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방북길에 오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장관장관이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한 가운데, “북한의 비핵화를 CVID와 동일시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홍민 연구원은 통일연구원이 발행하는 온라인시리즈 19호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와 정치-기술적 과정’ 주제에서 “북한의 비핵화 대상과 규모의 방대함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비가역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비핵화의 정치적·기술적 리얼리티에 충실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홍 연구원은 “CVID는 구체적 방법이라기 보다 상대를 제압하는 정치적 어법 차원에서 고안됐다”며, 외부에 의한 강제적 비핵화의 성격이 강한 CVID를 북한이 순순히 허용할 리 없으므로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 조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최대한 비가역성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중요 대상을 중심으로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불능화 조치를 하는 실용적 비핵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북의 정치적 시간과 동력 위에 비가역성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확보해 갈 수 있는 기술적 스케줄을 전략적으로 촘촘하게 설정하는 정교한 작업이 중요한데,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보면 국내 정치적 시간과 물리적 여건상 짧은 시간 내 모든 대상에 대해 완전한 핵폐기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어려우므로, 방대한 비핵화 대상을 비가역성 확보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고 선별적·동시적으로 불능화 및 폐기 조치의 수단을 대상별로 달리해 일단 잠정적 비가역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핵물질 생산의 거점인 영변 핵심 핵시설을 폐쇄하고 복구에 5년 이상 걸리는 높은 단계의 불능화 또는 폐기 작업을 우선하고, 다음으로 복구 1-2년 이상이 걸리는 낮은 단계 또는 중간 단계의 불능화부터 시행해 향후 점차적으로 각각에 대해 불능화 순준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해체·폐기 절차를 밟는다는 설명이다.

 홍 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전략을 자발성과 대등함, 그리고 경제발전을 수반한 비핵화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자신이 강제적으로 비핵화 당한다는 굴욕적 분위기를 피하고 싶어 ‘세계평화’를 위해 자발적인 비핵화를 행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올 연말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자발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고, 이어 미·북이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해 프로세스를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북한이 미북정상회담 전후로 세 차례의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려는 전략이며, 사실상 ‘패싱’ 우려 속에 있던 중국을 ‘비핵화-체제안전보장’ 빅딜의 장에 초대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발전의 교차지점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홍 연구원은 전망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