 등에서 인문분야 교류를 확대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교육과 예술분야에 이르는 문화산업, 관광, 스포츠 등 광범위한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유해를 가족의 품에 돌려준다는 의미로 중국군 유해 송화과 관련한 협조 의향을 표명하였고, 중국은 우의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 중국군 유해는 367기가 발굴되어, 유해들은 북한군 유해와 함께 경기도 파주에 소재한 ‘적군 묘지’에 안장되어 관리되었다. 1997년까지 유엔사-북측 군사정전위 대표 채널로 중국군 유해 43기가 중국측에 송환되었지만 북한측의 군사정전위 대표단이 철수한 이후 중국군의 유해 송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에는 중국군 유해 송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정치·안보·경제교류가 확대되고,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인적교류가 증대됨에 따라 양국간 상호 신뢰감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2.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지지
한국 정부가 내세우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 중국은 지지를 표명했으나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이루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첫째, 한·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핵 불용의 기본 입장을 공유함에 따라 비핵화를 공동성명에 명시하였다. 북한 핵무기 개발에 따른 위협에 대처한다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향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양자 및 다자간 협력강화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및 9·19 공동성명에 따른 의무와 약속을 이행하기를 촉구하였다. 다만 중국이 안보리제재의 이행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 것인가 여부에 따라 중국의 의지의 강도에 대한 신뢰를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한국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에 대한 중국 지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중국은 한국의 대북정책(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을 지지하면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통해서 ‘역내 신뢰와 협력 구축’을 위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하였다.
셋째, 양국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공동 성명에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명시함으로써 양국은 북한이 변해야한다는 인식을 공유하였다. 이를 통해서 북한은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어야 한다.
3. 한반도 통일외교와 중국의 역할
장기간 남북한 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한국 정부의 통일 외교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입장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칫 ‘중·북한 편들기’라든가 ‘한·미동맹 강화’로 냉전시대의 양극 대결구도로 되돌아간다면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는 정착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주변국, 특히 중국에 결코 적대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 주한 미군 역할을 포함하여 중국과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대 북한 정책에서 입장을 달리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한 관계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진전이 없었지만 중국은 북한체제 안정에 힘을 실어 준 바 있다. 통일문제와 관련,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통일보다는 역내 안정과 평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중간 전략적 소통과 대화를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을 통해서 상호 오해와 불신이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 내부 문제나 북한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정보 공유를 긴밀히 함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율하여 상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에서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미간의 우호적 분위기를 남북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미 관계 변화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한국의 통일 외교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흡수·통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주변국들에게 인지시켜야 할 것이다.(Konas)
안인해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출처 : 월간 자유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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