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지휘자가 있어도
세계의 모든 교향악단은 지휘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를 담당한 연주자들의 실기나 실력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만 교향악단을 평가함에 있어 지휘자처럼 큰 역할을 하는 단원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유명 교향악단의 연주회에 참석하는 까닭이, 눈 감고 연주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크나 작으나 ‘천재’로 여겨지는 지휘자들의 지휘하는 모습을 직접 제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리아>라는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새 지휘자가 탄생한 것은 2012년의 일입니다. 그가 지휘봉을 들고 등단한 것은 그 이듬해의 이른 봄이었습니다. 제1악장의 연주는 가히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런데 2악장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청중 가운데 누군가가 큰 기침을 하여 지휘자의 마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결코 고의적인 기침은 아니었는데, 장내 여기저기서 부러 헛기침을 하는 자들이 생겨 지휘자를 혼란에 빠뜨리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지휘자의 단원 인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사람들은 여럿 있었습니다. “지휘자에게는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여럿 있었지만 지휘자의 ‘고유권한’을 누구도 침범할 수 없었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지휘자라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지휘자는 자기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 잘못 쓰면 되던 일도 안 됩니다. 심포니 <코리아>의 현악부‧관악부‧타악부의 조화가 깨졌습니다. 지휘자는 어쩔 수없이, 이럭저럭 2악장 연주가 끝나면 일단 intermission을 선포하고 전격적으로 단원의 재편성을 단행하고 나서 3악장을 연주하는 것이 순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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