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 공개된 북한의 강제수용소

북한당국이 영국 각료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빌 라멜 영국 외무차관에게 '노동교화소'의 실체를 인정하는 등 나름대로 적지 않은 선물을 안겨줬다.

라멜 차관은 16일 런던에서 방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최초로 강제 노동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했으며 "우리에 비해 인권문제에 대해 훨씬 낮은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에는 어떤 인권문제도 존재하지 않으며 미국 등이 대북  적대정책의 일환으로 인권문제를 거론한다고 강력히 반발해 왔던 북한당국이 처음으로 노동교화소 등 인권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이다.

북한은 정치범수용소와 함께 형사범을 취급하는 노동교화소를 별도로 운영,  주로 고강도의 강제 노동을 통한 교화정책을 펴고 있으며, 업무 등에서 잘못을 저지른 간부에 대해서도 강제노동을 통해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죄를 지은 사람을 노동을 통해 노동의 신성함을 알게 하고  재생하도록  한다는 정책이 국제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동교화소 내부를 대표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형사범을 감옥에 넣어  처벌하는 것은 미국 등 모든 국가가 다 하는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강제노동이 부여되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선진국과 달리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까지 인권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종전과 같이 마냥 전면 부정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자국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은 역대적으로 대북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대응해 유럽연합(EU)과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EU의 주요  회원국인 영국 외무차관의 방북을 아무런 성과없이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라멜 차관이 량강도 폭발사건과 관련한 정보 공개와 현장방문을 요구하자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폭발이라며 적극 해명했고 영국 대사 등 북한 주재 외교관들의 현장 방문을 안내하는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재향군인회 연구위원 정창인 박사는 "북한의 형법은 자유민주 국가의 형법과 달리 죄형법정 주의가 정착되어 있지 않으며 국가 주권이나 사회주의 제도를 해치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처벌한다. 그리고 노동교화형을 하나의 형벌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북한의 법체계에 따라서 본다면 노동교화형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범에 대한 강제노역은 형벌 자체도 문제지만 정치적 신념을 처벌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며 따라서 형법 자체가 비인도적이며 반인권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고 노동을 통해 교정한다는 것이 인간적인 처벌로 비쳐질 수 있어  북한체제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노동교화소의 실체를 인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ko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