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5천만이나 되는데 그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사람은 많아도 사람다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정계에만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닙니다. 교육계에도 종교계에도 문화 예술계에도 재계에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왜 나라가 이렇게 가난해졌습니까? 옷이 없고 쌀이 없고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다웁게 만드는 교육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부모는 있어도 가정교육은 없습니다. 학교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고 합니다. 신사임당 없이 율곡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남강 이승호 없이 함석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승만 같은 거인은 왜 정계에 나타나지 않습니까? 이병철 같은 거물은 왜 실업계에 등장하지 않습니까? 이 회장이 세상 떠나고 얼마 뒤에 당시 ‘자연농원’이라고 하던 시설 안에 있는 연수원에 강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나를 그 곳까지 데려다 준 삼성의 운전기사가 이 회장을 모시던 기사라고 자랑하면서 “우리 회장님은 삼성보다도 나라를 더 소중하게 여기시던 분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 한 마디를 듣던 순간의 감동을 평생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나라의 교육이 잘못되었습니다. 깊은 생각을 못하게 하는 교육, 넓은 마음을 못가지게 하는 교육, 올바른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교육 - 이런 교육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마다 집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을 교사와 교수가 날마다 학교에서 하고 있습니다. 참지도자는 하늘이 주신다고 하지만 아무리 탁월한 천부의 재능을 타고 났어도 ‘깊은 생각, 넓은 마음, 올바른 판단’을 하게하는 교육이 없으면 그런 사람들도 제구실 못하고 맙니다.

 시대를 나무라고 환경을 탓하기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기성세대가 바른 교육을 힘쓰지 않으면, 제2의 이순신, 제2의 안중근은 결코 탄생하지 않을 겁니다. 큰 인물의 등장을 고대합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