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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수기 ‘어디서 이런 이쁜 총각이 왔으까잉’(입선)

Written by. 김영웅   입력 : 2019-11-19 오전 11: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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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청은 지난 5월 24일∼ 6월 21일까지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를 공모해 선발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2019 젊음, 향기로 피어나다'를 9월 26일 발간했다. 2006년 시작된 체험수기집 발간은 올해가 14번째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코나스는 병무청의 협조 아래 우수작을 중심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한 어르신, 그 어르신께 저는 매번 새로운 사람입니다. “으디서 이런 이쁜 총각이 왔으까잉” 항상 같은 질문에 웃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네, 어르신 안녕하세요!” 하루에도 같은 인사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그런 어르신들과 함께 행복한 저의 복무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버스에서 울던 청년

 어려서부터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밖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다리 통증, 흔한 성장통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평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쪽 발은 군대를 갈 수 있는 평발, 다른 한쪽은 군대를 갈 수 없는 평발로 인해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사회복무요원은 경쟁률이 꽤 높았고 눈치작전으로 특수학교, 아동센터 등 복무 요건이 좋아 보이는 곳에 지원했습니다. 역시 그런 곳은 모두 경쟁률이 높아 탈락하였고 그해 1년을 기다려야 했기에 전공 관련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습니다. 군필자와 미필의 차이로 정규직 일자리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해, 이제는 가장 지원을 많이 안할 것 같은 곳, 교통편도 안 좋고 근무가 힘들 것 같은 곳, 집에서 비교적 근거리 중 찾다 보니 요양원, 장애인 직업재활센터 두 곳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합격하였습니다. 패밀리 요양원으로 복무 결정이 된 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한없이 울었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독립, 어렸을 때부터 로망이었던 도시 서울에서의 자유분방한 생활을 접고 고향인 광주에서의 생활, 게다가 요양원이라니……. 인생의 무덤 같은 암흑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 광주가 가까워질수록 더 슬펐습니다.

 당황스러웠던 첫 대면

 저희 요양원은 72분의 어르신과 50여 명의 직원, 3명의 사회복무요원이 복무 중인 큰 규모의 요양원입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그 강도 또한 어르신마다 다 다릅니다. 평소에는 건강한 어르신처럼 멀쩡하시지만 컨디션이 안 좋으신 날만 치매 증상이 보이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의사소통이 안될 만큼 치매가 심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또 매일 같은 단어를 반복하시는 어르신, 틈만 나면 소리를 지르시는 어르신, 저를 자신의 손자로 알고 계시는 어르신,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달라고 하는 어르신, 사람을 보면 욕부터 하시는 어르신 등 정말 다양 합니다. 가장 젊으신 분이 우리 아빠랑 나이가 같으신 51세이시고 가장 연세가 많으신 분이 103세 어르신입니다.

 복무 첫날부터 내가 살던 세상과 전혀 다른 곳에 떨어진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친가․외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던 집안 분위기 덕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좋아하긴 했는데 이곳 요양원의 상황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 이상이었습니다.

 손길의 따스함

 저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업무는 목욕 보조였습니다. 저희 요양원은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목욕을 하는데 이때 제 역할은 목욕이 끝난 어르신들의 머리를 말려드리는 것입니다. 부모님 머리도 말려드려 본 적이 없는 저에게 무려 72분이나 되는 어르신들의 머리를 말려드리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겉으론 웃으며 한 분 한 분 인사를 건네며 태연한 척했지만, 꺼림칙한 마음에 내 손이 어르신들의 머리카락에 닿을까 봐 손을 사용하지 않고 빗으로만 빗겨드리며 머리를 말려 드렸습니다. 그런 저에게 어르신들은 매번 제 손을 잡아주시며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어르신들의 머리를 말려드리고 받은 감사의 인사와 손길은 처음에 느꼈던 불편한 마음의 벽을 무너뜨렸고 점차 어르신들에 대한 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어르신들의 체온이 따뜻하게 느껴지면서부터 다 비슷비슷하게 보였던 어르신들 개개인의 특징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 분 한 분 구분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72분의 성함을 다 외우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이름을 불러드리며 인사하고, 항상 그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그 후에는 큰 리액션과 함께 답하니 어르신들이 좋아하셨습니다. 누구의 말도 안 듣고 고집부리시며 반복적으로 같은 말을 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성대모사를 하여 똑같이 따라 하면 신기한 듯이 저를 쳐다보며 멈추기도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고 친근감이 생긴 어르신께는 젊은 시절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친절하게 자신의 고향에서 시작하여 결혼과 가정사 이야기 그리고 어떤 일을 하셨는지 또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어르신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는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어르신들께도 젊은 시절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시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그리운 나의 고향……. 하시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산 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어르신께서는 물고기를 잡는 어부셨고 바다를 항해하며 물고기를 잡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어르신은 치매를 앓고 계시며 평소에는 말씀을 안 하십니다. 그래서 저와 대화하는 광경을 보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께선 깜짝 놀라셨습니다.

 어르신들과 가까워진 이후로 직원 선생님들께 요양원 체질인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일이 재밌고 수월해질 무렵, 4박 5일의 복무 기본교육을 마치고 요양원으로 돌아가 보니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처음으로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접했기에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2주 동안 직무교육을 받고 복귀하니 이번에도 제가 없는 동안 한 분이 소천하셔서 안 계셨습니다. 치매가 심한 편이었고 자나 깨나 아들 이름을 부르며 매일 자식 걱정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인사도 하고 말씀도 나눴던 어르신이 이제 더 이상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생전에 내 걱정을 많이 하셨던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면서 어르신께 말 한마디 더 해드릴 걸이라는 후회와 함께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언젠가 봤었던 이 문구가 순간 떠올랐습니다. 지나고 나서야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사회복무 또한 시간이 지나 되돌아 봤을 때 후회없는 시간이 되기를 다짐하며 마음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이’ 있기에 ‘가치’ 있는 곳

 그저 늙어서 병든 치매 노인네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으로, 친구로, 사회의 일원으로 삶을 살아내셨던 분들이었다는 걸 그리고 오늘도 당신들의 남은 삶을 당신들의 방식으로 견디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인 요양원에서 만난 제가 단지 사회 복무요원만이 아닌 그분들의 마지막 가족이고 친구일 수 있음에 보람을 느낍니다.

 요양원에서 사회복무를 통해 인생의 성공은 돈이나 권력, 명예에만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는 20대를 살고 있지만 나의 30대 40대 그리고 노년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는 귀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으디서 이런 이쁜 총각이 왔으까잉” 오늘도 매번 새로운 이쁜 총각은 어르신들의 값없이 주시는 웃음과 따뜻한 정 때문에 너무 행복합니다. 인생의 무덤과 같이 암담할 것만 같았던 사회복무 생활은 요양원에서의 소소한 행복 속에 내 인생의 눈부신 시간들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김영웅(패밀리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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