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소속 의원들에게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서명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여당이 사실상 국가보안법 폐지보다는 개정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개정으로 당론을 결정할 경우 폐지로 당론을 결정한 민주노동당과 국보법 폐지에 이미 서명한 열린우리당 58명 의원들 사이에서 향후 상당한 갈등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열린우리당은 정책위원장 명의로 소속 의원 전원에게 당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서명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이 당내의 논란과 이견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홍재형 정책위원회 의장은 “국보법 개폐를 놓고 당내 의견이 분열된 것처럼 비친 것을 우려한 조치일 뿐”이라며 “개정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책회의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사실상 의견을 모았다”면서 “23일 임시국회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의원총회 등을 통해 국보법 개정의 당위성을 적극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계에서도 사실상 열린우리당이 국보법 개폐문제에 있어 개정 쪽으로 당론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도 개정론이 대세인 상황이므로 국가보안법은 개정되는 쪽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국보법 개정의 범위로는 제6조(잠입 탈출), 제7조(찬양 고무), 제8조(회합 통신), 제9조(편의제공), 제10조(불고지), 제19조(구속기간의 연장) 조항 등이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조항은 그동안 국가보안법 오-남용에 대한 인권탄압 시비가 끊임없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국보법이 취급하는 범죄들을 형법으로 단속, 처리할 수 있느냐가 큰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현행 형법의 내란죄는 ‘반국가단체’를 처벌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제87조)를 처단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국보법이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을 형법 제87조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

국보법 쟁점사항과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국보법 정치적 악용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이므로 그것으로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 조항의 완전폐지가 북한 체제의 ‘찬양-고무’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