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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적지수(墨翟之守)와 安保

Written by. 오제호   입력 : 2015-09-03 오전 11: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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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적지수(墨翟之守)란 말이 있다. ‘묵적의 지킴’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묵자(제자백가 중 묵가의 창시자로 본명은 묵적)가 모의전((模擬戰)에서 성(城)을 견고히 수비하여 초나라의 침략으로부터 송나라를 지켜낸 고사에서 유래되었다. 비록 지금은 주로 낡은 관습과 태도를 끝내 견지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나, 무언가를 견지·고수하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기에 본 개념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이러한 묵수가 미덕인 경우도 있는데, 특히 안보는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배제된 묵수의 자세가 필요한 경우로써,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에서 촉발된 일련의 사태는 안보에 대한 묵수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8월4일 파주의 비무장지대에서 국군 장병 2명이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남하하여 매설한 지뢰에 중상을 입었다.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 벌여온 삼천여 회의 도발 중 하나로써, 우리의 입장에서는 명백한 안보 위협이었다.

 이에 정부는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북한 대표적 아킬레스건인, 체제의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는 대북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다. 대북방송에 크게 위협을 느낀 북한은 8월 20일 우리의 확성기 주변에 포격을 가하고 ‘전면전도 가능하다’는 식의 폭력도발을 재차 감행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위협에도 대북방송을 중단하지 않았고, 오히려 美와 공조하여 지난 2013년 한미 합참의장이 서명한 ‘한미공동 국지도발대비계획’에 의한 연합작전체제를 가동하여 북한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특기할 점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안보위협에 이례적으로 원칙에 입각하여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강경 대응한 것이다.

 대체로, ‘북한의 도발 - 협상·타협에 의한 대응 - 북한의 실리 획득’의 악순환이 지난 삼천여 회의 도발에서 상례화 된 도발의 처리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남한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의 도발마다 강경대응하겠다는 성명은 후속 조치가 결여된 공허한 명목에 지나지 않았고, 얼마 뒤 관계회복을 빌미로 남한에 접촉을 시도하는 북한에 상당한 대가를 공여하는 타협으로 잠정적 평화라는 허울을 이끌어낼 뿐이었다.    

 이러한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원칙과 대의명분에 의거한 도발 대응책은 결국 8월25일 ‘부상당한 남한 군인에 대한 유감’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6개조 공동보도문을 이끌어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남한에 대화를 요청한 점, 북한의 비정상적인 사태 야기 시 대북방송을 재개할 명분을 남겨둔 점 등 또한 원칙에 의거한 묵수의 자세로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응한 결과이다.

 이로써 북한은 향후 도발을 획책할 시 그들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대북방송이라는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1세기의 변화무쌍한 사회상은 원리원칙보다는 임기응변을, 강경보다는 유연을, 묵수보다는 타협을 바람직한 가치로써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게 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각종 군사도발로 국토를 침범하고 국민을 위협하며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외력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위하는 일련의 행동 및 체계를 가리키는 안보만큼은 원리원칙·강경·묵수가 지상가치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안보는 만분의 일이라는 희박한 확률을 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발생 가능한 대내외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 안보이기에 가장 보수적인 관점, 즉 묵수의 자세를 견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토의 평안과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거래 혹은 타협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일지라도 국민을 살상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 포격에는 맞대응하여 결연한 국방의지를 보이며, 추가적인 도발을 제어하는 것이 안보위협에 대한 국가의 응당한 대처이다.

 국가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타협과 절충을 시도함은 부당한 외력을 용인하는 것이며, 이는 자국의 안보를 그 스스로 파괴하는 일일 뿐이다.(Konas)

오제호 (의정부보훈지청 선양담당)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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