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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트럼프의 손짓으로 김정은이 핵을 내려놓을까?

Written by. 이영석   입력 : 2026-10-15 오후 2:3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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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 9월 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은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핵보유국(Nuclear Power)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김정은과 “연내에 만날 것”이라고 밝히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놀랐다. 나아가 같은 달 29일에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했고,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북한은 왜 가질 수 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왜 그런지 아나, 다른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내 친구다. 그는 트럼프를 좋아한다. 다른 많은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전 세계에서 그가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에게는 핵 능력이 있다. 매우 상당한 규모의 핵”이라면서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는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있는 한 그(김정은)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계속해서 김정은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럴 때마다 우리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대하는 것은, 두 사람이 만나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이고, 북한의 핵 위기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반면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친분과 정치적 이벤트만 부각한다면,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미국과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가졌던 정상 회담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우려와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 차례의 정상 회담이 남긴 교훈

트럼프와 김정은은 이미 세 차례의 정상 회담을 가졌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측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당시 트럼프는 전쟁의 위협을 대화로 전환한 성과를 강조했고, 국제사회는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은 외교적 상징과 실질적 성과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 문제를 중심으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의 범위와 제재 해제 수준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회담은 결렬됐다.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났지만, 역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합의를 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먼저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의 관점에서 핵무기가 갖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이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고 본다.

첫째, 핵무기는 북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억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억제하고 외부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주장해 왔다. 핵무기가 북한 정권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강조하는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이나 외교적 관계 개선만으로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둘째, 핵무기는 북한의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의 안보 정책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 군축이나 군비 통제 협상을 진행하면 북한은 핵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반면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향후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수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해 외교적·경제적 선택지를 넓혀 왔다.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확대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북한의 핵 포기를 영원히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핵을 포기했을 때 얻는 이익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얻는 안보적·정치적 이익보다 월등히 크다는 확신을 북한 지도부에 심어주지 못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한국이 협상의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 회담을 가질 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반도 안보의 당사자임에도 협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하더라도 그 결과가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문제에만 협상의 초점이 맞추어서 우리나라를 직접 위협하는 단거리 미사일과 전술핵, 재래식 전력 문제가 빠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을 줄이는 대신 북한의 현재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합의를 한다면 우리의 안보 위협은 오히려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한·미 양국은 협상 전부터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단계별 조치, 검증 원칙,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긴밀하게 협조하고 조율해야 한다. 정상 회담에서 우리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 위협이 우리나라와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으로 평가하고, 어떠한 합의도 우리의 안보를 조금이라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한국은 독자적인 외교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하되 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관리할 소통 채널을 복원하고, 중국과 러시아에도 한반도 안정과 핵확산 방지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득해야 한다. 특히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트럼프의 화해 손짓이 우리한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회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원칙과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핵 포기를 하는 것은 트럼프의 손짓이 아니라 핵을 포기할 때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에 월등한 이익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과 접근이 필요하다. (konas)

이영석 : 한국의병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안보전략연구원 논문심사위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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